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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이혼·상속 상속 분쟁(유언·유류분·상속재산분할)
가족·이혼·상속 · 상속 분쟁(유언·유류분·상속재산분할) 2026.04.03 조회 9

유언 집행자 선임 분쟁, 실제 사례로 본 핵심 쟁점 3가지

고민지 변호사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유언 집행자는 고인의 마지막 의사를 현실로 옮기는 사람입니다. 이 역할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으면 상속재산 분할은 시작조차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유언 집행자 선임을 둘러싼 분쟁은 상속 다툼 전체의 방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데, 많은 분이 이 단계를 가볍게 넘기다 문제를 키웁니다.

오늘 가상 사례 하나를 통해, 유언 집행자 선임과 역할에서 발생하는 핵심 쟁점 3가지를 직설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사례 개요

서울 마포구에서 30년간 건축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던 황모씨(72세)가 지난해 사망했습니다. 총 상속재산은 사무소 건물 시가 12억 원, 예금 3억 원, 주식 2억 원으로 약 17억 원 규모입니다.

황씨는 공증 유언장에 큰아들 황준혁씨(46세, 회사원)를 유언 집행자로 지정했고, "사무소 건물은 둘째 딸 황수진씨(42세, 건축사)에게, 나머지 재산은 세 자녀가 균등 분할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셋째 아들 황민호씨(38세, 자영업)는 "형이 유언 집행자로서 공정하게 처리할 수 없다"며 집행자 해임을 요구했고, 큰아들 준혁씨는 "아버지가 직접 지정한 것이니 바꿀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쟁점 1: 유언으로 지정된 집행자, 다른 상속인이 거부할 수 있는가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유언자가 유언장에서 직접 지정한 집행자는 원칙적으로 다른 상속인의 동의 없이도 취임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93조는 "유언자는 유언으로 유언 집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지정은 유언자의 최종 의사로서 법적 구속력을 가집니다.

그렇다면 민호씨처럼 불만이 있는 상속인은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민법 제1098조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가정법원에 유언 집행자의 해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정당한 사유란 다음과 같은 경우를 말합니다.

  • 집행자가 임무를 현저히 태만히 하는 경우
  • 상속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은닉한 경우
  • 상속인 일부와 이해관계가 직접 충돌하여 공정한 집행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경우
  • 집행자가 장기간 행방불명이거나 사실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

이 사례에서 민호씨가 단순히 "형이니까 공정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는 해임 사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준혁씨가 실제로 재산 목록 작성을 지연하거나, 특정 재산을 은닉한다는 구체적 증거가 필요합니다.

실무상 유언 집행자 해임이 인용되려면, 청구인이 집행자의 구체적인 비위 행위나 직무 태만을 소명할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감정적 불신만으로는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쟁점 2: 유언 집행자의 권한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이 부분에서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유언 집행자의 권한은 민법 제1101조에 따라 상속재산의 관리 및 유언 집행에 필요한 일체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상속재산 목록 작성 (민법 제1099조, 지체 없이 작성해야 함)
  • 상속재산의 보존 및 관리 (임대료 수령, 세금 납부 등)
  • 유언 내용에 따른 재산 이전 등기, 명의 변경
  • 필요한 경우 상속재산의 처분 (유언 내용 집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이 사례에서 준혁씨는 유언 내용대로 사무소 건물을 수진씨 명의로 이전하고, 예금과 주식을 세 자녀에게 균등 배분하는 것이 핵심 임무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준혁씨가 건물 이전 전에 "건물 수리가 필요하다"며 예금 5,000만 원을 먼저 인출해 공사비로 사용했다면 어떨까요? 이것이 유언 집행에 필요한 행위인지, 아니면 권한 남용인지가 다투어집니다.

법원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유언 집행자의 행위가 유언 내용의 실현과 직접적 관련이 있어야 합니다. 유언장에 건물 수리에 관한 언급이 없다면, 수리비 지출은 집행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집행자는 개인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고, 해임 사유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유언 집행자는 "유언장에 적힌 내용"을 실현하는 사람이지, 상속재산 전체를 마음대로 운용하는 관리인이 아닙니다. 이 구분을 정확히 인식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쟁점 3: 유언장에 집행자 지정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만약 황씨가 유언장에서 집행자를 지정하지 않았다면, 절차가 상당히 복잡해집니다. 민법 제1096조에 따라 상속인이 곧 유언 집행자가 됩니다.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공동으로 집행하게 되는데, 현실적으로 의견이 갈리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때 이해관계인(상속인, 유증을 받을 사람 등)은 가정법원에 유언 집행자 선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98조). 법원이 선임하는 집행자는 보통 변호사나 법무사 등 제3자 전문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 선임 절차의 실무적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관할: 상속 개시지(피상속인의 마지막 주소지) 가정법원
  • 소요 기간: 통상 1~3개월 (사안 복잡도에 따라 상이)
  • 비용: 신청 수수료 2,000원 + 송달료, 집행자 보수는 별도로 법원이 결정
  • 집행자 보수: 상속재산 규모와 업무 난이도에 따라 법원이 정하며, 통상 상속재산의 0.5~2% 수준

이 사례에서 만약 준혁씨가 해임되면, 법원이 새 집행자를 선임하게 되고 그 비용은 상속재산에서 부담합니다. 결국 세 자녀 모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실무적 조언: 유언 집행자 분쟁을 최소화하려면

이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간결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유언 작성 단계

집행자로 상속인이 아닌 제3자(변호사 등)를 지정하면 이해충돌 문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습니다. 집행자 보수도 유언장에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행자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할 일은 상속재산 목록을 정확히 작성하고 모든 상속인에게 통지하는 것입니다. 이 절차를 투명하게 처리하면 불신이 쌓일 여지가 줄어듭니다.

분쟁 발생 시

해임 청구보다 먼저 집행자에게 서면으로 구체적인 사항(재산 목록 공개, 집행 일정 등)을 요구하세요. 법원도 해임 전에 시정 기회를 주었는지를 봅니다.

유언 집행자 선임 문제는 상속 분쟁의 출발점입니다. 이 단계에서 잘못된 선택이나 대응을 하면, 이후 유류분 청구, 상속재산분할 심판까지 모든 절차가 꼬이게 됩니다. 유언장의 효력, 집행자의 적격성, 해임 사유의 존부 등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초기 단계에서 정확한 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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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지 변호사의 코멘트
실제로 유언 집행자 관련 분쟁은 상속 개시 직후 초기 대응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집행자 지정이 있든 없든, 상속재산 목록 확보와 유언장 유효성 검토를 가장 먼저 진행하셔야 합니다. 상황이 복잡해지기 전에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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