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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재산범죄(사기·절도·횡령·배임)
형사범죄 · 재산범죄(사기·절도·횡령·배임) 2026.04.04 조회 6

배임죄 재산상 손해 산정 방법, 실무에서 쟁점이 되는 핵심 기준 정리

박승현 변호사
법률사무소 승리로 · 경상남도 김해시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에서 유죄 여부를 가르는 가장 치열한 쟁점 중 하나는 재산상 손해의 존부와 그 규모를 어떻게 산정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검찰 통계에 따르면 배임 혐의 사건의 상당수가 '손해 발생 여부' 단계에서 무혐의 또는 무죄 판결을 받고 있고, 이는 곧 손해 산정이 배임죄 성립의 핵심 관문임을 보여줍니다.

최근 기업 경영 판단과 배임죄의 경계가 사회적으로 빈번하게 논의되면서, 실무에서 어떤 기준으로 재산상 손해를 판단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쟁점의 법적 구조와 실무적 적용 기준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겠습니다.

배임죄에서 '재산상 손해'의 의미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합니다. 여기서 '재산상 손해'는 단순히 장부상 숫자가 줄어든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판례가 확립한 기본 법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손해란,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는 물론이고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 즉, 경제적 관점에서 본인의 전체 재산 상태가 감소하였거나 감소할 위험이 있으면 족하다.

이 법리에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위험의 발생만으로도 기수가 된다는 점입니다. 둘째, 개별 거래가 아니라 '전체 재산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점입니다.

손해 산정의 두 가지 기준 : 개별적 재산설과 전체적 재산설

재산상 손해를 산정할 때 학설과 판례 사이에서 오랫동안 논의된 대립축이 있습니다.

개별적 재산설

개별 재산 항목(부동산, 채권 등)의 감소 자체를 손해로 본다. 반대급부를 고려하지 않아 손해 인정 범위가 넓어진다.

전체적 재산설

행위 전후의 전체 재산 상태를 비교하여 순감소분을 손해로 본다. 반대급부가 있으면 이를 공제한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전체적 재산설(전체 재산 상태 비교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즉, 임무위배 행위로 인해 일정한 재산이 유출되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본인에게 귀속되었다면, 전체 재산 상태에 실질적 감소가 없으므로 손해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행위의 성격에 따라 두 입장이 혼용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단순히 하나의 공식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손해를 산정하는 구체적 유형

배임 사건에서 손해 산정이 문제되는 구체적 유형을 구분하면, 실무적 판단 기준이 보다 명확해집니다.

1. 담보 제공형 배임

회사 재산을 타인의 채무 담보로 제공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 경우 손해액은 담보로 제공된 재산의 가액 전부가 아니라, 담보 설정 당시를 기준으로 채무자의 변제 능력, 담보물의 가치, 기존 선순위 채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제 담보 실행 가능성에 기초한 위험액으로 산정됩니다.

예를 들어, 시가 5억 원인 부동산에 선순위 근저당 3억 원이 설정된 상태에서 추가 담보를 제공한 경우, 손해액은 5억 원이 아니라 잔여 담보가치 약 2억 원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2. 저가 처분형 배임

회사 재산을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매각한 경우, 손해액은 적정 시가와 실제 매각 대금의 차액으로 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서 '적정 시가'를 어떻게 확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되며, 감정평가, 유사 거래 사례, 공시가격 등 다양한 자료가 활용됩니다.

3. 대여금(대출)형 배임

회수 가능성이 없는 대출을 실행하거나 부실 채권을 방치한 경우, 손해액 산정은 대출 실행 시점의 채무자 자력, 담보가치를 기준으로 합니다. 대출 후 경기변동 등 사후적 사정 변경은 원칙적으로 손해 산정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원칙입니다.

4. 기회비용 · 일실이익형

본인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상실하게 한 경우도 손해에 포함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해당 이익의 실현 가능성이 상당한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단순한 기대이익의 상실만으로는 재산상 손해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손해 산정의 기준 시점 문제

배임죄의 손해를 산정할 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원칙적 기준 시점은 임무위배 행위 시(배임행위 시)입니다.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재산 감소 또는 감소 위험이 있었는지를 판단합니다.
  • 행위 이후에 본인이 담보권을 실행하여 일부를 회수하거나, 채무자가 변제한 경우 등 사후 보전 사정은 양형에서는 고려되지만 범죄 성립 자체를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 반대로 행위 이후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여 손해가 확대된 경우, 확대 부분까지 배임의 손해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례가 신중한 태도를 취합니다.

경영 판단의 원칙과 손해 산정의 관계

배임죄 손해 산정에서 가장 현대적인 쟁점은 경영 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과의 충돌입니다. 기업 임원이 경영상 판단으로 일정한 위험을 감수한 결과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곧바로 배임의 '재산상 손해'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경영 판단이 통상의 합리적 경영인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하게 불합리한 것이 아닌 한,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배임죄의 고의나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법리를 설시한 바 있습니다.

이 법리에 따르면, 손해 산정 단계에서도 행위 당시의 경영 환경,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 전문가 자문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됩니다. 결국 손해 유무의 판단은 순수한 수치 계산만이 아니라, 행위의 맥락 전체에 대한 규범적 평가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손해 산정이 양형에 미치는 영향

배임죄가 성립한 이후에도 손해 규모는 양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실무적으로 다음 사항이 중요합니다.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합니다.
  • 여기서 '이득액'과 '손해액'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득액 산정과 손해액 산정은 별개의 분석이 필요합니다.
  • 피해 회복 정도, 즉 사후에 본인에게 재산이 환원되었는지 여부도 양형 단계에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산정은 단순한 산술이 아니라, 행위 시점의 전체 재산 상태, 반대급부의 존부, 위험의 현실화 가능성, 경영 판단의 합리성 등 다층적 요소가 결합된 법적 판단의 영역입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어떤 기준과 논리로 손해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무죄와 중형 사이의 간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건 초기 단계부터 손해 산정 쟁점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박승현
박승현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승리로 · 경상남도 김해시
배임 사건을 다루면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게 되는 부분이 바로 손해액 산정입니다. 검찰이 주장하는 손해액과 실제 법적으로 인정되는 손해액 사이에 수십억 원의 차이가 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배임 혐의를 받고 계시다면, 손해 산정 논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사건의 향방을 결정하므로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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