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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30년 가까이 농사를 지어온 63세 A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 약 520평이 도시계획시설(도로)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1998년에 결정된 도시계획이었는데, 그 사이 한 번도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실제 도로가 개설되지도 않았습니다.
A씨의 토지는 도시계획시설 결정이라는 족쇄에 묶여 건축허가도 받을 수 없었고, 매매 시도를 해봐도 매수인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토지 공시지가는 인근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A씨는 "이 땅을 되찾을 방법이 없는 것인가"라며 법률 상담을 찾았습니다.
A씨의 사안을 이해하려면 먼저 도시계획시설 실효제(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 제도)의 법적 근거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제48조에 따르면,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고시된 날부터 20년이 경과할 때까지 해당 시설의 설치에 관한 사업이 시행되지 않으면, 그 도시계획시설 결정은 그 다음 날에 효력을 잃습니다.
이 제도는 2000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장기간 도시계획시설 결정만 해놓고 보상도, 사업 시행도 하지 않는 것은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2000년 법 개정으로 실효제가 도입되었고, 경과규정에 의해 2020년 7월 1일에 대규모 일괄 실효가 이루어졌습니다.
A씨 토지의 경우, 1998년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고시되었으므로 20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실효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상담 과정에서 A씨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관할 지자체가 A씨 토지 구간에 대해 단계별 집행계획을 수립했다며 실효를 부정한 것입니다.
도시계획시설 실효제에는 몇 가지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A씨의 경우, 지자체가 2019년 말에 급하게 단계별 집행계획을 공고했으나, 해당 계획에는 구체적 재원 확보 방안이나 사업 일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향후 10년 이내 추진 검토"라는 모호한 문구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법적 쟁점의 핵심: 단계별 집행계획이 형식적으로만 수립된 경우에도 실효 유예 효과가 인정되는가? 실무에서는 지자체가 실효를 막기 위해 급하게 형식적 계획만 수립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이에 대한 다툼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A씨에게는 실효 주장 외에 또 하나의 무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매수청구권(국토계획법 제47조)입니다.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고시된 이후 10년 이상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경우, 토지 소유자는 관할 특별시장, 광역시장, 시장 또는 군수에게 해당 토지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매수 가격은 감정평가에 의한 시가를 기준으로 하되,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없는 상태의 가격, 즉 소위 "나지 상태"로 평가하게 됩니다.
매수청구권 행사 요건 정리
- 도시계획시설 결정 고시 후 10년 경과
- 해당 토지에 사업 미시행 상태
- 지목이 대(垈)인 토지이거나, 건축물이 있는 경우 우선 매수 대상
- 매수 의무자: 관할 지자체장 또는 사업시행자
- 매수 가격: 부동산 가격공시법에 따른 감정평가액
A씨는 해당 토지가 이미 25년 넘게 사업 미시행 상태였으므로, 매수청구권 행사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지자체가 매수청구를 받은 날부터 2년 이내에 매수해야 하며, 이 기간 내에 매수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는 일정 범위 내에서 건축 등 개발행위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A씨는 법률 자문을 받아 두 가지 전략을 병행했습니다.
지자체는 소송 부담과 매수청구에 대한 이행 의무를 고려하여, 결국 해당 구간의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직권 해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이로써 A씨의 토지는 약 26년 만에 도시계획시설의 족쇄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실효제 활용은 단순히 20년 경과 여부만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자체의 단계별 집행계획 수립 여부, 계획의 실질성, 매수청구권과의 병행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2020년 대규모 실효 이후에도 여전히 묶여 있는 토지의 경우, 해당 지자체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A씨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부지 소유자라면 다음 사항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1. 도시계획시설 결정 고시일 확인 - 관할 시청 도시계획과 또는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LURIS)에서 정확한 고시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고시일 기준으로 20년 경과 여부를 판단합니다.
2. 단계별 집행계획 수립 여부 조사 - 지자체가 실효를 막기 위해 형식적 계획을 수립했을 수 있습니다. 해당 계획의 실질적 내용(재원 확보, 사업 일정, 보상 계획 등)을 꼼꼼히 분석해야 합니다.
3. 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 검토 - 10년 이상 미집행 상태라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지자체가 2년 내 미매수 시 개발행위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4. 실효 확인의 법적 절차 - 실효가 자동으로 발생하더라도, 지적공부상 반영이나 건축허가를 위해서는 별도의 행정 절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가 실효를 다투는 경우에는 행정소송이 필요합니다.
5. 보상금 산정 기준 이해 - 매수청구 시 보상 가격은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없는 상태를 전제한 감정평가액이므로, 현재의 낮은 공시지가와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정평가사 선정 과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장기간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묶인 토지는 소유자에게 큰 재산적 손실을 초래합니다. 하지만 실효제와 매수청구권이라는 법적 수단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정확한 법적 분석과 전략적 접근을 통해 재산권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