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형사전문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한 중소기업 대표가 새벽에 잠에서 깨보니 수사관 여러 명이 영장 한 장을 들고 사무실 전체를 뒤지고 있었습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장부, 직원 개인 핸드폰까지 전부 가져가더랍니다. 그분이 뒤늦게 변호사를 찾아와 "이게 정당한 건가요?"라고 물었을 때, 이미 상당한 증거가 수사기관 손에 넘어간 뒤였습니다.
이처럼 압수수색은 수사 초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지는 탓에, 많은 분들이 대응 시점을 놓칩니다. 하지만 압수수색에도 엄격한 법적 요건이 있고, 이를 지키지 않은 수사는 위법하여 수집된 증거 자체를 재판에서 배제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피의자가 압수수색의 적법성을 다투는 구체적인 절차를 단계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압수수색이 적법하려면 형사소송법 제114조부터 제120조까지 규정된 요건을 빠짐없이 충족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이 이 중 하나라도 위반하면, 수집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을 잃게 됩니다.
적법한 압수수색의 핵심 요건
1) 판사가 발부한 영장이 있을 것 (긴급 예외 포함)
2) 영장에 기재된 장소, 물건, 사건과의 관련성 범위 내에서 집행할 것
3) 피의자 또는 변호인에게 영장을 제시하고 참여 기회를 보장할 것
4) 야간집행 제한 규정(형사소송법 제125조)을 준수할 것
5) 압수목록을 교부할 것 (형사소송법 제129조)
실무에서 위법 시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점은 '영장 범위의 초과 압수'와 '참여권 미보장'입니다. 이 두 가지만 꼼꼼히 따져도 위법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수사관이 영장을 제시하면, 반드시 원본을 꼼꼼히 확인하세요. 확인해야 할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영장 전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두세요. 나중에 항고나 준항고 시 핵심 자료가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121조에 따라 피의자와 변호인은 압수수색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수사관이 참여를 제한하거나 다른 방으로 격리시키면, 이 자체가 위법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수색이 끝나면 수사기관은 압수한 물건의 목록을 반드시 교부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129조). 이 목록이 없거나, 실제 압수물과 목록 내용이 다르면 위법합니다.
현장 대응을 마쳤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법적 절차를 통해 적법성을 다툴 차례입니다. 크게 세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처분에 대해 법원에 취소 또는 변경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불복 수단으로, 실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됩니다.
법원이 준항고를 인용하면 압수물의 반환을 명하거나 처분 자체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영장 범위를 넘어 압수된 물건, 또는 사건과 관련 없는 물건에 대해서는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사건 무관 파일까지 복제한 경우에 자주 문제가 됩니다.
사건이 기소되어 재판에 넘어간 경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것이 핵심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사의 대부분은 휴대전화, 컴퓨터, 이메일 계정 등 디지털 증거에 집중됩니다. 디지털 압수수색은 일반 물건과 다른 고유한 적법성 기준이 적용되므로 별도로 살펴봐야 합니다.
디지털 압수수색의 핵심 원칙
- 원칙적으로 현장에서 관련 파일만 선별하여 출력 또는 복제해야 합니다
- 저장매체 전체 반출(이미징)은 선별이 불가능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 반출 후 탐색 과정에서도 피의자 측의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 관련성 없는 파일을 열람하면 영장 범위 초과로 위법합니다
실무에서는 수사기관이 하드디스크나 휴대전화를 통째로 가져간 뒤 사무실에서 전수 탐색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 경우 탐색 과정에 피의자 측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다면 위법 사유가 됩니다. 또한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과 무관한 파일(예: 횡령 혐의인데 개인 사진첩을 열람)을 확인했다면 별건 수색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압수수색 직후부터 증거 보전이 시작됩니다. 준항고를 빨리 신청할수록 압수물 반환 가능성이 높아지고, 수사기관이 이미 분석을 완료한 뒤에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압수수색을 당한 당일 또는 늦어도 2~3일 이내에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사관이 영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다른 방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는 주장은 기록 없이는 입증이 어렵습니다. 수색 현장에서 작성한 메모, 촬영 사진, 시간 기록 등이 준항고나 증거배제 신청에서 결정적 소명 자료가 됩니다.
압수수색으로 수집된 증거가 사건의 핵심인 경우, 위법수집증거 배제가 인정되면 검찰의 공소 유지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을 이유로 핵심 증거가 배제되어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상당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절차적 하자를 꼼꼼히 따지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