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형사전문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부산에 사는 C씨(40대, 자영업)는 서울 소재 업체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투자 플랫폼에 약 8,000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수익률 월 15%라는 말을 믿은 것이었죠. 그런데 석 달 뒤 플랫폼 접속이 차단됐고, 업체 대표 D씨(50대)는 이미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상태였습니다. C씨가 경찰에 고소장을 넣으려 하자 첫 번째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대체 어디에 고소를 하고, 관할 법원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요?
가상화폐 사기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다른 지역에 있고, 자금 이동 역시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할 문제가 유독 복잡합니다. 최근 5년간 가상화폐 관련 사기 고소 건수가 연평균 30% 이상 증가하면서, 실무에서 관할 다툼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조는 "범죄지의 법원"이 토지관할을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범죄지'란 범행의 실행행위가 이루어진 곳, 그리고 결과가 발생한 곳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같은 법 제4조 제1항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의 법원에도 관할을 인정합니다.
핵심 정리
형사 관할은 (1) 범죄지 (2) 피고인의 주소 (3) 피고인의 거소 (4) 피고인의 현재지 등 네 가지 기준으로 결정되며, 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해당 법원에 관할이 생깁니다.
단순 절도나 폭행이라면 범죄가 벌어진 장소가 명확하지만, 가상화폐 사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기망행위(거짓말)는 메신저로 전국에 퍼지고, 재산의 처분행위(송금)는 피해자의 휴대폰 속에서 이루어지며, 자금은 거래소 서버를 거쳐 가해자의 지갑으로 흘러갑니다. 이 과정에서 '범죄지'가 여러 곳에 동시에 성립하는 것이 실무적 핵심입니다.
사기죄(형법 제347조)의 구조를 풀어보면 관할이 왜 복잡해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기죄는 (1) 기망행위 (2) 피해자의 착오 (3) 재산적 처분행위 (4) 재산상 손해라는 네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각 단계가 발생한 장소가 모두 범죄지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C씨의 가상화폐 사기 사건은 서울, 부산, 제주 법원 모두에 관할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관할법원이 복수일 때는 형사소송법 제6조에 따라 "먼저 공소를 받은 법원"이 심판권을 갖게 됩니다. 실무적으로는 수사 단계에서 고소를 접수한 경찰서의 관할 검찰청이 기소하는 법원이 사실상 관할법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상화폐 투자리딩방, 폰지(Ponzi) 구조 사기 등에서 피해자가 수십~수백 명에 달하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검찰은 사건을 병합하여 가해자의 주소지 또는 주된 사무실 소재지 법원에 기소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피해자 개인이 각 지역에서 별도 고소하면 사건이 분산되어 수사 효율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합동 고소를 통해 한 곳으로 모으는 전략이 권장됩니다.
가해자가 국내에 있지만 해외 거래소나 해외 서버를 경유한 경우에도 국내 법원의 관할이 인정됩니다. 형사소송법 제4조의 '범죄지'에는 국내에서 기망행위가 이루어진 장소, 피해자가 착오에 빠진 장소, 송금이 이루어진 장소가 모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해자가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국제 공조 절차가 필요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0조는 "재판의 공평과 기타 사유"로 인해 관할법원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관할이전을 허용합니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피해자의 거주지 법원에서 재판받기를 원하지 않을 때, 혹은 증거와 증인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을 때 관할이전이 실익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관할이전이 인용되는 비율은 높지 않지만, 사건의 규모가 크거나 공정한 재판이 우려되는 특수 사정이 있다면 검토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피해자분들이 가장 간과하는 것이 바로 "어디에 고소하느냐"입니다. 고소장 접수 경찰서의 위치가 이후 수사와 재판의 흐름 전체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고려할 사항
관할 자체가 유죄-무죄를 결정짓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보면, 관할의 선택이 사건 진행 속도, 증거 확보의 용이성, 피해자의 재판 참여 가능성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가상화폐 사기 사건은 디지털 증거 분석이 핵심인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이나 수원지방법원 등 대규모 법원에서는 디지털 포렌식 전담 인력과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관련 범죄의 급증에 따라 검찰도 가상자산 전담 수사팀을 별도로 편성하는 추세입니다.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등에 전담팀이 운영되고 있으므로, 사건 규모가 클수록 해당 관할에 접수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 사기는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범죄의 각 단계가 지리적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관할 판단이 일반 사기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복잡함 때문에 피해자에게도 관할 선택의 여지가 넓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소장을 작성하기 전, 기망행위지, 처분행위지, 가해자 소재지 등을 꼼꼼히 정리하고, 어떤 관할이 수사와 재판에 가장 유리한지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 피해 구제의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