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제조업 공장에서 10년째 근무하던 40대 직원 한 분이, 같은 부서 상급자에게 작업 지시 문제로 심한 폭행을 당했습니다. 갈비뼈 2대가 골절되었고, 전치 6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가장 먼저 한 질문은 의외였습니다. "형사고소랑 산재 신청, 둘 다 해도 되는 건가요?" 놀랍게도, 이 질문을 하는 분이 실무 현장에서 정말 많습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직장 내 폭행 관련 진정 및 신고 건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상사의 폭행, 동료 간 물리적 충돌, 고객으로부터의 폭력까지 유형도 다양합니다.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니 회사가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라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형사고소를 하면 산재는 못 받는 것 아닌가"라는 오해 속에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친다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형사고소와 산업재해 보상 신청은 완전히 별개의 절차이며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 내 폭행은 형법상 폭행죄(형법 제260조) 또는 상해죄(형법 제257조)에 해당합니다. 단순 폭행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상해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고소 시 확보해야 할 핵심 증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특히 직장 내 폭행의 경우, 가해자 측에서 "업무상 지시 과정에서의 사소한 접촉"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폭행 직후 가능한 한 빠르게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직장 내 폭행이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핵심적으로 업무 관련성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사람의 폭력행위로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봅니다. 다만 다음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근무시간 중, 작업장 내에서 발생한 폭행이어야 합니다. 퇴근 후 개인적 만남에서 발생한 다툼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업무 지시, 업무 배분, 근무 평가 등 업무상 사유가 폭행의 직접적 원인이어야 합니다. 순수한 사적 원한에 의한 폭행은 불인정될 수 있습니다.
피해 근로자가 먼저 폭행을 도발하거나 상당한 원인을 제공한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 인정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피해자 도발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추세입니다.
산재가 인정되면 요양급여(치료비 전액), 휴업급여(평균임금의 70%), 장해급여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인 부담금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건강보험 처리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두 절차는 법적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형사고소는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구하는 절차이고, 산재 신청은 피해 근로자가 국가(근로복지공단)로부터 보상을 받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형사 절차에서 합의를 하게 되면, 합의금 수령이 산재 보상 금액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에 따르면, 제3자의 행위로 인한 재해에서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동일한 사유로 손해배상을 받으면 근로복지공단은 그 한도 내에서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합의 시점과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직장 내 폭행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사용자, 즉 회사의 책임입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합니다. 만약 회사가 직장 내 폭력 예방 조치를 소홀히 했거나, 이전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방치했다면, 회사를 상대로 별도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2019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76조의2 이하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리적 폭행은 당연히 괴롭힘의 범주를 넘어서는 행위이므로, 이 규정에 따른 사용자 책임 역시 추가로 물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연의 주인공은 폭행을 당한 직후에는 "같은 회사 사람인데"라는 생각에 참고 넘어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가해자 측에서 오히려 "서로 다투다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을 바꿨고, CCTV 보관 기간(보통 30일에서 90일)이 경과하면서 영상 증거도 소실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폭행죄의 공소시효는 5년, 상해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지만, 증거 확보의 관점에서 보면 사건 발생 후 1~2주 이내가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산재 신청 역시 부상 발생일로부터 3년 이내에 해야 하지만(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2조), 시간이 흐를수록 업무 관련성 입증이 어려워집니다.
직장 내 폭행은 피해자의 신체뿐 아니라 직장생활 전반, 심리적 건강, 경제적 안정까지 한꺼번에 흔드는 사건입니다. 형사고소를 통한 가해자 처벌, 산재 신청을 통한 치료비와 휴업급여 확보, 그리고 필요하다면 사용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까지, 피해자가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여러 가지입니다. 어느 하나를 포기할 이유가 없으며, 각 절차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