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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명예훼손·모욕
형사범죄 · 명예훼손·모욕 2026.04.05 조회 4

기업 간 비방이 영업비밀 침해와 겹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강승구 변호사
옳은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경쟁사가 우리 회사 기술 정보를 빼돌린 뒤, 그 정보를 왜곡해서 거래처에 비방까지 퍼뜨리고 있습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할까요, 영업비밀 침해로 고소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동시에 고소할 수 있고, 실무에서는 반드시 병행해야 유리합니다.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법적 근거가 다르기 때문에, 경합(두 가지 이상 범죄가 동시에 성립하는 상황)으로 처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업 간 비방, 형사상 어떤 죄가 성립하나

기업이 경쟁사를 상대로 허위 사실이나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면, 크게 두 가지 형사 범죄가 문제됩니다.

첫째,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제309조)입니다. 공공연하게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면 성립합니다. 법인도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해석입니다. 특히 출판물이나 인터넷을 통한 경우 형법 제309조가 적용되어 7년 이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둘째,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동법 제18조)입니다. 경쟁사 직원을 포섭하거나 해킹 등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한 뒤, 이를 사용하거나 공개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두 범죄가 동시에 성립하는 전형적인 패턴

상담 현장에서 보면, 기업 간 비방과 영업비밀 침해가 겹치는 사건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구조입니다.

  1. 퇴사 직원이나 내부 협조자를 통해 기술 자료, 고객 리스트, 원가 정보 등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합니다.
  2. 해당 정보를 왜곡하거나 부풀려서 거래처, 업계 관계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방성 정보로 유포합니다.
  3. 결과적으로 피해 기업은 영업비밀 유출 피해와 신용 실추 피해를 동시에 입게 됩니다.

이 경우 형법상 명예훼손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는 보호법익(보호하려는 가치)이 서로 다릅니다. 명예훼손은 기업의 사회적 평판을, 영업비밀 침해는 기업의 경제적 정보자산을 보호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이를 상상적 경합 또는 실체적 경합으로 보고, 각각의 형을 별도로 판단합니다.

병행 고소가 필수인 이유

핵심만 말하면, 하나만 고소하면 구멍이 생깁니다.

명예훼손만 고소할 경우 - 영업비밀 유출 자체에 대한 처벌이 빠집니다. 유출된 정보가 계속 경쟁사에 활용되어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약해집니다.

영업비밀 침해만 고소할 경우 - 비방 행위로 인한 피해 회복이 어렵습니다. 이미 퍼진 허위 정보에 대한 정정이나 손해배상 산정에서 불리해집니다.

실무적으로 병행 고소를 하면,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때 범죄 혐의 소명이 더 두텁게 됩니다. 또한 형사 절차에서 확보한 증거를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입증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실무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3가지

1. 영업비밀 요건을 먼저 정비하십시오.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는 영업비밀은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사내 보안 규정, 접근 권한 설정, 비밀표시 등이 없으면 아무리 중요한 정보라도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2. 비방 유포 증거를 즉시 확보하십시오. 인터넷 게시글, 이메일,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은 삭제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증 또는 스크린 캡처에 시간이 확인되는 형태로 보전해 두어야 합니다. URL, 작성 시각, 작성자 정보를 함께 기록해야 증거력이 인정됩니다.

3. 고소 시 죄명과 적용 법조를 정확히 특정하십시오. 고소장에 형법 제307조(또는 제309조) 명예훼손과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2항 영업비밀 침해를 병기하고, 각 범죄별로 해당하는 사실관계를 구분해서 기재해야 수사가 효율적으로 진행됩니다. 죄명이 불분명하면 수사기관에서 사건이 표류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관련 보충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 손해배상도 동시에 검토해야 합니다.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에 따라 침해자의 이익액을 손해액으로 추정할 수 있고,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는 영업 손실, 신용 회복 비용 등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두 청구권의 산정 기초가 다르므로 이중배상 문제 없이 각각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강승구
강승구 변호사의 코멘트
옳은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제 경험상 기업 간 비방 사건의 절반 이상은 영업비밀 유출이 뒤에 숨어 있습니다. 명예훼손 하나만 보고 대응하면 정작 핵심인 정보 유출 피해를 놓치게 됩니다. 초기 단계에서 범죄 유형을 정확히 분류하는 것이 사건의 승패를 가르므로,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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