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회사에서 프리랜서 계약으로 바꾸자고 하더니, 밀린 급여도 안 주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 놓이시면 정말 막막하고 억울하시죠. 실제로 프리랜서 전환 요구와 함께 기존 임금 미지급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상담 현장에서도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연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법적 쟁점이 있고, 어떻게 대응하면 좋은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34세, 여성)는 소규모 광고 제작 회사에서 2년 4개월간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해 왔습니다. 월급여 310만 원, 주 5일 오전 9시~오후 6시 출퇴근, 회사 장비를 사용하며 팀장의 업무 지시를 받는 전형적인 근로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대표가 A씨를 불러 "앞으로 프리랜서 계약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사업자등록을 내고 3.3% 원천징수 방식으로 보수를 받으라는 것이었습니다. A씨가 고민 끝에 거절하자, 회사는 이후 두 달간 급여 합계 62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퇴사를 종용하는 듯한 분위기까지 느껴지는 상황입니다.
A씨와 비슷한 처지에 계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으십니다. 이 사례에서 짚어볼 법적 쟁점 세 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근로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프리랜서(위탁) 계약으로 변경할 수 없습니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을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계약 형태의 변경은 가장 핵심적인 근로조건 변경에 해당합니다.
프리랜서 전환이 이루어지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보호를 잃게 됩니다.
따라서 회사가 아무리 "업계 관행"이라거나 "세금이 줄어든다"고 설득하더라도, 이것은 A씨에게 명백히 불리한 변경이므로 거절할 권리가 있습니다. 거절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 역시 위법합니다.
간혹 "이미 프리랜서 계약서에 사인했는데, 저는 근로자가 아닌 건가요?"라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계약서의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인 근로 형태가 판단 기준이 됩니다.
고용노동부와 법원은 다음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살펴 근로자성(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을 판단합니다.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 요소
-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 출퇴근 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어 있는지
- 사용자 소유의 장비와 도구를 이용하는지
-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 다른 업체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지
A씨의 경우를 보면, 회사가 정한 출퇴근 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팀장의 지시를 받으며, 회사 장비를 사용하는 등 전형적인 근로관계의 특징을 갖추고 있습니다. 설령 회사가 "프리랜서"라는 이름의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하더라도, 실질이 근로관계라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무에서 보면, 계약서에 "위탁", "도급", "프리랜서"라고 적혀 있어도 실질적 종속관계가 인정되어 근로자로 판단된 사례가 꽤 많습니다. 형식에 속지 않으셔도 됩니다.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르면 임금은 정해진 지급일에 전액을 직접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이를 위반한 임금 체불은 근로기준법 제109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A씨가 밀린 620만 원을 받기 위해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단계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출퇴근 기록, 업무 지시 메시지(카카오톡, 이메일 등), 통장 입금 내역을 최대한 모아두세요. 프리랜서 전환을 요구받은 대화 내용도 녹음이나 캡처로 확보해 두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온라인(고용노동부 민원마당)이나 방문을 통해 체불 임금에 대한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수수료는 무료이며, 접수 후 통상 2~4주 내에 근로감독관이 사실 조사에 착수합니다. 사용자가 시정 권고에 응하면 비교적 빠르게 해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용노동부를 통한 해결이 어려운 경우, 체불 금액이 소액(3,000만 원 이하)이면 소액재판 절차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당해고에 해당하는 상황이 동반되었다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도 가능합니다.
프리랜서 전환 요구와 임금 체불이 동시에 발생한 경우, 다음 사항들을 꼭 유념해 주세요.
A씨처럼 1년 이상 근속한 경우에는 퇴직 시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A씨의 경우 대략 700만 원 이상의 퇴직금이 발생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프리랜서로 전환되면 이 퇴직금 청구권이 사실상 부정될 위험이 있으므로, 전환에 동의하지 않으셨다면 이 부분도 반드시 챙기셔야 합니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입니다(근로기준법 제49조). 3년이 지나면 아무리 정당한 청구라도 법적으로 받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체불이 발생한 시점부터 가급적 빨리 대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에서 "합의서", "퇴직동의서", "프리랜서 전환 동의서" 등을 제시하며 서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번 서명하면 나중에 번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는 압박을 받는 분위기에서는 절대 서명하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퇴사 후에는 출퇴근 기록이나 사내 시스템 접근이 차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직 재직 중이라면 지금 바로 근로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을 개인 기기에 백업해 두시길 강력히 권해 드립니다.
프리랜서 전환 요구는 단순한 계약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근로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권리와 직결된 중요한 사안입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우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도움을 구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노동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