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로스쿨] 법의 날개로 내일의 정의를
결론부터 말하면,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기분 나쁜 말이 아니라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만한 구체적 해악(害惡)의 고지가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이 기준을 놓고 유죄와 무죄가 갈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구체적 사례를 통해 핵심 쟁점 세 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서울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A씨(38세, 남성)는 외주 대금 450만 원을 받지 못해 발주처 대표 B씨(45세, 여성)와 심하게 다투게 되었습니다.
A씨는 B씨에게 메신저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돈 안 주면 사무실 찾아가서 다 뒤엎어 버리겠다. 네 거래처에도 사기꾼이라고 다 알려버린다."
이에 B씨는 A씨를 협박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A씨는 "화가 나서 한 말일 뿐 정말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얼핏 보면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내뱉은 말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꽤 복잡한 쟁점이 얽혀 있습니다.
협박죄(형법 제283조)에서 말하는 해악의 고지란, 상대방의 생명, 신체, 자유, 명예, 재산에 해를 끼칠 것임을 알리는 행위입니다.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판단 기준은 "일반인 기준의 객관적 공포심"입니다.
말한 사람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그 말을 들은 일반인이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법원은 고지된 해악의 내용, 경위, 당사자 관계, 행위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A씨의 메시지를 분석하면 두 가지 해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리하면, A씨의 발언은 막연한 불만 표출이 아니라 재산, 신체, 명예에 대한 구체적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실무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항변이 바로 이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행 의사의 유무는 협박죄 성립과 무관합니다.
협박죄는 위험범(危險犯)입니다. 실제로 해악을 실행할 의사나 능력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상대방이 그 고지 내용을 인식하고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구성요건이 충족됩니다.
따라서 A씨가 "진짜로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더라도, B씨가 해당 메시지를 받고 공포심을 느꼈다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추가로 고려합니다.
A씨의 경우 메신저 기록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남아 있고, 표현이 구체적이며, 상대방이 여성 사업자라는 점에서 공포심 인정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쟁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A씨는 대금 450만 원을 받을 정당한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돈을 달라"는 취지의 발언은 정당한 권리 행사로서 협박이 아닌 것 아닌가 하는 문제입니다.
권리 행사라도 그 수단과 방법이 사회 통념상 허용 범위를 벗어나면 협박죄가 성립합니다.
예를 들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정당한 권리 행사의 수단이므로 협박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무실을 뒤엎겠다", "거래처에 소문을 퍼뜨리겠다"는 적법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명백히 넘어선 것입니다.
이 점이 실무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결정적 포인트입니다. 같은 채권 추심 상황이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A씨 사례로 돌아가면, A씨는 정당한 채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현 방식에서 법적 한계를 넘었습니다. 채권 추심 과정에서의 감정적 발언이 형사 사건으로 비화되는 일은 실무에서 매우 빈번합니다.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그 수단은 반드시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이것이 이 사례가 알려주는 가장 명확한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