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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수사·형사재판 절차(고소·수사·구속/보석)
형사범죄 · 수사·형사재판 절차(고소·수사·구속/보석) 2026.04.06 조회 3

피의자 진술거부권, 언제 어떻게 행사해야 유리할까

김재상 변호사

"경찰서에서 조사받게 되었는데, 아무 말도 안 하면 오히려 불리한 거 아닌가요?" 실무 현장에서 정말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갑작스러운 소환 통보를 받으면 누구나 불안하시죠. 특히 진술거부권이라는 권리가 있다는 건 알지만, 막상 이것을 행사하면 수사기관이 나를 더 의심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형사사건에서 피의자의 가장 기본적인 방어 수단인 진술거부권에 대해, 그 법적 의미부터 실제 조사실에서의 활용 전략까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진술거부권이란 무엇인가 - 헌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방어막

진술거부권은 헌법 제12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에 명시된 피의자의 기본적 권리입니다. 누구든지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원칙, 즉 자기부죄거부의 특권(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에서 출발합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조사하기 전에 반드시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해야 합니다. 이 고지 절차를 누락하면 해당 조서는 증거능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술거부권은 "모든 질문"에 대해 행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정 질문에만 답변을 거부할 수도 있고, 조사 전체에 대해 포괄적으로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행사했다는 사실 자체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현실과 불안 사이 - "묵비권 쓰면 더 불리하지 않나요?"

상담 현장에서 보면, 대부분의 의뢰인분들이 이 부분을 가장 많이 걱정하십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현실적으로 수사관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피의자에 대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할 말이 없으니까 안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분명히 해두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 진술거부 자체는 불이익한 추정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수사기관이 아무리 압박하더라도, 법정에서 "피의자가 수사 단계에서 묵비했으므로 유죄"라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 오히려 성급한 진술이 더 위험합니다.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면, 이후 법정에서 번복하더라도 "왜 처음에는 다르게 말했느냐"는 공격을 받게 됩니다.
  • 수사기관의 조서 작성 방식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피의자가 말한 내용이 조서에 정확하게 기재되지 않는 경우가 실무적으로 적지 않습니다.

결국 무조건 진술하는 것도, 무조건 묵비하는 것도 정답이 아닙니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사안별 진술거부권 활용 전략 - 실무에서 보는 세 가지 유형

제 경험상, 진술거부권의 활용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상황으로 나뉩니다.

1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경우 혐의 사실 자체를 다투는 상황이라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반박 진술을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반드시 변호인과 충분한 사전 준비를 마친 뒤에 조사에 임해야 합니다. 사전 준비 없이 "억울하니까 다 말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조사실에 들어가시면 오히려 불리한 진술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공범이 있는 경우 여러 명이 관련된 사건이나 사실관계 자체가 얽혀 있는 사안에서는 초기 진술을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이 경우 일부 질문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인적사항이나 기본적인 사실에는 답변하되,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변호인과 상의 후 답변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많이 활용됩니다.
3
혐의를 인정하되 양형을 다투는 경우 기본적인 혐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정도나 동기, 피해 회복 노력 등을 부각해야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진술거부보다 적극적인 해명이 유리하지만, 혐의 범위를 확대시킬 수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분적 진술거부를 해야 합니다. 예컨대 "그 외에 또 다른 행위가 있었느냐"는 식의 탐색적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조사실에서 꼭 기억해야 할 실무 포인트

수사기관 조사를 앞두고 계신 분들이 반드시 알아두셔야 할 사항을 정리합니다.

변호인 참여권을 반드시 행사하세요.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따라 피의자는 조사 시 변호인을 참여시킬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참여를 거부할 경우 이의를 제기하고, 그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첫 번째, 출석 전 변호인과 충분한 상담 시간을 가지세요. 이상적으로는 최소 1~2일 전에 만나 사건 전체를 검토한 뒤, 어떤 질문에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 진술거부권 행사 사실을 조서에 명확히 기재해 달라고 요청하세요. "답변을 거부합니다"라고 말했는데 조서에 기록이 누락되면, 나중에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조서 열람 및 서명 과정을 절대 소홀히 하지 마세요. 조서 내용이 본인이 말한 것과 다르다면 정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정정이 반영되지 않으면 서명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음에 제대로 읽지 않고 서명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이 조서가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진술거부권을 둘러싼 최근 실무 동향

최근 몇 년간 형사 실무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사기관 조서의 증거능력이 상대적으로 쉽게 인정되었으나, 2022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검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요건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조서의 내용을 인정해야만 증거로 쓸 수 있도록 바뀐 것입니다.

이는 수사 단계에서의 진술 전략이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수사기관 조사에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에 대한 결정이 이후 재판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변호인 참여권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법률구조공단 통계에 따르면 형사 피의자 단계 법률조력 건수가 최근 5년간 약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론 - 진술거부권은 침묵이 아니라 전략입니다

진술거부권은 단순히 "입을 다무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방어 수단입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의 한마디가 수개월 뒤 법정에서 어떤 파급력을 가질지는, 그 순간에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그 시점에서 혼자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출석 전에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어 전략을 세운 뒤에 조사에 임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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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상 변호사의 코멘트
제 경험상, 수사기관 조사에서 첫 진술의 방향이 사건 전체의 흐름을 결정짓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진술거부권 행사 여부는 혐의의 성격과 증거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출석 통보를 받으셨다면 가능한 빨리 전문가와 함께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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