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판단능력을 잃기 전에, 내 재산과 생활을 돌봐줄 사람을 미리 정해둘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합니다. 바로 임의후견 계약을 활용하면 됩니다. 민법 제959조의14에 따라, 본인이 아직 의사결정 능력이 충분할 때 미리 후견인이 될 사람과 공정증서로 계약을 체결해 두는 제도입니다.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처럼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하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임의후견 계약은 본인(위임인)이 장래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여,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미리 지정한 수임인에게 위탁하고, 그 위탁사무에 관하여 대리권을 부여하는 계약입니다.
핵심 포인트
- 계약 시점에는 본인의 판단능력이 정상이어야 합니다
- 반드시 공정증서로 체결해야 효력이 인정됩니다
- 계약을 체결했다고 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추후 본인의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해진 시점에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합니다
공정증서 작성 시 아래 사항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내용이 모호하면 후견 개시 후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절차 자체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다만, 법정 요건을 하나라도 누락하면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체결 절차 요약
1단계: 위임인과 수임인이 계약 내용 협의 (위탁사무, 대리권 범위, 보수 등)
2단계: 공증인 사무소에서 공정증서 작성 (양 당사자 출석 필수)
3단계: 공증인이 후견등기를 법원에 촉탁 (등기가 완료되어야 제3자 대항력 확보)
비용은 공증인 수수료가 중심입니다. 법무부 고시 기준에 따라 산정되며, 일반적으로 2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입니다. 위탁사무의 범위가 넓고 계약 내용이 복잡할수록 수수료가 높아집니다. 별도로 변호사 자문을 받는 경우 자문료가 추가됩니다.
첫째, 위탁사무 범위를 너무 포괄적으로 정하는 경우입니다. "모든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라고만 적으면, 정작 후견이 개시된 후 수임인의 권한 범위를 둘러싸고 가족 간 다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 관리, 금융자산 관리, 의료 동의 등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둘째, 임의후견감독인 선임 청구를 놓치는 경우입니다. 계약만 체결해 두면 자동으로 효력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의 판단능력이 떨어진 시점에 수임인이나 이해관계인이 가정법원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 절차를 밟지 않으면 수임인은 후견인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셋째, 가족 동의 없이 단독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입니다. 법적으로 다른 가족의 동의가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상속 예정자 등 이해관계인이 후견 개시에 이의를 제기하여 절차가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사전에 가족과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합니다.
실무 팁
임의후견 계약은 체결 후에도 본인의 판단능력이 있는 동안에는 언제든 공증인의 인증을 받아 해지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959조의17). 따라서 상황이 바뀌면 계약 내용을 수정하거나 수임인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해지 역시 공정증서로 해야 하므로, 이 점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임의후견 계약은 성년후견과 달리 본인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된다는 점에서 자기결정권 보호에 가장 적합한 제도입니다. 다만, 공정증서라는 법정 형식을 갖추어야 하고, 위탁사무와 대리권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하므로,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작성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