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형사전문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직장인 C씨(38세)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시비가 붙어 상대방을 밀쳤고, 상대방은 넘어지면서 손목 골절을 입었습니다. C씨는 "그냥 밀친 것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폭행치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D씨(45세)는 주먹으로 상대 얼굴을 때려 코뼈가 부러지게 했는데, 이쪽에는 상해죄가 적용됐습니다. 둘 다 결과적으로 상대에게 부상을 입혔는데 왜 적용 죄명이 달라지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해죄(형법 제257조)와 폭행치상죄(형법 제262조)를 구분하는 핵심은 "가해자가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힐 의사(고의)가 있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D씨처럼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면, "때리면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으므로 상해의 고의(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됩니다. 반면 C씨는 단순히 밀치려는 의도(폭행의 고의)만 있었고, 넘어져 골절되리라는 결과까지 예상하긴 어려웠기 때문에 폭행치상으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두 죄명의 법정형 차이는 상당합니다. 실무에서 체감하는 양형까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상해죄(형법 제257조 제1항)
법정형: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양형기준(대법원): 일반상해 기본 - 징역 4월~1년 6월 권고
폭행치상죄(형법 제262조)
법정형: 상해죄 규정을 준용하여 동일 법정형
양형기준: 폭행치상 기본 - 벌금~징역 10월 권고
법정형 자체는 동일하지만, 실제 양형에서는 의미 있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상해의 고의가 인정된 상해죄의 경우 비난 가능성이 더 높게 평가되어 양형기준상 권고형이 높고, 폭행치상죄는 결과적 가중범(본래 의도보다 무거운 결과가 발생한 경우)으로 보아 상대적으로 낮은 형이 선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초범이고 합의가 이루어진 폭행치상 사건에서는 벌금 200만~500만원선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고, 같은 조건의 상해죄는 벌금 300만~700만원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까지 올라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전치 6주 이상으로 중하면, 상해죄의 경우 실형 가능성도 열립니다.
많은 분들이 "내가 어떤 죄명으로 처벌받는지는 판사가 정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시지만, 실제로는 수사 초기부터 경찰이 적용 법조를 결정하고, 검찰이 이를 최종 확정합니다. 이때 고의의 내용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들이 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처음 적용된 죄명이 변경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겠습니다.
상해죄에서 폭행치상으로 변경 - 피의자 측에서 "밀치기만 했을 뿐 때릴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로 소명하면, 검찰 단계에서 죄명이 변경되기도 합니다.
폭행치상에서 상해죄로 변경 - 반대로, 피해자 진술과 상해진단서 내용이 단순 폭행에 의한 결과로 보기 어려운 경우(예: 반복 가격 흔적) 상해죄로 격상될 수 있습니다.
첫째, 경찰 조사 시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는 진술은 폭행치상으로의 죄명 변경에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다만,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 정황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둘째, 피해자와의 합의는 두 죄명 모두에서 양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지만, 합의 여부가 기소 여부와 선고형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셋째, 상해진단서의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전치 2주와 전치 8주는 양형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로 이어집니다. 과잉 진단이 의심되면 진단서 재발급을 요청하거나 감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넷째, 폭행치상죄는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형법 제260조 제3항)와 달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기소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해죄와 폭행치상죄의 구별은 단순한 이론 문제가 아니라, 벌금의 액수, 집행유예 여부, 심지어 실형 선고까지 좌우하는 현실적 문제입니다. 사건 초기에 자신의 행위가 어떤 죄명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