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정확한 해결! 유한별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65세의 C씨는 아직 판단능력에 문제가 없는 분이었지만, 10년 전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뒤 가족 전체가 재산 관리와 병원비 문제로 오랜 갈등을 겪었던 기억이 생생했습니다. "나도 그렇게 되기 전에 미리 준비해두고 싶다"는 마음에 임의후견 계약이라는 제도를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바로 이 지점에서 절차를 어려워합니다. 임의후견 계약은 본인이 아직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갖고 있는 동안, 장래 판단능력이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미리 후견인을 정해두는 제도입니다. 민법 제959조의14 이하에 근거한 이 제도는 법정후견과 달리 "내가 직접 선택한 사람에게, 내가 정한 범위의 권한을 맡긴다"는 점에서 자기결정권을 가장 잘 보장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공증부터 등기까지 단계가 여럿이고, 빠뜨리면 효력 자체에 영향이 생기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래에서 실무 절차를 순서대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임의후견 계약은 크게 사전 준비 → 공정증서 작성 → 후견등기 촉탁 → (필요시) 임의후견 감독인 선임 청구의 4단계로 나뉩니다. 계약서 작성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정증서로 작성하고 후견등기부에 기재되어야 대외적 효력이 완성됩니다.
임의후견 계약을 맺으려면 먼저 "누구에게, 어떤 사무를 맡길 것인가"를 확정해야 합니다. 후견인은 가족일 수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제3자 또는 전문직(변호사, 법무사 등)일 수도 있습니다.
계약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위임 대상 사무의 범위 : 재산 관리(예금 인출, 부동산 처분 등), 신상 보호(의료 결정, 요양시설 선택 등)를 구분하여 구체적으로 기재합니다.
- 후견인의 보수 유무 및 금액
- 계약의 발효 조건 : 통상 "본인의 판단능력이 부족하게 되어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 때"로 정합니다.
- 계약 종료·해지 조건
민법 제959조의14 제2항은 임의후견 계약이 공정증서(공증인이 작성하는 문서)로 체결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서증서(당사자끼리 작성한 계약서)에 인증을 받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드시 공증인이 직접 작성하는 "공정증서" 형식이어야 합니다.
공증사무소 방문 시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본인(위임인) :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또는 본인서명사실확인서)
- 후견인 후보자(수임인) :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 임의후견 계약서 초안 (사전에 작성해 가면 공증 시간이 단축됩니다)
공증인은 위임인의 의사능력, 즉 계약 내용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미 판단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라면 공증 자체가 거부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법정후견(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공정증서가 작성되면, 공증인이 직권으로 가정법원 후견등기부에 임의후견 계약 사실의 등기를 촉탁합니다(후견등기에 관한 법률 제10조). 본인이 별도로 등기소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등기가 완료되면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여기에 임의후견 계약의 존재, 후견인 후보자의 인적사항, 위임 범위 등이 기재됩니다.
이 단계까지 마치면 "임의후견 계약 체결 및 등기"가 완료된 것입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 후견인이 바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은 체결되었지만, 아직 "발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실제로 본인의 판단능력이 저하되어 후견 사무가 필요한 시점이 오면, 본인·배우자·4촌 이내 친족·임의후견인 후보자 등이 가정법원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 심판을 청구합니다(민법 제959조의15).
가정법원은 본인의 상태(의사 소견서, 정신감정 등), 계약 내용의 적정성, 후견인 후보자의 적격성 등을 심리한 뒤,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합니다. 이 감독인 선임 결정이 확정되는 시점에 비로소 임의후견이 개시되고, 후견인이 계약상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감독인은 후견인의 사무 처리를 감독하며, 중요 사항(부동산 처분 등)은 감독인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1. 공정증서가 아닌 사서증서 인증으로는 효력이 없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공증받았다"고 하시면서 사서증서 인증만 받아온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임의후견 계약은 반드시 공증인이 직접 작성하는 공정증서여야 합니다. 형식이 잘못되면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2. 등기 없이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공정증서만 작성하고 후견등기를 하지 않으면, 금융기관 등 제3자가 후견 계약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공증인이 직권 촉탁하므로 통상은 자동으로 진행되지만, 등기가 실제 완료되었는지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발급받아 확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3. 계약 체결 시점에 의사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임의후견 계약의 가장 큰 장점은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는 공증인이 의사능력 부족을 이유로 공정증서 작성을 거부할 수 있고, 설령 작성되었더라도 나중에 의사능력 흠결을 이유로 계약이 무효로 다투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4. 임의후견 계약은 해지·변경이 가능합니다
후견 개시 전(감독인 선임 전)에는 본인 또는 후견인 후보자가 공증인의 인증을 받은 서면으로 통지하면 언제든 해지할 수 있습니다. 후견 개시 후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해지가 가능합니다(민법 제959조의18).
사전 준비(1~3주) : 후견인 후보자 선정, 위임 범위 확정, 계약서 초안 작성
공정증서 작성(당일) : 공증사무소 방문, 수수료 약 10~20만 원
후견등기(1~2주) : 공증인 직권 촉탁, 수수료 약 3~5만 원
감독인 선임 청구(2~6개월) : 판단능력 저하 시 가정법원 청구, 감정비용 30~50만 원 내외
총 비용은 변호사 자문 포함 시 약 80~180만 원 내외가 일반적입니다.
C씨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장남을 임의후견인으로, 재산 관리와 의료 결정을 위임 범위로 하는 공정증서를 작성하고 후견등기까지 마쳤습니다. 아직 건강한 지금은 계약이 발효된 상태가 아니지만, 만일의 경우 장남이 가정법원에 감독인 선임을 청구하면 곧바로 후견이 개시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것입니다. 10년 전 어머니 때 겪었던 혼란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겠다는 C씨의 결정은, 임의후견 계약이라는 제도가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