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오근 변호사 입니다.
2024년 대한법률구조공단 통계에 따르면 상속 관련 상담 가운데 유류분 반환 청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8%에 달합니다. 유류분 제도 자체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정작 반환을 받게 되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돌려받느냐'를 두고 분쟁이 재점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유류분 반환의 이행 방법 선택권, 즉 현물반환과 가액반환(금전 배상)의 법리와 실무상 쟁점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유언이나 생전 증여에도 불구하고, 일정 범위의 상속인에게 법률상 보장되는 최소 상속분을 의미합니다. 민법 제1112조부터 제1118조에 걸쳐 규정되어 있으며, 유류분을 침해당한 상속인은 수유자(유증을 받은 사람) 또는 수증자(생전 증여를 받은 사람)를 상대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유류분 비율(민법 제1112조)
-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법정상속분의 1/2
-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법정상속분의 1/3
문제는 유류분 침해가 인정된 후입니다. 반환의무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돌려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이행 방법의 선택권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실무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됩니다.
현물반환
유류분을 침해한 유증 또는 증여의 목적물 자체를 되돌려주는 방식입니다. 부동산이라면 해당 부동산의 지분을, 주식이라면 해당 주식을 직접 이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액반환(금전 배상)
목적물 대신 그에 상당하는 금전으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시가 5억 원의 부동산 중 유류분 침해액이 1억 원이라면, 1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두 방식 사이에서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유류분 권리자는 가치가 안정적인 부동산 지분을 현물로 받기를 원할 수 있고, 반환의무자는 공유관계 발생을 피하기 위해 금전으로 정리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쟁점에 대해 대법원은 비교적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5년)은 "유류분 반환의 방법은 원물반환이 원칙이지만, 반환의무자가 원물반환이 아닌 가액반환을 구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판시한 바 있으며, 이후 일련의 하급심 판결을 통해 이행 방법의 선택권이 반환의무자에게 있다는 법리가 확립되었습니다.
핵심 법리 정리
1. 유류분 반환은 원물반환이 원칙입니다.
2. 그러나 반환의무자는 원물 대신 가액(금전)으로 반환할 수 있으며, 이 선택권은 반환의무자에게 있습니다.
3. 유류분 권리자가 "반드시 현물로 달라"고 요구하더라도, 반환의무자가 가액반환을 선택하면 법원은 이를 존중합니다.
다만 이 선택권이 무제한은 아닙니다. 반환의무자가 가액반환을 선택했다면 실제로 가액을 지급할 수 있는 자력(자금력)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가액반환을 선택해 놓고 자금이 없어 지급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결국 원물반환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이행 방법의 선택권이 반환의무자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유류분 권리자가 할 수 있는 전략적 대응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첫째, 소장 작성 시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병행하는 방법입니다. 주위적으로 원물반환(지분이전등기)을 구하면서, 예비적으로 가액반환(금전지급)을 함께 청구하면, 어떤 방식이 선택되더라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둘째, 반환의무자의 자력 상태를 조기에 파악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충분한 현금이나 유동자산이 없다면, 가액반환 판결이 나오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이 경우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선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실무상 매우 중요합니다.
셋째, 조정이나 화해 단계에서 이행 방법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반환의무자가 공유관계를 원치 않는 심리를 이용하여, 가액반환 금액을 유리하게 조율하거나 지급 시기를 앞당기는 협상이 가능합니다.
최근 하급심에서는 유류분 사건에서 조정 성립률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법원이 적극적으로 조정을 권고하는 배경에는, 현물반환과 가액반환 어느 쪽이든 집행 단계에서 추가 분쟁이 발생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2024년 헌법재판소의 유류분 제도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유류분 권리자 범위 및 비율 조정 필요성 지적) 이후, 민법 개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정안에 따라서는 유류분 반환 방법에 관한 규정도 보다 명확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입법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유류분 반환 이행 방법의 선택권은 반환의무자에게 있으나, 그 선택이 반드시 반환의무자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유류분 권리자 역시 소송 전략, 보전처분, 조정 협상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이끌 수 있습니다. 핵심은 사건 초기 단계에서 상대방의 재산 상태와 이행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청구 구조를 설계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