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5년간 카페를 운영하던 47세 C씨는 임대차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임대인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요구를 받았습니다. 인테리어 전부를 철거하고, 매장을 콘크리트 바닥 상태로 돌려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C씨가 카페를 열면서 투입한 인테리어 비용만 약 8,000만 원. 이 모든 것을 뜯어내야 하는 걸까 막막해진 C씨는 결국 법률 상담을 찾게 되었습니다.
상가 임대차가 종료될 때 원상복구 의무의 범위를 둘러싼 분쟁은 실무에서 매우 흔합니다. 어디까지 복구해야 하고, 어디서부터는 거부할 수 있는지, 그 절차를 단계별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원상복구 의무란 임대차 종료 시 임차인이 목적물을 빌릴 당시의 상태로 되돌려 놓을 의무를 말합니다. 민법 제654조가 준용하는 제615조에 근거하며, 대부분의 상가 임대차계약서에도 별도 조항으로 명시됩니다.
그런데 핵심은 "빌릴 당시의 상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느냐입니다. 콘크리트 골조 상태인지, 이전 임차인의 시설이 남아 있던 상태인지, 아니면 임대인이 기본 마감을 해 준 상태인지에 따라 복구 범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모든 인테리어를 반드시 철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와 실무에서 인정되는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복구 의무가 인정되는 항목
복구 의무가 제한되는 항목
임대인이 계약서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경우, 임차인은 다음과 같이 대응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계약서의 원상복구 조항을 먼저 확인합니다. "현 시설 상태 그대로 인수" 등의 문구가 있다면, 이는 원상복구 의무를 면제하는 특약으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둘째, 입주 당시 상태를 입증할 자료를 확보합니다. 입주 전 사진, 중개업소의 매물 사진, 계약 당시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등이 모두 증거가 됩니다.
셋째, 유익비 상환 청구를 검토합니다.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이 건물의 객관적 가치를 높인 경우, 민법 제626조 제2항에 따라 임대인에게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익비 상환청구권은 계약서 특약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계약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와의 관계를 살펴야 합니다. 후속 임차인이 기존 시설을 그대로 인수하기로 한 경우, 임대인이 원상복구를 요구하면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앞서 소개한 C씨의 경우, 입주 당시 매장이 이미 이전 임차인의 인테리어가 남아 있는 상태였고, 계약서에도 "현 상태 인수"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결국 C씨는 본인이 추가로 변경한 부분만 부분 철거하는 것으로 협의를 마무리할 수 있었고, 비용도 당초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서 해결되었습니다.
상가 원상복구 분쟁은 계약서 문구 하나, 입주 당시 사진 한 장이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영역입니다. 임대차 개시 시점부터 꼼꼼히 기록을 남기고, 종료 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