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외부 거래처 직원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사용자(사업주)에게 어떤 법적 책임이 있는지, 그리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같은 회사 소속 구성원 사이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 협력업체 직원, 하도급 관계자 등 업무와 관련된 외부인이 가해자인 경우에도 사업주에게 보호 의무가 부여됩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의2가 바로 그 근거 규정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의2(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 방지)
사업주는 고객 등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성적 언동 등을 통하여 근로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 등을 느끼게 한 경우, 근로자가 그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거나 고객 등의 성적 요구에 불응한 것을 이유로 해고, 그 밖의 불이익한 조치를 하여서는 안 됩니다.
실무에서는 사용자가 이 규정의 적용 범위를 좁게 해석하거나, 외부인 행위까지 사업주 책임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아래 7가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미리 점검하시길 권합니다.
외부인에 의한 성희롱이 사업주 책임으로 이어지려면, 가해 행위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해야 합니다. 거래처 미팅, 납품 현장, 고객 응대, 접대 자리 등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상황에서 이루어졌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업무 종료 후 사적 만남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적용이 달라질 수 있으나, 업무 연장선상의 회식이나 출장 중 숙소 등은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의2 제1항은 사업주에게 피해 근로자의 근무 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 의무를 부과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즉시'라는 시간적 요소입니다. 피해 신고를 받고도 수일 이상 방치하면 조치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신고 접수 후 1~3 영업일 이내에 1차 조치를 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이 부분이 가장 빈번하게 위반되는 항목입니다. 피해 근로자가 성희롱 피해를 주장하거나 가해 거래처 관계자의 성적 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해고, 전보, 징계, 계약 해지,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면 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법 제37조 제2항 제2호)에 처해질 수 있어, 사업주 입장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입니다.
법은 사업주에게 근로자 보호 조치뿐만 아니라, 해당 거래처 등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기대합니다. 가해자의 교체 요청, 공식 항의, 거래 조건 재협의 등을 문서(이메일 포함)로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두 항의만으로는 사업주가 조치를 다했음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3조에 따라 사업주는 연 1회 이상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이때 고객, 거래처 등 외부인에 의한 성희롱 유형과 대응 절차를 교육 내용에 포함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교육 자료에 해당 내용이 누락되어 있으면, 유사 사건 발생 시 사업주의 예방 의무 이행 여부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많은 기업의 성희롱 신고 절차가 '사내 구성원 간 사건'만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외부인이 가해자인 경우의 접수 창구, 조사 담당자, 거래처 대응 프로세스가 취업규칙이나 내부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절차 자체가 없다면 사건 발생 시 초기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사업주 과실로 평가됩니다.
성희롱 피해 사실이 사내에 알려지면서 피해 근로자가 소문, 비난, 업무 배제 등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업주는 사건 관련 정보의 비밀 유지, 관련자 면담, 필요시 심리 상담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구성원 간 정보 공유가 빠르므로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위 체크리스트 항목별 위반 시 예상되는 법적 제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과태료 부과 : 적절한 조치 의무 위반(제14조의2 제1항) 시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법 제39조).
형사처벌 : 피해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제14조의2 제2항) 위반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민사 손해배상 : 피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보호 의무 해태를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위자료 인정 금액은 통상 300만 원에서 2,000만 원 사이에서 형성됩니다.
첫째, 사업주 본인이 거래 관계 유지를 이유로 피해 근로자의 신고를 묵살하는 경우가 가장 위험합니다. "큰 거래처니까 참아라"는 식의 대응은 불이익 조치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둘째, 외부인에 의한 성희롱 사건은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징계권이 사업주에게 없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주가 할 수 있는 것은 피해 근로자 보호에 집중하는 것이며, 이 보호 조치의 충실성이 곧 사업주의 법적 책임 범위를 좌우합니다.
셋째, 모든 조치는 문서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구두 면담, 전화 통화 내용도 면담일지 형태로 정리해 놓으면, 추후 노동청 조사나 소송 과정에서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