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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이혼·상속 국제이혼·국제양육권
가족·이혼·상속 · 국제이혼·국제양육권 2026.04.15 조회 1

헤이그 아동탈취협약 반환 요건, 실무에서 꼭 알아야 할 핵심 기준

김정현 변호사
법률사무소 청안 · 서울특별시 구로구

국제결혼 가정의 파탄이 늘어남에 따라, 한쪽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무단으로 출국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헤이그 아동탈취협약(Convention on the Civil Aspects of International Child Abduction)에 근거한 반환 신청 건수는 연간 30건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반환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협약은 1980년 채택되어 현재 103개국이 가입해 있고, 대한민국은 2013년 3월 1일부터 이행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핵심 목적은 단순합니다. 불법으로 이동된 아동을 원래 상거소지국(아이가 평소 살던 나라)으로 신속하게 되돌려 보내고, 양육권 분쟁은 그 나라 법원에서 판단하게 하는 것입니다.

반환 요건의 기본 구조 : 신청인이 입증할 4가지

반환을 청구하는 부모(이하 신청인)는 아래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소명해야 합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법원은 반환 명령을 내리지 않습니다.

1 아동이 16세 미만일 것 - 협약은 만 16세 미만의 아동에게만 적용됩니다. 16세에 달하면 아동 스스로 거소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2 양 당사국이 모두 협약 체약국일 것 - 대한민국과 상대국 양쪽이 가입 상태여야 합니다. 미가입국으로 아동이 이동한 경우에는 협약 절차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3 이동 또는 유치가 양육권 침해에 해당할 것 - 아이를 데려간 행위가 상거소지국 법률에 따른 양육권(custody rights)을 침해해야 합니다. 여기서 양육권은 재판에 의한 권리뿐 아니라 법률, 합의, 사실상 행사 중인 권리까지 포함합니다.
4 이동 직전 아동이 체약국에 상거소를 두고 있었을 것 - '상거소'(habitual residence)란 아동이 생활의 중심을 형성한 곳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국적이나 출생지가 아니라, 실질적인 거주 기간, 학교 등록,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상거소(habitual residence) 판단 기준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요건이 바로 '상거소'의 결정입니다. 국내 법원은 다음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거주 기간과 안정성 - 최소 수개월 이상 계속 거주했는지, 일시적 방문인지를 구분합니다.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의 거주는 강력한 징표가 됩니다.

아동의 사회적 통합 정도 - 학교, 유치원 등록 여부, 현지 언어 습득 정도, 친구 관계 등이 고려됩니다.

부모의 의사 - 해당 국가에 영구적으로 정착할 의사가 있었는지, 양쪽 부모가 이에 합의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주 경위 - 직장 파견, 유학 등 일시적 목적이었는지, 영구 이주를 전제로 했는지가 달라집니다.

주목할 점은, 부모가 합의하여 새 나라로 이주한 경우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거소가 변경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한쪽 부모의 동의 없이 아이를 데려왔더라도, 상당 기간 경과 후 아동이 새 환경에 완전히 적응했다면 상거소 변경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반환 거부 사유 : 법원이 반환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

협약은 아동의 신속한 반환을 원칙으로 하지만, 예외적으로 법원이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를 두고 있습니다. 상대방(아이를 데려온 부모)이 이 사유를 주장하고 입증해야 합니다.

협약 제12조 후단 - 불법 이동 후 1년이 경과한 뒤에 반환 신청이 이루어진 경우, 아동이 새로운 환경에 정착(settled)했다면 반환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협약 제13조 제1항 (a) - 신청인이 이동 당시 양육권을 실제로 행사하고 있지 않았거나, 이동에 동의 또는 사후 추인한 경우입니다.

협약 제13조 제1항 (b) - 반환 시 아동에게 중대한 해악의 위험(grave risk of harm) 또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원용되는 항변이며, 동시에 법원이 가장 엄격하게 심리하는 요건이기도 합니다.

협약 제13조 제2항 - 아동 본인이 반환에 반대하고, 그 의견을 고려할 만한 연령과 성숙도에 이른 경우입니다. 국내 실무에서는 대체로 만 10세 이상의 아동 의견을 경청하되, 결정적 사유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협약 제20조 - 반환이 요청받은 국가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 보호에 관한 기본원칙에 반하는 경우입니다. 매우 예외적으로만 적용됩니다.

중대한 해악의 위험(제13조 제1항 b) 심층 분석

실무상 가장 많이 주장되면서도 인용률이 높지 않은 사유가 '중대한 해악의 위험'입니다. 법원은 이 항변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합니다.

첫째, 위험의 중대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양육환경이 바뀌어 아이가 불편해질 수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신체적 학대, 심각한 방임, 가정폭력에 대한 직접 노출 등 구체적이고 심각한 위험이 소명되어야 합니다.

둘째, 상거소지국에서의 보호 가능성을 고려합니다. 반환된 국가에서 법원 보호명령, 사회복지 서비스, 임시 양육 조치 등을 통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다면, 중대한 해악을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탈취 부모 본인의 어려움은 원칙적으로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주 양육자인 탈취 부모가 반환국에서 체류 자격을 잃거나 투옥될 수 있어 아동과 분리되는 결과가 불가피한 경우, 간접적으로 아동에 대한 해악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항변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은 국제적으로도 20~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법원은 협약의 반환 원칙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예외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경향입니다.

국내 절차와 시간적 제한

대한민국에서 헤이그 아동탈취협약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전속관할입니다. 절차의 특성상 신속한 처리가 요구되며, 주요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앙당국 접수 - 법무부가 중앙당국 역할을 수행합니다. 외국 중앙당국으로부터 반환 요청을 수령하면, 당사자 소재 파악, 임의 반환 교섭을 먼저 시도합니다.

법원 심리 - 임의 반환이 성립하지 않으면 법원에 반환 심판을 청구합니다. 법원은 접수일로부터 6주 이내에 결정하도록 노력해야 하며(국제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법률 제12조), 실무상으로는 2~4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즉시항고 - 결정에 불복할 경우 2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으며, 항고심에서 추가 3~6개월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불법 이동 후 1년이 경과하기 전에 반환 신청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1년이 지나면 상대방이 아동의 정착을 이유로 반환 거부를 주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법적 함의와 향후 전망

헤이그 아동탈취협약 사건은 단순한 양육권 분쟁이 아닙니다. 이 절차에서 법원은 '누가 더 좋은 부모인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직 아동이 불법으로 이동되었는지, 반환 거부 사유가 있는지만을 심리합니다. 양육의 적격성은 원래 상거소지국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 협약의 기본 철학입니다.

그러나 이 원칙이 때때로 혹독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을 피해 자녀를 데리고 본국으로 돌아온 부모의 입장에서는, 반환 명령이 가해 환경으로의 회귀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최근 국제적 논의에서는 가정폭력 사안에서의 제13조 제1항 (b) 적용 기준을 좀 더 유연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행법 시행 10년이 넘어가면서 판례가 축적되고 있고, 서울가정법원의 심리 수준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만 사건의 복잡성에 비해 국내 전문가 풀이 아직 제한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이 분야는 국제사법, 가족법, 아동법이 교차하는 고도의 전문 영역이므로, 사건 초기 단계부터 경험 있는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김정현
김정현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청안 · 서울특별시 구로구
헤이그 아동탈취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양쪽 부모 모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갈등이기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반환 요건 충족 여부와 거부 사유의 소명은 사건 초기 증거 확보 전략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동의 이동이 발생한 즉시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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