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채린 변호사입니다.
성년후견인으로서 가족을 돌보고 계신 분들 중에, 후견감독인이 후견사무 보고에 이의를 제기해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성심성의껏 피후견인을 돌봤는데 감독인이 문제를 제기하면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실제 상담에서 자주 접하는 유형의 사례를 바탕으로, 후견사무 보고 과정에서 감독인 이의가 발생하는 원인과 대응 방법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사례 상황]
대전에 사는 A씨(58세, 자영업)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84세)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어 3년째 후견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예금 약 1억 2,000만 원을 관리하며, 매년 가정법원에 후견사무 보고서를 제출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보고서를 제출한 뒤, 후견감독인 B씨(법률전문가)가 두 가지 항목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첫째, A씨가 어머니의 계좌에서 인출한 월 180만 원의 간병비 명목 지출이 과다하다는 지적이었고, 둘째, A씨가 어머니 소유 부동산의 수선비 430만 원을 집행하면서 사전에 감독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후견감독인의 핵심 역할은 피후견인의 재산이 적정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민법 제940조의6에 따르면, 후견감독인은 후견인의 사무를 감독하고 필요 시 가정법원에 보고할 수 있습니다.
A씨의 경우 월 180만 원의 간병비를 지출하고 있었는데, 감독인 B씨는 유사한 지역의 간병비 평균(약 120~140만 원)을 근거로 과다 지출 가능성을 지적한 것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간병비의 적정성은 단순히 지역 평균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피후견인의 건강 상태, 간병 강도(야간 간병 포함 여부), 간병인의 자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A씨의 어머니처럼 치매가 중증 단계인 경우 야간 돌봄이 필요하여 비용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추면 충분히 소명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A씨가 준비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자료가 갖추어져 있다면, 감독인의 이의에 대해 합리적으로 소명할 수 있고, 가정법원도 이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은 많은 후견인분들이 혼동하시는 지점입니다. 민법 제949조의2에 따르면,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 행위를 할 때는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감독인의 동의"와 "법원의 허가"는 별개라는 점을 정확히 구분하셔야 합니다.
핵심 정리
부동산의 매도, 담보 제공 등 처분 행위는 법원 허가가 필요하지만, 일상적인 수선이나 유지보수는 피후견인의 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통상의 관리 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선 비용의 규모가 크거나 심판문(후견개시 결정문)에 감독인의 사전 동의를 요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A씨의 사례에서 430만 원의 수선비가 문제 된 것은, 후견개시 심판문에 "200만 원 이상의 지출 시 감독인에게 사전 통지"라는 조건이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A씨가 이 조건을 간과하고 지출을 집행한 것이 이의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심판문에 기재된 조건은 법적 구속력이 있으므로, 후견인으로 활동하시는 분들께서는 반드시 자신의 심판문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 두셔야 합니다.
감독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그 내용은 가정법원에 보고됩니다. 이후 절차는 이의의 경중에 따라 달라집니다.
A씨의 경우, 간병비 항목은 소명 자료를 통해 해소 가능한 수준이고, 수선비 항목은 절차적 하자(사전 통지 누락)에 해당하므로 향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정하겠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감독인 이의의 상당수는 보고 서류의 미비나 소통 부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사항을 평소 실천하시면 불필요한 갈등을 크게 줄이실 수 있습니다.
후견 업무는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되지만, 법적 의무가 수반되는 직무이기도 합니다. 서류 정리와 절차 준수에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시면, 감독인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유지하면서 피후견인을 안정적으로 돌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