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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사업 공정거래·가맹·하도급·대리점
기업·사업 · 공정거래·가맹·하도급·대리점 2026.04.16 조회 1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제조업체가 판매가를 정해주면 위법인가요

송오근 변호사
법무법인 유스트 · 서울특별시 서초구

"본사에서 정한 소비자가격 이하로 팔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합니다. 이것도 위법한 행위인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조업체 또는 공급업체가 유통업체(대리점, 판매점 등)에 대하여 재판매가격을 구속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가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46조는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과징금, 시정명령 등 제재를 받게 됩니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란 무엇인가

재판매가격유지행위(Resale Price Maintenance, RPM)란 공급업체가 자기 상품을 공급받는 거래상대방(유통업체)에게 재판매할 때의 가격을 미리 정하고, 이를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공정거래법 제46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자는 상품을 판매하면서 거래상대방이 그 상품을 판매할 가격을 정하여 이를 유지하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유형이 해당합니다.

1) 최저 재판매가격 고정 - "이 제품은 소비자에게 30만 원 이하로 판매하지 마십시오"와 같이 하한가를 설정하는 경우

2) 가격 인하에 대한 불이익 부과 - 권장소비자가격 이하로 판매한 대리점에 물량 축소, 거래 중단 등 제재를 가하는 경우

3) 실질적 가격 구속 - 형식상 '권장가격'이라 하면서도 이를 따르지 않으면 사실상 불이익을 주는 경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는 행위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해당 가격을 강제하거나, 이를 따르지 않을 때 불이익을 가하는 행위입니다.

위반 판단의 핵심 기준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은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여부를 판단할 때 다음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가격 구속의 실질성 - 단순 권장인지, 실제로 가격 이탈 시 제재가 뒤따르는지

불이익의 존재 - 공급 중단, 물량 축소, 리베이트 삭감 등 구체적 불이익이 있는지

합의 또는 강제 여부 - 공급업체의 일방적 통보인지, 유통업체와의 합의가 있었는지

특히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사례는, 공급업체가 '가격 준수 약정서'에 서명을 받거나, 온라인 최저가 위반 시 자동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경우 가격 구속의 실질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

공정거래법 제46조 제2항은 저작물(서적, 음반 등)에 대해서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문화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도서정가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최고 재판매가격(상한가)을 설정하는 행위는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어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해당 행위가 실질적으로 가격을 고정하는 효과를 가지는지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이 밖에 과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를 받으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제도가 있었으나, 현행법에서는 저작물 외에는 인가 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입니다.

위반 시 제재 수준

재판매가격유지행위로 적발될 경우 다음과 같은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정명령 - 해당 행위의 중지, 가격 구속 약정 폐기 등

과징금 - 관련 매출액의 최대 2%까지 부과 가능

고발 - 중대한 위반의 경우 검찰 고발 가능,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

실제 과징금 사례를 보면, 대형 제조업체가 대리점에 최저 판매가를 강제한 사건에서 수십억 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된 경우가 다수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중소 공급업체도 규모에 관계없이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 유의해야 할 사항

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관련하여 실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권장'과 '강제'의 구분 -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자체는 적법하나, 이를 따르지 않을 때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가한다면 위법성이 문제됩니다.

2. 서면 계약 점검 - 대리점 계약서나 거래 약정에 가격 준수 의무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자체가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검토가 필요합니다.

3. 온라인 최저가 모니터링 시스템 - 최저가 위반 자동 감지 및 제재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4. 유통업체의 대응 방법 - 공급업체로부터 가격 구속을 받고 있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거나 관련 증거(통지문, 이메일, 카카오톡 메시지 등)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자진 시정의 실익 -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조사 개시 전에 자발적으로 가격 구속 행위를 중단하고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과징금 감경에 도움이 됩니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공급업체와 유통업체 사이에서 흔히 발생하면서도, 그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영역입니다.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방치하다가 과징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므로, 공급 계약의 가격 관련 조항을 미리 점검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송오근
송오근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유스트 · 서울특별시 서초구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업계에서 관행처럼 이루어지다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비로소 문제를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대리점 계약서에 가격 관련 조항이 남아 있으면 그 자체가 핵심 증거가 되므로, 공급업체든 유통업체든 계약 내용을 조속히 점검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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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오근 변호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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