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로스쿨] 법의 날개로 내일의 정의를
얼마 전 이런 사연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결혼 12년 차인 A씨(43세, 서울 거주 직장인)는 이혼 협의 과정에서 배우자 B씨(41세)로부터 "재산분할 포기 각서에 서명하면 아이 양육권을 넘기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시 자녀(10세)의 양육권을 어떻게든 확보하고 싶었던 A씨는 고민 끝에 각서에 서명했고, 협의이혼이 성립되었습니다.
그런데 이혼 후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A씨는 심각한 문제를 깨달았습니다. 부부 공동재산으로 형성된 아파트 시가 9억 원, 예적금 2억 3천만 원 등 총 11억 원이 넘는 재산에 대해 단 한 푼의 분할도 받지 못한 것입니다. A씨는 뒤늦게 "그 각서를 무효로 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안고 법률 상담을 찾게 되었습니다.
사건 개요
- 혼인 기간: 12년 / 부부 공동재산: 약 11억 원
- A씨: 이혼 시 재산분할 포기 각서에 서명 (양육권 교환 조건)
- 이혼 성립 후 8개월 경과, 각서 무효 주장 검토 중
이 사안에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부분은 재산분할 포기 각서 자체의 법적 효력입니다. 많은 분들이 "서명했으니 끝"이라고 생각하시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는 협의이혼 시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 협의가 당사자 간 자유로운 의사에 기반해야 유효합니다. 실무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유가 있을 때 각서의 효력이 다투어집니다.
각서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는 경우
A씨의 경우, "양육권을 넘기겠다"는 조건이 실질적으로 양육권과 재산분할권을 교환하도록 강요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자녀 양육권은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재산분할의 대가로 거래할 수 있는 성격의 권리가 아닙니다. 이 점에서 각서 자체가 공서양속에 반할 여지가 있습니다.
설령 각서의 무효를 주장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A씨에게는 또 다른 길이 열려 있습니다. 바로 이혼 후 재산분할 청구입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은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에 그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중요한 것은 이혼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는 제척기간(除斥期間)입니다.
제척기간 관련 핵심 사항
- 이혼 성립일(협의이혼 신고일)로부터 2년 이내 청구
- 이 기간은 소멸시효와 달리 중단이나 정지가 없음
- A씨는 이혼 후 8개월이므로 아직 약 1년 4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음
다만 여기서 문제는, 이미 "재산분할을 포기하겠다"는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판례의 태도를 보면,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있었더라도 그 협의 내용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의사결정에 하자가 있었다면, 법원은 그 협의의 효력을 부정하고 새로운 재산분할을 명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법원은 단순히 "당사자가 합의했으니 유효하다"고 쉽게 결론 내리지 않습니다. 특히 11억 원이 넘는 공동재산에 대해 한 푼도 분할하지 않는 합의는, 합의 당시의 경위와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A씨처럼 재산분할 포기 각서의 효력을 다투고자 한다면,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A씨 사안의 실무적 판단
A씨의 경우 (1) 양육권과 재산분할권의 교환이라는 부당한 조건이 있었고, (2) 11억 원 이상의 공동재산을 전혀 분할받지 못하는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며, (3) 아직 제척기간 내에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하면, 법원에 재산분할 청구를 제기하면서 기존 각서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실익이 충분합니다.
다만, 각서의 효력 판단은 작성 당시의 구체적 정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증거 확보와 법리 구성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