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형사 및 의료] 전문 분야 등록된 박 변호사입니다.
상속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목적으로, 피상속인(부모)이 생전에 특정 상속인으로부터 유류분 포기 약정을 받아두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재산을 원하는 대로 배분하면서도 분쟁을 막고 싶고, 자녀 입장에서도 부모 생전에 서명 한 장으로 문제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피상속인 생전에 이루어진 유류분 포기 약정은 법적으로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이유와 실무적 대안까지 명확하게 짚겠습니다.
우리 민법은 유류분에 관한 사전 포기를 허용하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판례 역시 일관되게, 상속 개시 전에 이루어진 유류분 포기 약정은 무효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핵심 논거 정리
참고로, 독일이나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법원의 허가를 전제로 상속 개시 전 유류분 포기를 허용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법에는 이에 해당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외국 법제를 근거로 한 주장은 국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공증을 받았으니 효력이 있다, 변호사 앞에서 서명했으니 유효하다, 가족 전원이 합의했으니 문제없다 등의 주장이 빈번합니다.
명쾌하게 정리하면, 형식을 불문하고 상속 개시 전 유류분 포기 약정은 무효입니다.
자필 각서 - 무효
공증받은 약정서 - 무효
가족 전원 합의서 - 무효
녹취, 영상 기록 포함 약정 - 무효
공증은 문서의 작성 사실과 서명의 진정성을 증명할 뿐, 문서 내용의 법적 유효성까지 담보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수백만 원의 비용을 들여 공증을 받아도, 상속 개시 후 유류분 청구를 막을 수 없습니다.
유류분 포기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시점입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된 이후, 유류분권리자가 자신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명시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유효합니다. 상속 개시 후에는 유류분이 구체적 권리로 확정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류분반환청구권은 반환 청구를 할 수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상속 개시일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민법 제1117조). 이 기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상속 분쟁을 줄이고 싶은 목적 자체는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사전 포기 약정이 무효라는 점을 인정한 위에서,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정리하겠습니다.
2024년 헌법재판소는 유류분 제도 자체에 대해 일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관련 법률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부모에 대한 부양이나 기여도를 유류분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논의,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 자유를 더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합니다.
다만, 현행법 하에서는 여전히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1/2로 보장되며, 사전 포기 약정이 무효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현행 법리를 기준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유류분 사전 포기 약정은 어떤 형식을 갖추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분쟁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사전 포기 약정이 아니라, 유언 설계와 재산 구조 정리를 통한 체계적인 상속 계획이 필요합니다. 상속 개시 후에는 유류분 포기나 분할 협의가 가능하므로, 시점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대한변협 [형사 및 의료] 전문 분야 등록된 박 변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