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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확장, 택지 개발, 산업단지 조성 등 공익사업으로 토지 일부가 수용되면, 남는 땅인 잔여지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면적이 줄고 형상이 불규칙해지면서 종전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접근 자체가 어려워지는 사례가 실무에서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때 토지소유자에게 인정되는 권리가 바로 잔여지 수용 청구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잔여지 수용 청구는 단순히 "땅이 남았으니 사달라"는 요청이 아닙니다. 토지보상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정한 구체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입증 책임도 소유자에게 있습니다. 이 요건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청구 자체가 기각되거나 보상액에서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잔여지 수용 청구의 법적 근거는 토지보상법 제74조입니다.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는 일단의 토지 일부가 공익사업에 편입되고, 나머지 토지가 종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소유자는 사업시행자에게 잔여지 전부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핵심 조문 요약 (토지보상법 제74조 제1항)
동일 소유자의 토지 일부가 수용 또는 사용됨으로 인하여 잔여지의 가격이 감소하거나 잔여지를 종래의 목적에 사용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할 때, 소유자는 잔여지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 제도의 취지는 명확합니다. 공익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토지 일부를 강제 취득해 놓고, 남은 땅의 가치 하락분을 소유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헌법상 정당보상 원칙(헌법 제23조 제3항)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잔여지 수용 청구는 이 보상의 공백을 메우는 제도입니다.
실무에서 잔여지 수용 청구가 인정되려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하나라도 미흡하면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쟁점이 바로 "현저히 곤란"의 해석입니다. 핵심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면적 기준으로, 잔여지가 건축법상 최소 대지 면적에 미달하거나 분할 제한 면적 이하로 남는 경우에는 비교적 쉽게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도시지역 주거용 토지인데 잔여지가 60제곱미터(약 18평) 미만이라면 독립 건축이 불가능하므로 종래 목적 사용이 현저히 곤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형상 기준으로, 폭이 2미터 이하의 세장형(가늘고 긴 형태) 토지가 되거나, 맹지(도로에 접하지 않는 토지)가 된 경우도 인정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격 감소 기준으로,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60조는 잔여지 가격 감소율이 편입 전 전체 토지 가격의 3분의 1을 초과하면 매수 청구 사유로 봅니다. 다만, 이 수치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며 개별 사안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실무 포인트
잔여지 가격 감소율은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합니다. 소유자가 자체적으로 감정평가를 의뢰해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사업시행자 측 감정과 소유자 측 감정의 차이가 크면 재결(행정적 결정) 단계에서 제3의 감정평가가 실시될 수 있습니다.
잔여지 수용 청구에서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 청구 시기입니다.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토지보상법 제74조 제1항에 따른 매수 청구는 사업인정 고시일 이후부터 해당 공익사업의 토지 수용 재결 시까지 해야 합니다. 즉, 보상 협의 단계에서 미리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고, 오히려 권장됩니다.
만약 이 시기를 놓쳤다면, 수용 재결에 대한 이의재결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 다투는 방법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는 입증 부담이 커지고 시간도 오래 걸리므로, 가능한 한 재결 전에 청구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리합니다.
구체적인 절차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잔여지 수용 청구와 혼동하기 쉬운 것이 잔여지 가격 감소 보상(토지보상법 제73조)입니다. 이 둘의 차이를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잔여지 가격 감소 보상은, 잔여지를 종래 목적대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가격이 하락한 경우에 그 하락분을 보상받는 것입니다. 반면 잔여지 수용 청구는, 아예 종래 목적으로 사용하기 곤란해졌으니 남은 땅 전부를 매수해 달라는 것입니다.
실무 전략
잔여지 수용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가격 감소 보상은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가지를 동시에 또는 예비적으로 청구하는 것이 실무에서의 기본 전략입니다. 수용 청구가 기각되면 자동으로 가격 감소 보상이 검토되는 것이 아니므로, 반드시 별도로 주장해야 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잔여지 수용 청구가 기각되는 원인은 대체로 다음 세 가지에 집중됩니다.
첫째, 현저한 곤란의 입증 부족입니다. 막연히 "쓸모없어졌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건축 불가 확인서, 농기계 진입 불가 사진, 감정평가서 등 객관적 증거가 필요합니다.
둘째, 일단의 토지 인정 실패입니다. 편입 토지와 잔여지가 별개의 토지로 판단되면 청구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등기부등본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이용 현황을 보여주는 항공사진, 현장 사진, 임대차계약서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셋째, 청구 시기 도과입니다. 재결이 완료된 후 상당 기간이 경과한 뒤에야 청구하는 경우, 절차적으로 각하될 수 있습니다. 보상 협의 통지를 받은 즉시 대응을 시작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최근 몇 년간 대규모 공익사업이 늘어나면서 잔여지 분쟁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연간 재결 건수는 2020년 약 3,200건에서 2024년 약 4,800건으로 증가했고, 이 중 잔여지 관련 분쟁 비율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토지보상법 개정 논의에서도 잔여지 보상 기준의 구체화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현저히 곤란"이라는 추상적 요건을 면적, 형상, 접도 여부 등 객관적 기준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다만, 현행법 체계에서도 판례가 축적되면서 판단 기준은 상당히 구체화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유자가 수동적으로 사업시행자의 보상안을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파악하여 적시에 행사하는 것입니다. 잔여지 수용 청구는 시기와 증거 확보가 결과를 좌우하는 만큼, 사업인정 고시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