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동진의 박동진 변호사입니다.
"회사가 사업부를 넘기면 거기 소속 직원들은 자동으로 넘어가는 건가요?"
자산양수도 거래를 앞두고 가장 빈번하게 제기되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산양수도의 경우 합병과 달리 근로관계가 법률상 당연히 승계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거래의 실질이 '영업양도'에 해당하면 판례에 의해 포괄적 근로관계 승계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 거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먼저 '자산양수도'와 '영업양도'는 법적으로 다른 개념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자산양수도 : 개별 자산(부동산, 설비, 재고 등)을 특정하여 매매하는 거래입니다. 원칙적으로 권리·의무가 개별 이전되며, 근로관계는 자동 승계 대상이 아닙니다.
영업양도 :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해 조직화된 유기적 일체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이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물적 자산뿐 아니라 인적 조직, 거래처, 영업 노하우 등이 포괄적으로 이전됩니다.
대법원은 "영업양도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형식상 '자산양수도 계약'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영업의 동일성이 유지된 채 이전되었다면, 법원은 이를 영업양도로 볼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영업양도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법원이 주로 고려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양도 대상 자산이 특정 영업 부문의 유기적 일체를 구성하는지
- 기존 인력의 상당수가 양수인에게 고용되었는지
- 거래처·고객 관계가 승계되었는지
- 양수인이 동종 영업을 계속하는지
- 양도인의 경업금지(같은 사업을 하지 않을) 의무가 있는지
이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영업의 동일성이 유지되었다고 판단되면, 양도인의 근로자에 대한 근로관계는 양수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됩니다.
영업양도가 인정되는 경우, 핵심적인 법적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근로관계의 포괄적 승계
양도인과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가 그 내용 그대로 양수인에게 승계됩니다. 근속연수, 임금 조건, 퇴직금 산정 기초 등이 모두 유지됩니다.
2. 근로자 동의 없이도 승계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없어도 승계가 이루어집니다. 다만 근로자가 양수인에게의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양도인과의 근로관계가 유지됩니다.
3. 해고 제한
양수인이 영업양도를 이유로 승계 대상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른 정당한 이유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반면, 순수한 자산양수도(영업양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서는 근로관계가 자동 승계되지 않습니다. 양수인이 일부 근로자를 채용하더라도, 이는 새로운 근로계약에 의한 것이므로 기존 근속연수나 근로조건이 그대로 승계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사례 중 하나는, 양도인과 양수인이 자산양수도 계약서에 "근로관계는 승계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명시하는 경우입니다.
이 점에 대해 대법원은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영업양도의 실질이 인정되는 한, 당사자 간 근로관계 배제 합의는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내부적 약정으로 근로자의 법적 지위를 임의로 박탈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근로관계 승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계약서 문구만 변경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래의 실질 자체가 영업양도에 해당하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양수인 측 유의사항
- 인수 대상 자산의 범위를 정할 때, 영업의 유기적 일체 이전에 해당하는지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 영업양도에 해당할 경우, 승계 대상 근로자의 인건비·퇴직금 부담을 인수 가격에 반영해야 합니다. 양도인 재직 기간 동안 발생한 퇴직금 지급 의무도 양수인이 부담하게 됩니다.
- 근로조건 변경이 필요하다면, 승계 이후 근로기준법이 정한 절차(취업규칙 변경 등)에 따라 별도로 진행해야 합니다.
양도인 측 유의사항
- 영업양도가 인정되더라도 양수인에게 승계를 거부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양도인이 계속 고용 의무를 부담합니다.
- 잔존 사업이 없어 고용 유지가 불가능한 경우, 경영상 해고(근로기준법 제24조)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해고 회피 노력, 합리적 기준에 의한 대상자 선정, 50일 전 통보 등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근로자 측 유의사항
- 회사가 자산양수도라고 설명하더라도, 실질이 영업양도에 해당하면 근로관계 승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 양수인이 일부 근로자만 선별 채용하면서 영업양도의 실질이 있다면, 채용에서 배제된 근로자는 부당해고를 다툴 수 있습니다.
-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양도 전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 두어야 합니다.
자산양수도에서의 근로관계 승계 문제는 거래의 형식이 아닌 실질에 의해 판단됩니다. 거래 구조 설계 단계에서부터 노동법적 쟁점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