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사 책임보험(D&O, Directors and Officers Liability Insurance)을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주대표소송이 터지면, 이사 개인 재산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배상금을 감당해야 합니다. "설마 나한테까지 오겠어"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가상 사례를 통해 정리하겠습니다.
사건 개요
서울에서 연매출 800억 원 규모의 IT 솔루션 기업 'M테크'를 운영하는 대표이사 A씨(52세)와 사내이사 B씨(46세)가 있습니다. 2024년 초, M테크 이사회는 해외 스타트업 C사를 120억 원에 인수하는 결의를 진행했습니다. 인수 전 실사(Due Diligence)를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했으나, 기술 실사는 별도로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인수 후 6개월 만에 C사의 핵심 특허 3건이 무효소송에 걸려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C사의 기업가치는 약 30억 원 수준으로 재평가되었습니다. M테크 주가는 35% 하락했고, 지분 15%를 보유한 기관투자자 D펀드가 A씨와 B씨를 상대로 약 90억 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문제는 M테크가 D&O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안에서 A씨와 B씨의 선관주의의무(상법 제382조의3) 위반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법상 이사는 회사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상법 제399조). 실무에서 판단 기준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미국법상 경영판단원칙이 적용되면 이사의 판단이 어느 정도 보호받지만, 우리 법원도 이를 참고하되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 판단이었는지'를 엄격하게 봅니다. 기술 실사 생략은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D&O 보험이 있었다면 소송 방어비용과 배상금 상당 부분을 보험사가 부담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가입 상태에서는 모든 비용이 이사 개인에게 돌아옵니다.
D&O 보험이 커버하는 3가지 영역
Side A - 회사가 이사를 보상해줄 수 없는 경우(회사 파산 등), 보험사가 이사에게 직접 보상
Side B - 회사가 이사에게 보상한 금액을 보험사가 회사에 환급
Side C - 회사 자체가 피고가 된 증권소송 비용 보상(상장사 해당)
M테크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발생한 비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씨와 B씨의 개인 자산을 합산해도 배상금 전액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실무에서도 이런 사례를 빈번하게 접하게 됩니다.
이 사례의 교훈은 단순히 "D&O 보험에 가입하라"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입해놓고도 보장을 못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5가지 항목
연간 보험료는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장한도 50억 원 기준으로 대략 연 3,000만~8,000만 원 수준입니다. M테크 사례에서 발생한 손해 규모를 생각하면 이 비용은 극히 합리적인 투자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D&O 보험 미가입 상태라면 즉시 가입을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외부투자를 유치했거나 기관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한 기업은 사실상 필수입니다. 주주대표소송 리스크가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미 가입한 경우에도 보장한도, 면책조항, 방어비용 선급 조항을 법률 전문가와 함께 재검토해야 합니다. 보험 약관은 일반 계약서보다 해석이 까다롭고, 사소한 문구 차이가 수십억 원의 보장 여부를 가릅니다.
셋째, D&O 보험은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정관상 이사 면책 조항, 이사 보상(Indemnification) 계약과 함께 설계되어야 완전한 보호 체계가 됩니다. 상법 제400조에 따라 이사 책임의 일부 면제가 가능하므로, 정관 개정까지 포함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