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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기준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쟁의행위 발생 건수는 전년 대비 약 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노사 모두에게 가장 첨예한 갈등 요인이 되는 것이 바로 쟁의행위 기간 중 임금 지급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일을 안 했으니 임금을 안 준다'는 상식 차원을 넘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과 판례가 축적해 온 정교한 법리에 의해 판단됩니다.
이 글에서는 쟁의행위 중 임금 지급의 기본 원칙부터 예외적으로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 그리고 실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쟁점까지 차분히 정리하겠습니다.
쟁의행위 기간 중 임금 지급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무노동 무임금'(No Work, No Pay)입니다. 노조법 제4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핵심 조문
노조법 제44조 제1항 -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이 원칙은 민법상 쌍무계약의 일반론에 기초합니다. 근로계약은 근로자의 노무 제공과 사용자의 임금 지급이라는 대가적 관계로 구성되므로, 일방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반대급부를 이행할 의무가 없다는 동시이행의 항변(민법 제536조)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다만, 이 원칙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쟁의행위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사용자의 임금 지급 의무가 면제됩니다. 쟁의행위 자체의 적법성 여부가 임금 청구권 존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노조법 제44조 제2항은 한 발 더 나아가 "노동조합은 쟁의행위 기간에 대한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여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의 의미를 세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쟁의행위 기간 임금 요구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파업 기간의 임금 보전을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노조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단체협약을 통한 사후 보전 합의는 별개 문제입니다
쟁의행위 종료 후 노사 합의에 의해 파업 기간의 임금 일부 또는 전부를 지급하기로 합의하는 것 자체는 금지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를 '관철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계속하는 것이 위법합니다.
위반 시 쟁의행위 자체의 정당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쟁의행위의 목적이 오로지 파업 기간 임금 지급 관철에 있다면, 해당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사용자가 쟁의행위 기간 중 임금을 지급해야 하거나 지급하게 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첫째,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쟁의행위의 경우입니다.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통해 쟁의행위를 유발한 경우, 민법 제538조(채권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이행불능) 법리에 따라 근로자는 반대급부인 임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파업이 발생한 사안에서 임금 청구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둘째, 직장폐쇄(Lock-out)가 위법한 경우입니다. 사용자가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직장폐쇄를 단행하여 근로자의 노무 제공이 거부된 경우, 이는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근로 거부로 보아 임금 지급 의무가 발생합니다.
셋째, 쟁의행위에 참가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한 임금입니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였으나, 피켓 라인 등에 의해 사실상 근로 제공이 불가능해진 비조합원 또는 비참가 조합원의 경우, 사용자의 수령 거절 또는 조합 활동에 의한 근로 불능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이 경우 구체적 사정에 따라 민법 제538조의 적용 여부가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실무 포인트
쟁의행위 기간 중 부분 파업(일부 근로자만 파업)이 이루어지는 경우,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여부는 잔여 근로자의 노무 수령 가능성, 사업장 운영 가능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사용자가 잔여 인력으로 조업이 가능함에도 일률적으로 휴업을 선언한 경우, 비참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의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 '임금'의 범위도 실무에서 빈번하게 다투어지는 쟁점입니다. 핵심은 근로의 대가로서의 성격을 가지는지 여부입니다.
공제 대상
기본급, 직무수당, 연장근로수당 등 근로 제공과 직접적 대가관계에 있는 임금 항목은 쟁의행위 기간에 비례하여 공제가 가능합니다.
공제 여부가 다투어지는 항목
상여금, 복리후생비, 가족수당 등은 그 지급 조건과 성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근속 기간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항목은 공제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임금의 각 항목별로 그 실질적 성격이 근로의 대상(대가)인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특정 수당의 지급 요건을 '출근일수'로 규정하고 있는지, '재직 기간'으로 규정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쟁의행위가 노조법상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법적 구도는 크게 달라집니다. 위법한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는 단순히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법적 책임에 노출됩니다.
징계 사유 - 위법한 쟁의행위 참가는 근로계약상 성실 의무 위반으로서 징계 대상이 됩니다.
손해배상 책임 - 사용자는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개인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 책임 -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등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사용자의 위법한 직장폐쇄에 의해 근로가 거부된 경우에는 근로자의 임금 청구권이 유지될 뿐 아니라, 휴업수당(근로기준법 제46조, 평균임금의 70% 이상) 지급 의무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쟁의행위와 임금 문제를 다룰 때, 노사 양측 모두 다음 사항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자 측면에서는 쟁의행위 기간 중 임금 공제의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산정해야 합니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각 임금 항목의 지급 기준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일률적 공제보다는 항목별 성격에 따른 개별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잘못된 공제는 오히려 임금 체불 분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 측면에서는 쟁의행위의 요구사항에 파업 기간 임금 지급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노조법 제44조 제2항 위반은 쟁의행위 전체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사유입니다. 파업 기간 임금 보전 문제는 쟁의행위 종료 후 복귀 합의 과정에서 별도로 협상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적절합니다.
또한, 부분 파업 상황에서 비참가 근로자의 임금 처리, 파업 기간 중 연차유급휴가 사용 가능 여부, 파업 기간의 근속 기간 산입 여부 등은 모두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과 단체협약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전문적인 법률 검토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쟁의행위 중 임금 문제는 노사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영역이면서도, 법리적으로는 명확한 원칙 위에 서 있습니다.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기본 원칙을 이해하되, 그 예외와 구체적 적용 범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첫걸음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