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50대 남성이 작업 중 발판에서 미끄러져 허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병원에서 수술비가 2,000만 원 이상이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현장 소장은 "일용직은 산재가 안 된다"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결국 이 분은 한동안 자비로 치료를 받다가, 뒤늦게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생각보다 빈번합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건설업 산재 사고 중 상당수가 일용직 근로자에게 발생하지만, 정작 산재 신청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상용직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일용직이라는 고용 형태 때문에 자격이 없다고 오해하거나, 사업주의 만류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제6조에 따르면,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산재보험이 적용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근로자'의 범위인데, 같은 법 제5조 제2호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그대로 준용합니다. 즉, 고용 형태가 일용직이든, 계약직이든,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면 모두 해당됩니다.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근로자 신고를 누락한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근로자의 산재 신청 자격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산재보험법 제9조에 의해 사업장은 당연 가입 대상이며, 사업주의 보험료 미납은 사업주에 대한 제재 사유일 뿐 근로자의 보험급여 수급권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핵심 정리
사업주가 "산재 가입 안 했다", "일용직은 산재 안 된다"고 말하더라도 법적으로 산재 신청은 가능합니다. 사업주의 가입 여부와 근로자의 수급권은 별개 문제입니다.
일용직 근로자의 산재 처리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투어지는 쟁점은 업무상 재해(업무와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입니다. 상용직 근로자는 출퇴근 기록, 업무일지 등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만, 일용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건설 현장처럼 하루 단위로 투입되는 일용직의 경우, 사고 당일 해당 현장에서 근무했다는 사실 자체를 증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때 실무적으로 활용 가능한 증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 중 하나는 사업주가 산재 접수를 거부하거나, "공상(사적 합의) 처리하자"며 산재 대신 치료비 일부만 지급하겠다고 제안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제안에 응했다가 후유증이 발생하면 추가 치료비를 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법 제36조 제1항은 근로자가 직접 보험급여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업주의 확인이 없어도 근로복지공단에 근로자 단독으로 산재 신청이 가능합니다. 공단은 사업주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하지만, 사업주가 협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신청이 반려되지는 않습니다. 공단이 직접 조사하여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합니다.
공상 처리의 위험성
초기 치료비가 50만~100만 원 수준이라 합의에 응하더라도, 후유장해(장해등급 판정)가 남으면 수천만 원의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산재 신청을 포기하는 합의는 법적으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입증이 곤란해집니다.
일용직 근로자가 산재로 승인되면, 상용직과 동일한 보험급여를 수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용직의 경우 평균임금 산정 방식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이 부분을 미리 이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용직 근로자의 평균임금 산정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근로일수와 임금 내역을 정확히 소명하는 것입니다. 일용직 특성상 일한 날만 임금을 받으므로, 실제 일한 날의 기록이 부족하면 통계청 고시 임금(보통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실제보다 낮은 금액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부는 건설업 등 일용직 비중이 높은 업종의 산재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전자카드 출퇴근 관리 시스템 확대, 소규모 사업장 산재보험 가입 점검 강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일용직의 산재 입증 문제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근로자 본인이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입니다. 사업주의 거부나 산재 미가입은 산재 신청의 장애물이 아닙니다. 사고 직후 진료를 받으면서 "산재 처리 예정"임을 의료기관에 알리고, 가능한 빨리 근로복지공단 관할 지사에 상담을 받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유리한 대응입니다.
일용직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보상을 포기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산재보험은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일하다 다친 모든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