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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40대 초반의 직장인 C씨는 서울에 첫 아파트를 마련하면서 매매 잔금 1억 2천만 원이 부족했습니다. 은행 대출 한도는 이미 찼고, 아버지께서 "내가 빌려줄 테니 나중에 갚아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돈을 받았지만, 2년 뒤 세무서에서 자금출처 소명 안내문이 날아왔습니다. 증여세 약 1,300만 원을 추가 납부해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C씨처럼 부모와 자녀 사이의 금전 거래에서 "차용"과 "증여"의 경계를 명확히 하지 않아 세무상 불이익을 받는 사례는 실무에서 매우 흔합니다. 특히 가족 간에는 서면 계약 없이 구두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나중에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부모-자녀 간 금전 차용을 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를 단계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국세청은 직계존비속(부모-자녀) 간 금전 이동이 확인되면 일단 "증여"로 추정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4조에 따르면, 직계존비속 간 금전 대여는 원칙적으로 증여로 추정하되, 차용 사실을 입증하면 예외로 인정하는 구조입니다.
핵심 포인트
"빌린 것"임을 납세자(자녀) 쪽에서 입증해야 합니다. 국세청이 증여가 아님을 증명할 의무가 아니라, 차용인이 빌린 것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절차를 밟아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서면 차용증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구두 약속만으로는 세무서나 법원에서 차용 사실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차용증에 반드시 포함할 항목:
실무 팁: 국세청은 무이자 또는 법정이자율(현재 연 4.6%) 미만으로 빌려줄 경우, 이자 차액분을 증여로 봅니다. 다만, 이자 차액이 연간 1천만 원 미만이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으므로, 대여금이 약 2억 1,700만 원 이하라면 무이자 차용도 증여세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금액과 무관하게 이자를 약정하고 실제로 지급하는 것이 차용 입증에 훨씬 유리합니다.
차용증을 작성한 뒤에는 해당 문서에 확정일자를 받거나, 공증사무소에서 인증공증을 받는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확정일자나 공증이 중요한 이유는 "이 문서가 해당 날짜에 실제로 존재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세무조사 시점에 소급하여 차용증을 작성했다는 의심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필요 서류: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원본 2부, 대여인-차용인 신분증, 도장(또는 서명), 인감증명서(공증 시)
반드시 부모 명의 계좌에서 자녀 명의 계좌로 "계좌이체"해야 합니다. 현금으로 주고받으면 자금 흐름을 입증할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유의 사항:
차용증에 이자 약정을 했다면, 그 약정대로 반드시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차용증만 있고 실제 이자 지급 내역이 없으면, 국세청은 "형식적 차용증"으로 판단하여 증여로 재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자 지급 방법:
참고: 부모가 자녀로부터 이자를 수령하면, 부모 쪽에서 이자소득이 발생합니다. 다만 개인 간 금전대여의 이자소득은 비영업대금의 이익으로 27.5%(소득세 25% + 지방소득세 2.5%) 원천징수 의무가 있습니다. 연간 이자 합계가 소액일 경우 실무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원칙적으로는 신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알아 두셔야 합니다.
약정한 상환 일정에 따라 원금을 갚아 나가야 합니다. 만기일시상환의 경우 만기일에 전액을, 분할상환의 경우 매월 약정액을 부모 계좌로 이체합니다.
원금 상환 시 유의 사항:
중요: 증여세 부과 제척기간은 일반적으로 10년(사기 기타 부정행위의 경우 15년)입니다. 상환이 끝났다 하더라도 관련 서류를 상당 기간 보관해야 추후 소명 요구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성년 자녀에게 10년간 5,000만 원까지는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습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따라서 필요 금액이 클 경우, 5,000만 원은 증여로 처리하고 나머지만 차용 형식으로 빌리는 방법이 실무에서 자주 활용됩니다.
예시 계산
자녀가 1억 5,000만 원이 필요한 경우:
- 5,000만 원: 증여 (비과세 한도 내, 증여세 신고는 해 두는 것이 유리)
- 1억 원: 금전소비대차 (차용증 + 공증 + 이자 지급)
이 경우 증여세 부담 없이 전액 조달이 가능하며, 차용 부분에 대해서도 정당한 대여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위 절차를 모두 마쳤더라도, 국세청의 자금출처 소명 요구가 올 수 있습니다. 그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아래 사항을 미리 점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 항목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소득이 전혀 없는 자녀가 수억 원을 빌렸다면, 실질적으로 상환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어 차용이 아닌 증여로 재분류될 수 있습니다. 자녀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어야 차용의 실질이 인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