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업 간 거래 관계에서 영업비밀 보호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 규제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영업비밀을 지키겠다며 거래처에 과도한 제한을 걸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되고, 반대로 공정한 거래 환경을 강조하다 보면 핵심 기술이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 두 법익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구조를 가상 사례를 통해 분석합니다.
[사건 개요]
반도체 소재 전문 중견기업 A사(경기 화성, 연매출 약 800억 원)는 자사의 핵심 제조공정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주요 원자재 납품업체 B사(인천, 연매출 약 120억 원)와 NDA(비밀유지계약)를 체결하면서 아래 두 가지 조항을 포함했습니다.
(1) B사는 A사에 납품하는 동안 및 계약 종료 후 3년간 A사의 경쟁사에 동종 원자재를 납품할 수 없다(전속거래 조항).
(2) B사가 A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취득한 일체의 기술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하거나 활용할 수 없으며, 위반 시 위약벌 20억 원을 부담한다.
3년째 거래 중이던 B사가 A사의 경쟁사 C사로부터 납품 요청을 받자, A사는 전속거래 조항을 근거로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B사는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 신고를 했고, A사는 별도로 B사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A사의 전속거래 조항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구속조건부 거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1항 제5호는 거래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에 따르면, 거래상대방에게 배타적 거래를 강제하여 경쟁사업자의 거래기회를 부당하게 차단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A사 입장에서는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겠지만, 핵심은 '비밀 보호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섰는가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영업비밀 보호 목적이라 하더라도 전속거래 조항이 경쟁제한 효과를 발생시키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위반 관련 매출액의 2~4%)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A사의 연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과징금만으로도 수십억 원에 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NDA 자체의 효력과 위약벌 조항의 효력은 별개로 판단됩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비밀유지 대상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가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영업비밀은 (1) 비공지성, (2) 경제적 유용성, (3) 비밀관리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A사의 제조공정 기술이 이 요건을 갖추었다면 NDA의 비밀유지 조항 자체는 유효합니다.
둘째, 위약벌 20억 원이 과도한지 여부입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은 부당히 과다한 위약금(위약벌 포함)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법원은 아래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B사 연매출의 16.7%에 달하는 위약벌은, 실제 손해 입증 없이 그대로 청구될 경우 법원에서 상당 부분 감액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NDA의 비밀유지 의무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 사례의 실질적 핵심입니다. A사는 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B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했습니다. 두 절차는 별개의 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진행되며, 한쪽 결과가 다른 쪽을 자동으로 구속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상호 영향이 발생합니다.
결론적으로, A사는 영업비밀 보호와 공정거래법 준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 사례입니다. 이 구조에서 가장 큰 패착은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선택한 수단이 비례의 원칙을 벗어난 것입니다.
이러한 경합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실무 포인트를 정리합니다.
공정거래법과 영업비밀 보호법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 수단의 비례성이라는 접점에서 만납니다. 비밀을 보호하되, 시장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구간을 설계하는 것이 계약 작성 단계에서의 핵심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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