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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업 · 법인설립·지분구조·주주간계약 2026.04.20 조회 17

주주간계약 우선매수권 분쟁, 계약서 한 줄이 수억을 갈랐다

김
김재헌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함께 운영하던 두 사람이, 지분 매각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갈등에 빠진 것입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우선매수권 조항 하나가 수억 원의 운명을 결정짓는 사안이었습니다.

사건 개요

A씨(42세, IT 개발자)와 B씨(38세, 의료기기 영업 전문가)는 2021년 공동으로 헬스케어 플랫폼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A씨 지분 55%, B씨 지분 45%였고, 설립 당시 주주간계약(SHA)을 체결하면서 "일방이 지분을 제3자에게 양도하려는 경우, 다른 주주에게 동일 조건으로 우선매수할 권리를 부여한다"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2024년, B씨에게 외부 투자사 C로부터 B씨 지분 전량을 12억 원에 매수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B씨는 A씨에게 구두로 "지분을 넘기려 한다"고 언급한 뒤, 2주 만에 C사와 양수도 계약을 체결해 버렸습니다. A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우선매수권 행사를 주장했지만, B씨와 C사는 "통지를 했으니 절차를 다 밟은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쟁점 1: 우선매수권 통지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 유효한가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B씨의 구두 통지가 유효한 우선매수권 행사 기회 부여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 ROFR)은 법률에 따로 정해진 표준 양식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주간계약서에 통지 방식, 기한, 필수 기재사항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명시했느냐가 분쟁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실무상 유효한 통지에 필요한 요소

- 서면 또는 내용증명 등 기록이 남는 방식일 것

- 양수 희망 가격, 양수인 정보, 거래 조건을 명확히 기재할 것

- 우선매수권 행사 가능 기간(보통 30일 내지 60일)을 명시할 것

B씨가 전화로 "지분을 넘기려 한다"고 말한 것은 매수 가격도, 상대방 정보도, 행사 기한도 알리지 않은 불완전한 통보입니다. 실무에서 이런 경우 우선매수권 행사 기회가 제대로 부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씨 입장에서는 "동일 조건"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쟁점 2: 우선매수권을 무시한 지분 양도의 효력

두 번째 쟁점은 더 핵심적입니다. B씨가 우선매수권 절차를 무시하고 C사에 지분을 넘겨버린 행위가 법적으로 어떤 효과를 갖느냐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주간계약의 성격이 중요합니다. 주주간계약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간의 채권적 합의입니다. 즉, 계약 위반이 곧바로 지분 양도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B씨와 C사 사이의 양수도는 주식 명의개서까지 완료되었다면 제3자인 C사에 대해 양도 무효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A씨가 취할 수 있는 경로가 있습니다.

1
손해배상 청구 B씨의 계약 위반으로 인해 A씨가 동일 조건(12억 원)에 매수할 기회를 상실한 손해를 금전으로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2
지분 양도 무효 주장(제한적) 정관에 "이사회 승인 없는 주식 양도를 제한한다"는 양도제한 규정이 있었다면, 이사회 승인 없이 이루어진 양도는 회사에 대해 효력이 없습니다(상법 제335조 제1항 단서). A씨가 대표이사 겸 이사였다면 이 방어선을 활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3
가처분 신청 지분 양도 직후라면 명의개서 금지 가처분을 통해 C사 앞으로의 주주명부 변경을 막고, 본안 소송에서 다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A씨의 법인 정관에는 "주식의 양도는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A씨가 유일한 이사였기에 이사회 승인이 없었고, 이 점이 C사에 대한 양도 효력을 다투는 핵심 근거가 되었습니다.

쟁점 3: 우선매수권과 동반매도권(Tag-along)의 혼동

이 사건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B씨 측 대리인은 "해당 조항은 동반매도청구권(Tag-along Right)을 의미하는 것이지, 진정한 우선매수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실무에서 이런 혼동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두 권리의 차이를 명확히 해두어야 합니다.

우선매수권(ROFR): 양도인이 제3자와 합의한 것과 동일한 조건으로 기존 주주가 먼저 살 수 있는 권리

동반매도청구권(Tag-along):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때 소수주주도 동일 조건으로 함께 매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A씨와 B씨의 주주간계약서에는 "다른 주주에게 동일 조건으로 우선매수할 권리를 부여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이를 동반매도청구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언 해석상 우선매수권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러나 만약 계약서에 "동일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처럼 모호하게 기재되어 있었다면, 해석 다툼은 훨씬 치열해졌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주간계약서의 용어 선택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사건이 남긴 실무적 교훈

A씨의 사건은 결국 이사회 승인 부재를 이유로 한 명의개서 금지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이후 A씨와 C사 사이에서 별도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이 사례를 통해 우선매수권 설정 시 반드시 점검해야 할 실무 포인트를 정리하겠습니다.

1
통지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 서면 통지 의무, 필수 기재사항(매수 가격, 양수인, 거래 조건), 행사 기간(30일~60일)을 빠짐없이 기재해야 합니다.
2
위반 시 효과를 명확히 규정 "우선매수권 절차를 거치지 않은 양도는 무효로 한다"는 문구를 넣고, 위약벌 조항도 병행 설정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채권적 합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장치입니다.
3
정관상 주식 양도 제한과 연동 상법 제33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정관으로 주식 양도를 이사회 승인 사항으로 정해두면, 주주간계약 위반 시에도 회사 차원에서 양도 효력을 다툴 수 있는 이중 안전장치가 됩니다.
4
권리 명칭과 내용을 정확히 일치 우선매수권, 동반매도청구권, 동반매각요청권(Drag-along) 등 각 권리의 정의를 계약서 전문에 명확히 기재하고, 약칭과 혼동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공동 창업이든 투자 유치든, 법인의 지분 구조를 설계할 때 우선매수권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많은 분쟁을 일으키는 조항 중 하나입니다. 계약서의 한 줄이 수억 원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이 사건은 여실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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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헌 변호사의 코멘트
주주간계약 분쟁을 다루다 보면, 우선매수권 조항이 있으면서도 통지 절차나 위반 효과가 빠져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경우를 자주 접합니다.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위반 시 양도 무효' 조항과 정관상 양도 제한을 함께 설정해 두시면 분쟁 발생 시 훨씬 강력한 방어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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