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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중견 제조업체의 법무팀장이 급하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대표이사가 본인 소유의 부동산을 회사에 임대하겠다는 안건을 다음 주 이사회에 올리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사회에서 그냥 의결하면 되는 건가요, 아니면 별도 절차가 필요한 건가요?" 이 질문은 기업 경영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 문제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핵심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사가 회사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거래할 때는 반드시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상법 제398조는 이사의 자기거래(이사와 회사 간 거래)에 대해 이사회 승인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절차를 생략하면 거래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고 이사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까지 발생합니다.
상법 제398조에 따르면,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려면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의 중요 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 사실"이란 거래의 목적, 대상, 금액, 조건 등을 포함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직접거래 : 이사 본인이 회사와 매매, 임대차, 금전대차 등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간접거래 : 이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다른 법인이나, 이사의 배우자 등 특수관계인이 회사와 거래하는 경우
경업거래 : 이사가 회사와 동종 영업을 하는 경우 (상법 제397조, 별도 규정이지만 이해상충의 한 유형)
2011년 상법 개정으로 간접거래까지 이사회 승인 대상에 포함되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사 명의가 아닌 배우자나 이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법인 명의로 거래하더라도 승인 의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자기거래는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다만, 판례는 회사가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지, 거래 상대방인 이사 측에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회사나 주주가 문제를 제기하면 거래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인 법적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이사회 승인을 받기는 했으나 절차상 하자가 있어 분쟁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단순히 의결만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래 사항을 빠짐없이 준수해야 합니다.
이해관계 이사의 의결권 배제 : 자기거래의 당사자인 이사는 해당 안건의 의결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상법 제391조 제3항의 특별이해관계인). 해당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 과반수 출석, 출석 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합니다.
거래 조건의 공정성 확보 : 시가 감정, 시장 조사 등 객관적 자료를 기반으로 거래 조건이 회사에 불리하지 않음을 소명해야 합니다.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 시세보다 낮은 매도가격 등은 바로 문제가 됩니다.
이사회 의사록 정비 : 거래의 내용, 이해관계인 고지 내용, 특별이해관계인 배제 사실, 찬반 결과를 의사록에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나중에 분쟁이 생기면 이 의사록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사후 보고 의무 : 이사회 규정 또는 내부 컴플라이언스 지침에 따라 거래 이후 실행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는 절차도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이사회 구성원이 적어 이해관계 이사를 제외하면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주주총회의 승인으로 대체하거나, 사외이사 선임 등을 통해 이사회 구성을 보완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이해상충 관리를 단순히 자기거래 승인에 한정하지 않고, 전사적 이해상충 관리 규정(내부 컴플라이언스 정책)을 수립하여 임직원의 겸직, 외부 활동, 특수관계인 거래 등을 사전에 신고하고 심사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사전 예방 체계가 갖추어져 있어야, 문제가 터진 뒤에 대응하는 것보다 회사와 임직원 모두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