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우석 변호사입니다.
가정폭력이라고 하면 배우자 간의 문제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상담을 해보면, 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성인 자녀의 사례도 적지 않게 접하게 됩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신고하기 어렵고, 신고하더라도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모르셔서 오랜 기간 고통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직계존속에 의한 가정폭력 피해의 법적 대응 방법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32세 직장인 C씨(여성, 사무직)는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별도 세대에 거주하는 아버지 D씨(61세)로부터 수년간 폭력을 당해왔습니다. D씨는 음주 후 C씨의 집을 찾아와 현관문을 두드리며 욕설을 퍼붓고, 문을 열면 물건을 던지거나 뺨을 때리는 행위를 반복했습니다.
C씨는 최근 D씨가 찾아와 화분으로 머리를 가격해 전치 2주 진단을 받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인데 어떻게 처벌받게 하느냐"는 주변의 시선에 심리적 부담이 컸고, 무엇보다 D씨가 보복할까 두려웠습니다.
C씨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계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부모 자식 관계이기 때문에 더 복잡한 감정이 얽히지만, 법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 제2조에서는 가정구성원의 범위를 배우자뿐 아니라 직계존비속(부모, 자녀, 조부모, 손자녀 등) 관계에 있는 사람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별도 세대에 거주하더라도 직계존비속 관계라면 가정구성원에 해당합니다.
핵심 포인트
C씨와 D씨는 부녀 관계(직계존비속)이므로, D씨의 폭행은 가정폭력처벌법상 가정폭력범죄에 명확하게 해당합니다. 같은 집에 살지 않더라도 적용됩니다.
실무에서 보면,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직계혈족 사이의 폭력에 대해 가정폭력 사건으로 접수되고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부모님이니까 가정폭력이 아니라 단순 폭행 아니냐"고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C씨처럼 직계존속으로부터 반복적 폭력을 당하는 경우, 가장 시급한 것은 물리적 안전 확보입니다. 가정폭력처벌법은 이를 위해 여러 단계의 보호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위반 시 제재
임시조치나 보호명령을 위반한 가해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가정폭력처벌법 제63조).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보호 수단입니다.
C씨의 경우, 경찰 신고 당일 긴급임시조치로 D씨에 대한 접근금지가 이루어졌고, 이후 법원의 임시조치를 거쳐 피해자 보호명령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D씨가 이를 위반할 경우 즉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므로, C씨의 안전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구조입니다.
가정폭력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다르게 처리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찰은 가정폭력 사건을 형사처벌 절차로 진행할 수도 있고, 가정보호 사건으로 법원에 송치할 수도 있습니다.
직계존속 피해의 경우, 피해자의 의사가 특히 중요하게 반영됩니다. 많은 분들이 "처벌까지는 원하지 않지만, 다시는 찾아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하시는데, 이 경우 가정보호 사건으로 처리되면서 접근금지 등의 보호처분이 내려지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의사 존중 원칙
가정폭력처벌법 제9조의2에 따르면, 피해자의 의사는 사건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고려 사항입니다. 다만, 피해가 중대하거나 반복적인 경우에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와 무관하게 형사절차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C씨는 D씨에 대한 처벌보다 안전한 생활의 회복을 우선 원했습니다. 다만, 전치 2주의 상해가 발생했고 폭력이 수년간 반복되었다는 점에서, 검찰은 가정보호 사건 송치와 함께 피해자 보호명령 청구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처리했습니다.
부모로부터 폭력 피해를 받고 계신 분들께 실무 경험에 기반한 몇 가지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C씨는 수년간 "부모인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폭력을 감내해 왔습니다. 하지만 법적 보호 제도를 활용한 이후, D씨와 물리적 거리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 자식 관계라는 이유로 폭력을 참아야 할 법적 의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족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피해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제공하고 있으며, 반드시 형사처벌로만 귀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어려운 상황에 계신 분이라면, 가능한 이른 시점에 법적 보호 수단을 활용하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