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국제이혼 절차 중 배우자가 해외에 보유한 부동산이나 예금을 몰래 처분해 버렸습니다. 이를 사해행위로 취소하고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배우자가 재산분할 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 소재 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사해행위 취소 또는 이에 준하는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외국 재산의 경우 준거법, 재판 관할, 판결의 집행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층위의 문제가 겹치므로, 국내 사해행위취소소송과는 접근 방식이 상당히 다릅니다.
국내법상 사해행위취소는 민법 제406조에 근거합니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재산을 처분한 경우, 채권자는 법원에 그 법률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혼 재산분할의 맥락에서는 배우자 일방이 재산분할 청구권(잠재적 채권)을 침해하기 위해 재산을 은닉하거나 제3자에게 염가 양도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국제이혼 상황에서는 문제의 재산이 외국에 소재하고 있으므로 추가적인 법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다음 세 가지 쟁점이 순차적으로 발생합니다.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르면 채권의 효력(사해행위취소를 포함한 채권자취소권)은 원칙적으로 해당 채권 자체의 준거법에 따릅니다. 이혼 재산분할의 경우 국제사법 제39조에 의해 부부의 동일 본국법, 동일 상거소지법, 또는 부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의 법이 순차적으로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 국적 부부가 미국에 보유한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재산분할의 준거법은 한국법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부동산 물권변동 자체에는 소재지법(미국 해당 주법)이 적용될 수 있어 법률 관계가 복잡해집니다.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한국 법원에 제기할 수 있는지, 아니면 재산 소재지국 법원에 제기해야 하는지의 문제입니다. 국제사법 제2조의 일반 원칙에 따르면, 당사자 또는 분쟁 대상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원이 관할을 가집니다.
한국 법원에 이혼 소송이 계속 중이라면, 재산분할과 관련된 사해행위취소 역시 한국 법원에서 병합 심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외국 부동산에 대한 물권적 청구(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등)는 해당 부동산 소재지국이 전속관할을 가지는 것이 국제적 원칙이므로, 이 경우 한국 판결만으로는 원상회복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중 전략을 고려합니다.
사해행위취소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외국 소재 재산에 대해 실제로 원상회복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구제 수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재산 소재지국에서의 가처분 또는 자산 동결 명령
재산이 추가 처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국가 법원에 긴급 보전처분을 신청합니다. 영국의 Mareva Injunction(마레바 명령), 미국의 Temporary Restraining Order(TRO)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절차는 소요 기간이 수일에서 수주로 비교적 빠르지만, 현지 변호사 선임이 필수적이며 비용은 통상 500만 원에서 3,000만 원 이상 발생합니다.
2. 한국 법원 재산분할 결정에서 가액 반영
외국 재산을 직접 원상회복하기 어려운 경우, 한국 법원이 재산분할 심판에서 해당 재산의 처분 시점 가액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법입니다. 대법원은 배우자 일방이 이혼 소송 중 재산을 부당하게 처분한 경우, 그 처분 가액을 기여도 산정 시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3. 외국 판결의 승인 및 집행
한국 법원의 사해행위취소 판결을 재산 소재지국에서 승인받아 집행하는 방법입니다. 민사소송법 제217조의 외국판결 승인 요건에 상응하는 조건을 상대국에서도 충족해야 하며, 국가 간 상호보증이 존재하는지가 중요한 변수입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과는 일정 범위에서 상호 승인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외국 재산 처분이 모두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의 경우에는 취소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사해행위취소권에는 제척기간이 존재합니다. 한국 민법 기준으로 채권자가 취소 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외국 재산의 경우 처분 사실을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재산 변동 징후를 포착한 즉시 법적 조치를 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하면, 국제이혼 과정에서 배우자의 외국 재산 처분에 대해 사해행위취소를 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준거법 판단, 국제재판관할, 판결 집행이라는 삼중의 장벽이 존재합니다. 실효적 구제를 위해서는 한국 법원에서의 재산분할 가액 반영 전략과 재산 소재지국에서의 보전처분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이를 위해 재산 처분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