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판결문을 넘어선 종합적 문제 해결을 추구합니다
투자금 사용 제한 서약은 벤처투자 실무에서 투자계약의 핵심 조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투자자가 납입한 자금이 합의된 용도 외의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되는 이 서약은, 위반 시 투자금 반환 청구는 물론 대표이사 개인의 연대책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아래 사례를 통해 실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쟁점을 정리합니다.
사건 개요
서울에서 AI 기반 물류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대표 A씨(38세)는 2024년 초 시리즈A 라운드에서 벤처캐피털 B사로부터 1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투자계약서에는 '투자금 사용 제한 서약(Use of Proceeds Covenant)'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고, 투자금은 (1) 기술개발 인력 채용, (2) 서버 인프라 확장, (3) 마케팅 비용으로만 사용하도록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A씨는 투자금 중 4억 원을 자신이 개인적으로 관여하는 별도 법인의 부동산 임차보증금으로 전용했고, 추가로 1억 2천만 원을 대표 개인 차량 리스 및 가족 여행 경비로 사용한 사실이 회계감사 과정에서 확인되었습니다. B사는 투자계약 위반을 이유로 투자금 전액 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투자금 사용 제한 서약은 투자계약서(주주간계약 또는 투자계약) 내에 포함되는 확약(Covenant) 조항에 해당합니다. 이는 단순한 선언적 약속이 아니라, 위반 시 구체적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계약상 의무입니다.
실무에서의 일반적 구조
투자금 사용 용도를 열거 방식(Positive List)으로 특정하고, 열거되지 않은 용도로의 사용을 금지합니다. 일정 금액(통상 투자금의 10~20%) 이상을 열거 외 목적에 사용하려면 투자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이 표준적인 형태입니다.
이 서약은 민법상 채권적 계약으로서 당사자 간에 완전한 구속력을 가집니다. A씨의 사례에서 투자금 사용처가 기술개발, 인프라, 마케팅으로 한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 법인 임차보증금 및 개인 경비에 사용한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에 해당합니다.
다만 실무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용도 제한의 범위 해석'입니다. 예컨대 '마케팅 비용'에 브랜드 홍보 목적의 사옥 인테리어 비용이 포함되는지, '인력 채용'에 임원 스톡옵션 행사 관련 비용이 포함되는지 등이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 체결 시 용도를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예외 승인 절차를 명확히 규정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계약서에는 통상적으로 서약 위반 시의 구제수단(Remedy)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A씨의 경우 B사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특히 A씨처럼 투자금을 개인 용도로 전용한 경우에는 단순한 계약 위반을 넘어 횡령(형법 제355조 제1항) 또는 업무상 횡령(형법 제356조)의 형사 책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회사 자금을 대표이사가 개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개인 차량 리스와 가족 여행 경비 합계 1억 2천만 원은 형사 기소의 충분한 사유가 됩니다.
실무에서 투자자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전용 사실의 조기 발견입니다. A씨의 경우에도 회계감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약 10개월간 전용 사실이 은폐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은 모니터링 장치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며, 실무적으로도 권장됩니다.
투자금 전용 방지를 위한 계약상 장치
- 투자금 전용계좌(Escrow Account) 지정 의무
- 월별 또는 분기별 자금 사용 내역 보고 의무
- 일정 금액(예: 5천만 원) 이상 집행 시 투자자 사전 동의
- 투자자 측 감사인의 수시 회계 열람권
- 이사회 내 투자자 지명 이사의 자금 집행 승인권
A씨의 사례에서 만약 투자금 전용계좌가 설정되어 있었거나, 분기별 사용내역 보고 의무가 충실히 이행되었다면 전용 사실은 훨씬 조기에 발견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B사 역시 모니터링 의무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으나, 이것이 A씨의 계약 위반 책임을 감경시키지는 않습니다.
한편, 투자금 전용이 발견된 후의 대응도 중요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즉시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계약 위반 사실을 통지하고, 시정 기간(Cure Period, 통상 30일)을 부여한 뒤 시정되지 않을 경우 투자금 반환 청구 등 구제수단을 행사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안전합니다. 시정 기간 없이 바로 반환 청구를 하면, 회사 측에서 절차적 하자를 주장할 여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금 사용 제한 서약과 관련하여 투자자와 피투자기업 양측이 유의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용도 제한 조항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전용계좌 지정과 정기 보고 의무를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특히 대표이사 개인의 연대책임 조항을 명시하지 않으면, 회사가 무자력 상태에 빠졌을 때 투자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투자금 사용 제한 서약을 형식적으로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위반 시의 법적 결과는 매우 중대합니다. 용도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면, 반드시 투자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사후에 양해를 구하는 방식은 계약 위반의 치유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투자금 전용 분쟁은 금액이 크고 형사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분쟁 초기 단계에서 법적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