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약 900만 명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기간제(계약직) 근로자의 비중이 상당하며, 계약 기간이 끝난 뒤 갱신을 거절당하는 사례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계약 기간이 만료된 것이니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법적으로는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은 계약직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는 경우와 그 판단 기준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기간제 근로계약은 원칙적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자동 종료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면, 이는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및 근로기준법 제23조가 적용되어 부당해고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핵심 포인트: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면, 계약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는 갱신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것일까요. 대법원과 노동위원회는 다음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더라도, 사용자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갱신 거절은 적법합니다. 실무에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는 대표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근무 성적 불량: 객관적 평가 기준에 따라 업무 수행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 단, 주관적인 평가만으로는 부족하며, 평가 기준이 사전에 공지되고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2) 징계 사유에 준하는 비위 행위: 근무 기간 중 복무 규정 위반, 무단결근 등이 반복된 경우입니다.
3) 경영상 필요: 해당 업무 자체가 폐지되거나 조직 개편으로 인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경우. 다만 정리해고에 준하는 요건(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 회피 노력 등)을 갖추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입증 책임입니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된 이상, 갱신 거절의 정당한 사유는 사용자 측에서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라는 이유만으로는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기간제법 제4조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총 2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2년을 초과하여 계속 사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정규직으로 간주됩니다. 이 경우 갱신 거절이 아닌 통상의 해고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므로,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 종료는 명백한 부당해고가 됩니다.
다만, 모든 기간제 근로자에게 2년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55세 이상 고령자, 박사학위 소지자의 연구 업무, 특정 사업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등은 예외에 해당합니다.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근로자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을 종합해 보면, 갱신기대권의 인정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반복 갱신 횟수뿐 아니라 업무의 상시성, 사용자의 암묵적 기대 유발 행위까지 폭넓게 고려하는 추세입니다.
기간제 근로자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반복적으로 계약이 갱신되어 왔다면, 단순한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은 법적 리스크가 큽니다. 사용자 측에서는 갱신 거절 시 사전에 합리적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어야 하며, 근로자 측에서는 갱신기대권의 존재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를 체계적으로 확보해 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대응 전략입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