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를 위해 끝까지 전력을 다하는 변호사, 소통이 잘 되는 변호사
부모님이 생전에 유언장을 작성해 두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막상 상속이 개시된 뒤에야 유언장이 어디 있는지 몰라 곤란을 겪으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유언장의 존재 자체가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유언장이 감춰지거나 훼손되어 고인의 뜻이 무시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실무에서 자주 접합니다. 오늘 살펴볼 사례는 법원의 유언장 보관제도를 활용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두 가정 이야기입니다.
서울에서 30년간 인테리어 사업을 해 오신 이모 씨(72세)는 슬하에 두 아들 A(46세)와 B(43세)를 두고 계셨습니다. 이모 씨는 재산 대부분인 시가 약 12억 원 상당의 상가건물을 사업을 함께 운영해 온 큰아들 A에게, 나머지 예금 3억 원을 작은아들 B에게 물려주겠다는 내용의 자필증서 유언(자필로 작성하고 날인한 유언장)을 2023년 8월에 작성하셨습니다. 유언장 원본은 자택 서재 금고에 보관해 두었습니다.
2025년 3월 이모 씨가 갑작스럽게 타계하신 뒤, B는 부친의 서재를 정리하던 중 금고 안에서 유언장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B는 상가건물 분배가 불공평하다고 느꼈고, 결국 유언장의 존재를 형 A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혼자 보관해 두었습니다. A는 유언장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형제간 법정상속분(각 1/2)으로 분할 협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모 씨가 생전에 법원의 유언장 보관제도를 이용하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유언증서의 검인(민법 제1091조)은 가정법원이 유언장의 형식과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자필증서·비밀증서 유언은 상속개시 후 반드시 법원에 제출하여 검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검인은 유언장의 현재 상태를 기록할 뿐, 유언의 유·무효를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자필증서 유언은 작성이 간편한 대신, 원본의 보관이 전적으로 유언자 또는 유언자가 지정한 사람에게 맡겨집니다. 이모 씨 사례처럼 상속인 중 한 명이 유언장을 은닉하거나, 화재·이사 등으로 분실되는 경우에는 고인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이 법원 유언증서 보관제도입니다. 2019년 7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자필증서 유언을 작성한 뒤, 가정법원에 원본 보관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법원이 유언장 원본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유언자 사망 후 상속인 등 이해관계인이 열람·교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모 씨가 이 제도를 이용했다면, B가 유언장을 은닉하더라도 A가 사망 사실을 법원에 소명한 뒤 유언증서 열람·교부를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유언장 원본이 법원에 안전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유언장을 고의로 숨긴 B의 행위는 단순한 도의적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상속결격 사유(민법 제1004조 제5호)에 따르면,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는 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 즉 B가 유언장을 은닉한 사실이 밝혀지면, B는 상속인 자격 자체를 잃게 됩니다.
상속결격이 인정되면 B는 법정상속분은 물론 유류분(법이 보장하는 최소 상속 몫)조차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12억 원 상가에 대한 불만 때문에 유언장을 감추었다가, 오히려 3억 원의 예금 상속분까지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무에서는 은닉 사실의 입증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고인이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정황(증인 진술, 법무사 상담 기록, 메신저 대화 등)이 확인되면 법원이 은닉을 추정할 여지가 있고, 이 경우 은닉자에게 입증 부담이 사실상 전환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모 씨의 유언이 정상적으로 발견되어 집행되었다고 가정해 봅니다. B는 총 상속재산 15억 원(상가 12억 + 예금 3억) 중 3억 원만 받게 되므로, 자신의 법정상속분 7억 5,000만 원(1/2)의 절반인 3억 7,500만 원이 유류분이 됩니다. B가 실제로 받는 3억 원은 유류분에 미달하므로, B는 A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민법 제1115조)를 할 수 있습니다. 부족분 약 7,500만 원 상당에 대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유언장 보관제도를 이용하면 유언의 존재와 내용이 확실히 보전되므로, 유류분 침해 여부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고, 이를 기초로 형제간 합리적 협의가 가능해집니다. 유언장이 없어져 버리면 유류분 산정 자체가 불가능해지거나, 유언의 존재를 두고 별도의 소송이 장기화되는 일이 많습니다.
유언장을 작성하신 뒤, 혹은 작성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께 실무에서 드리는 조언을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자필증서 유언의 요건(전문 자서, 연월일·주소·성명 자서, 날인)을 빠짐없이 충족해야 합니다. 요건 하나라도 누락되면 유언 자체가 무효가 되므로, 작성 전에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둘째, 작성 후 가능한 빨리 관할 가정법원에 보관 신청을 하십시오. 보관 비용은 약 5,000원이며, 소요 시간도 30분 내외로 간단합니다.
셋째, 유언 내용을 변경하고 싶은 경우, 기존 유언장을 반환받고 새 유언장을 다시 보관하면 됩니다. 횟수 제한은 없습니다.
넷째, 유언장 보관 사실은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나 법률 전문가에게 알려 두셔야 합니다. 법원이 유언자 사망을 자동으로 감지하여 상속인에게 통보하는 시스템은 아직 완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언장 보관제도는 비용도 저렴하고 절차도 간단하지만, 이 제도를 모르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이용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모 씨 사례에서 보셨듯, 유언장 한 통이 안전하게 보관되었는지 여부가 가족 전체의 상속 결과를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작은 준비가 가족 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고인의 마지막 뜻을 온전히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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