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IT 솔루션 기업 대표 A씨(47세, 경기 성남)는 최근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핵심 개발팀장이던 B씨(39세)가 퇴사한 지 한 달 만에 경쟁 업체를 설립하고, A씨 회사가 수주하여 진행 중이던 공공기관 전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제안서, 설계 문서, 소스코드 일부를 거의 그대로 활용하여 동일 발주처에 저가 입찰을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피해 규모는 계약금 기준 약 3억 2,000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퇴사자 프로젝트 탈취 사안은 단순한 인력 이동 문제가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 전직금지 의무 위반, 나아가 업무상배임까지 여러 법적 쟁점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사건입니다. A씨 사례를 중심으로 핵심 쟁점 세 가지를 분석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경제적 유용성),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비밀관리성) 정보를 말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요건은 '비밀관리성'입니다. 단순히 사내 서버에 저장해두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접근 권한 제한, 보안 서약, 문서 등급 분류 등 회사가 비밀로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A씨의 경우, 다음 사항이 영업비밀 인정 여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A씨 회사는 사내 문서관리 시스템에 접근 등급을 설정해두었고, B씨와 입사 시 비밀유지서약서를 체결한 상태였습니다. 이 경우 비밀관리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프로젝트 제안서·설계서·소스코드 모두 영업비밀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B씨는 입사 시 '퇴사 후 2년간 동종 업계 취업 및 경쟁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전직금지약정이 모든 경우에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다음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효성을 판단합니다.
전직금지약정 유효성 판단 기준
- 보호할 이익의 존재: 영업비밀 또는 이에 준하는 이익이 있는가
- 근로자의 지위: 핵심 기술·영업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직책이었는가
- 제한의 범위: 지역·기간·업종 범위가 합리적인가
- 대상 보상 여부: 전직금지에 대한 별도 보상(보상금, 퇴직금 가산 등)이 있었는가
- 공공의 이익: 과도한 제한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가
B씨의 경우 핵심 개발팀장으로서 프로젝트 전체 설계에 관여한 점, 회사가 퇴직금 외에 별도 전직금지 보상금 600만 원을 지급한 점 등을 고려하면, 2년이라는 기간이 다소 길더라도 약정 자체의 유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기간을 1년으로 축소 조정하는 사례도 빈번하므로, 약정서 작성 단계에서 기간·업종·지역을 구체적으로 한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이 사안처럼 퇴사 후 동일 발주처에 동일 유형의 프로젝트로 경쟁 입찰한 행위는 단순 동종업 취업과 구별되므로, 약정 위반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유형에 해당합니다.
퇴사자의 프로젝트 탈취에 대해서는 민사와 형사를 병행하여 대응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효과적입니다. 주요 법적 수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형사 절차
민사 절차
핵심 실무 포인트: 증거 확보의 타이밍이 사건의 성패를 결정합니다. 퇴사자의 프로젝트 탈취 정황이 포착되면, 사내 시스템의 접근 로그, 이메일 발송 기록, USB·클라우드 접속 이력 등 디지털 증거를 즉시 보전해야 합니다. 시간이 경과하면 로그가 덮어쓰기되거나 삭제될 수 있으므로, 디지털 포렌식 전문업체에 의뢰하여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A씨 사례와 같은 분쟁은 사후 대응만으로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기업 차원에서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퇴사자의 프로젝트 탈취는 기업에 치명적인 손해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사전 예방 체계를 갖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이미 침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증거 보전과 가처분 신청의 신속성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