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우리 콘텐츠가 AI 학습에 쓰여도 되는 건가요? 계약서에 관련 조항이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2025년 현재, AI 학습 데이터 사용에 관한 별도 조항이 계약서에 없으면 분쟁 발생 시 양측 모두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기존 저작권법이나 일반 라이선스 조항만으로는 AI 모델 훈련이라는 새로운 이용 형태를 충분히 포섭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 결론, 법적 근거, 예외, 실무 팁 순으로 정리합니다.
저작권법상 저작물의 '이용'이란 복제, 전송, 공연, 2차적저작물 작성 등 법률이 열거한 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AI 학습(머신러닝 트레이닝)은 데이터를 대량으로 복제하여 모델 파라미터에 반영하는 과정으로, 기존 유형 중 '복제'와 '2차적저작물 작성' 사이 어딘가에 놓입니다.
결론적으로, 계약서에 AI 학습 데이터 사용 허락(또는 금지) 조항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1. 데이터 제공자 측: 자신의 콘텐츠가 AI 모델 훈련에 무단 사용된 사실을 뒤늦게 알아도, 계약 위반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2. 데이터 수령자(AI 개발사) 측: "일반 이용 허락에 AI 학습도 포함된다"는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위험이 큽니다.
3. 양측 모두: 손해배상 범위 산정 기준이 없어 분쟁이 장기화됩니다.
현행 저작권법 제35조의5(정보분석을 위한 복제 등)는 2023년 개정으로 도입된 조항입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닌 정보분석을 위한 복제는 공정이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인데, 여기서 핵심은 '상업적 목적'의 범위입니다.
실무상 대부분의 AI 학습은 상업적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정보분석 면책 규정에 기대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결국 계약서에서 이용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 유일한 안전장치입니다.
또한 민법상 계약 해석 원칙에 따르면, 이용 허락 범위가 불분명할 때에는 권리자(데이터 제공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계약서에 안 썼으니 AI 학습도 당연히 포함"이라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1. 오픈소스 라이선스 데이터: CC BY 4.0 등 일부 오픈 라이선스는 목적 제한 없이 복제를 허용합니다. 다만 CC BY-NC(비상업적)는 상업적 AI 학습에 사용 불가합니다. 라이선스 유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2.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 AI 학습 허락 조항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에 따른 별도 동의, 또는 가명처리 후 제17조의2에 따른 특례 적용이 필요합니다.
3. 기존 계약에 "모든 목적의 이용 허락" 문구가 있는 경우: 포괄적 문구라도 AI 학습이라는 구체적 이용 형태를 예측할 수 없었다면, 법원이 해당 이용을 허락 범위 밖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무에서 AI 학습 데이터 조항을 설계할 때 다음 5가지를 빠짐없이 포함시키는 것을 권합니다.
1. 이용 목적 특정: "AI 모델 훈련(파인튜닝 포함)"이라고 구체적으로 기재합니다. 단순히 "데이터 분석"이라 쓰면 범위가 모호합니다.
2. 이용 범위: 학습 후 모델 내 잔존 여부, 모델 재배포 가능 여부, 파생 모델 생성 가능 여부를 명시합니다. 이 부분이 빠지면 분쟁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3. 대가 산정 기준: 건당 단가, 데이터량 기준 정액, 또는 AI 서비스 매출의 일정 비율(로열티) 등 구체적 산식을 정합니다. 시장 시세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분야이므로, 재협상 조항(예: 12개월마다 단가 재산정)을 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4. 계약 종료 후 처리: 계약 해지 시 학습된 모델에서 해당 데이터의 영향을 제거(언러닝)할 의무가 있는지, 아니면 이미 학습된 부분은 존속하는지를 정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완전한 언러닝은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 대안(추가 대가 지급, 이용 기간 연장 등)을 함께 규정합니다.
5. 감사(Audit) 권한: 데이터 제공자가 수령자의 AI 학습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감사 권한을 부여합니다. 연 1회 이상, 제3자 감사 비용 부담 주체, 감사 범위(로그 열람 등)를 특정합니다.
실무 팁: 계약서 초안 작성 시 AI 학습 허락 조항은 별도 부속서(별첨)로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AI 기술과 규제 환경이 빠르게 변하므로, 본 계약은 유지하면서 부속서만 갱신하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부속서에는 데이터 목록, 허용되는 학습 방식(사전학습, 파인튜닝, RAG 등), 금지 행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합니다.
AI 학습 데이터 사용 허락 조항은 아직 표준 양식이 확립되지 않은 영역입니다. 그만큼 계약 당사자 간의 세밀한 협의와 법적 검토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