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40대 초반의 한 의뢰인이 배우자와 이혼 합의를 마치고 법원에 협의이혼 의사확인 기일까지 잡아 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지정된 출석일 직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한 달 넘게 입원하게 되면서 법원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이혼 의사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기일에 출석하지 못하면 협의이혼이 무산되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컸습니다.
이처럼 협의이혼 절차에서 의사확인 기일에 출석하지 못하는 사례는 실무에서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질병, 해외 체류, 긴급 출장 등 사유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법원이 인정하는 정당한 불출석 사유를 어떻게 소명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민법 제836조의2에 따르면, 협의이혼은 가정법원이 이혼 의사를 직접 확인한 뒤 확인서를 교부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법원이 부부 양쪽의 출석을 요구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당사자 일방에 대한 강압이나 위계에 의한 이혼을 방지하고, 진정한 의사에 기반한 이혼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가사소송규칙 제73조 역시 "당사자 쌍방이 함께 출석"할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쪽이라도 출석하지 않으면 의사확인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기일이 연기되거나 취하 간주될 수 있습니다.
실무 포인트
의사확인 기일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법원은 통상 1회 기일을 재지정합니다. 그러나 2회 연속 불출석 시에는 사건이 취하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 운영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유가 "정당한 불출석 사유"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법률이 개별 사유를 나열하고 있지는 않지만, 실무에서 법원이 소명을 받아들이는 유형은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됩니다.
주의할 점
"업무가 바빠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배우자와 만나기 싫어서" 등의 사유는 정당한 불출석 사유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당사자의 주관적 사정보다 객관적으로 출석이 불가능한 상황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불출석이 예상되는 경우, 실무적으로 다음 순서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소명자료 체크
- 질병: 진단서, 입원확인서, 소견서 중 1개 이상
- 해외 체류: 출입국사실증명서 + 항공권 사본 또는 재직증명서
- 수감: 수용증명서 (교정기관 발행)
- 가족 위급: 사망진단서 또는 입원확인서 + 가족관계증명서
부부 일방이 장기간 해외에 거주하여 귀국 자체가 어려운 경우에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실무에서는 재외공관(대사관, 영사관)에서의 이혼 의사 확인 절차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재외국민 등록법 및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해외 체류 당사자는 현지 대한민국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서 이혼 의사를 확인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국내 법원에서의 출석은 면제되며, 영사가 확인한 서류를 국내 법원에 송부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다만 이 절차는 양 당사자가 모두 이혼에 동의하고 있어야 하며, 관할 재외공관에 사전 예약이 필요합니다. 재외공관의 업무 사정에 따라 수 주에서 한두 달까지 소요될 수 있으므로, 계획이 있다면 가급적 일찍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 법원은 협의이혼 신청이 취하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 경우 처음부터 다시 협의이혼 신청서를 접수하고, 숙려기간(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3개월, 없으면 1개월)을 다시 거쳐야 합니다.
한편, 한 쪽 당사자가 고의로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이혼 의사가 철회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더 이상 협의이혼 절차를 유지하기 어려우며, 이혼을 원하는 측은 재판이혼(민법 제840조)으로 절차를 전환해야 합니다.
실무에서의 현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협의이혼에 합의해 놓고 의사확인 기일 직전에 마음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불출석이 단순한 사정 때문인지, 이혼 의사 자체가 변한 것인지를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락이 되지 않거나 사유 설명을 회피한다면, 재판이혼 전환을 검토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입니다.
협의이혼 의사확인 기일의 불출석은 절차상 상당한 지연을 초래할 수 있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고 이를 적절히 소명한다면 절차가 무산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전에 법원과 소통하고, 객관적 증빙자료를 빠짐없이 갖추는 것입니다. 출석이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면, 기일이 지정되는 시점부터 대응 계획을 세워 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현명한 접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