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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 근로시간·휴가·포괄임금제
노동 · 근로시간·휴가·포괄임금제 2026.05.06 조회 25

유연근무제 핵심근무시간 설계, 잘못하면 포괄임금제 분쟁까지 번진다

한정윤 변호사

오늘은 유연근무제에서 핵심근무시간(코어타임)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그리고 설계를 잘못했을 때 어떤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핵심근무시간 설정을 단순히 내부 공지 한 장으로 처리하다가 근로시간 산정 분쟁, 나아가 포괄임금제 무효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사례가 실무에서 적지 않습니다.

사례 개요

서울 마포구 소재 IT 스타트업 D사(직원 45명)는 2023년 3월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습니다. 정산기간은 1개월, 핵심근무시간은 오전 10시~오후 4시(점심 1시간 제외, 실 5시간)로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개발팀 소속 A씨(32세,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핵심근무시간 중에도 외부 미팅, 재택 전환 등이 빈번했고, 기획팀 소속 B씨(28세, 서비스 기획자)는 핵심근무시간 외 야간 업무가 반복되면서도 별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B씨는 퇴사 후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약 840만 원을 청구하는 진정을 노동청에 제기했습니다.

쟁점 1: 핵심근무시간의 법적 성격과 설정 요건

첫째, 선택적 근로시간제에서 핵심근무시간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부터 정리하겠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2조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규정하면서, 취업규칙 변경과 서면 합의를 통해 정산기간, 총 근로시간, 의무적으로 근로해야 할 시간대(핵심근무시간) 등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근무시간은 반드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포함되어야 하는 필수 기재사항입니다.

서면 합의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사항

1
대상 근로자의 범위
2
정산기간 (1개월 이내, 신상품 개발 등은 3개월 이내)
3
정산기간의 총 근로시간
4
반드시 근로해야 할 시간대(핵심근무시간)의 시작 및 종료 시각
5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대(선택적 근로시간)의 시작 및 종료 시각

D사의 경우, 핵심근무시간 자체는 서면 합의서에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운영에 있었습니다. A씨처럼 핵심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이탈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면, 실질적으로 핵심근무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 경우 노동청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자체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쟁점 2: 핵심근무시간 위반과 연장근로수당 산정

둘째, B씨의 연장근로수당 청구가 정당한지 분석하겠습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에서 연장근로 여부는 개별 일(日) 단위가 아니라, 정산기간 총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1개월 정산기간의 경우, 해당 월의 법정 근로시간 총량(주 40시간 x 해당 월의 주 수)을 초과한 시간이 연장근로가 됩니다.

1개월 정산기간 법정 근로시간 계산 예시

해당 월의 역일수가 31일인 경우:

40시간 x (31일 / 7일) = 약 177.1시간

이 시간을 초과하는 근로가 연장근로에 해당합니다.

B씨는 야간에 업무 지시를 받아 작업한 시간을 포함하면 정산기간 총 근로시간이 매월 200시간 이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D사는 "유연근무제이므로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시간을 배분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핵심은 야간 업무가 사용자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느냐 여부입니다.

실무에서는 팀장의 메신저 업무 지시, 긴급 배포 요청 이메일 등이 증거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B씨가 슬랙(Slack) 메시지와 지라(Jira) 작업 이력을 제출했고, 야간 업무 대부분이 상급자 지시에 의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해당 시간은 정산기간 총 근로시간에 합산되어야 합니다.

결국 정산기간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한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합니다. B씨의 월평균 통상시급이 약 23,000원이었다면, 월 23시간 초과 근로 기준으로 월 약 79만 원, 연간으로는 B씨가 청구한 840만 원에 근접하는 금액이 산출될 수 있습니다.

쟁점 3: 포괄임금 약정과 유연근무제의 충돌

셋째, D사가 입사 시 체결한 포괄임금 약정이 유연근무제 하에서도 유효한지 검토하겠습니다.

D사는 전 직원에게 월 고정 OT 수당 30시간분을 포함한 연봉 계약서를 작성하게 했습니다. 이른바 포괄임금제입니다. 그러나 판례의 기본 입장은 명확합니다. 포괄임금 약정이 유효하려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이거나,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어야 합니다.

포괄임금제가 무효가 되는 대표적 상황

-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함에도 포괄임금 약정을 체결한 경우

- 포괄임금에 포함된 연장근로시간을 실제 연장근로시간이 상당 폭으로 초과하는 경우

- 근로자에게 현저히 불리한 경우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정산기간과 총 근로시간이 서면으로 특정되어 있으므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정산기간별로 정확한 근로시간 산정이 전제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D사의 포괄임금 약정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취지와 구조적으로 모순되며,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B씨는 포괄임금에 포함되었던 고정 OT 30시간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 전부에 대해 추가 수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포괄임금 약정 자체가 무효라면 고정 OT 30시간분도 기본급의 일부로 재산정되어, 통상시급이 상향 조정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미지급 수당 총액은 B씨의 당초 청구액보다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유연근무제 핵심근무시간, 이렇게 설계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핵심근무시간 설계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실무적 원칙을 정리하겠습니다.

1
서면 합의의 구체성 확보 - 핵심근무시간의 시작과 종료 시각을 명확히 기재하고, 이탈 시 절차(사전 승인, 대체 근무 등)까지 서면에 포함해야 합니다.
2
핵심근무시간의 실효적 관리 - 출퇴근 기록 시스템(전자 출입, 근태 소프트웨어 등)과 핵심근무시간 준수율을 연동하여 관리해야 합니다. 형식만 존재하고 실질이 없으면 제도 자체의 유효성이 흔들립니다.
3
사용자 지시에 의한 추가 근로 통제 - 핵심근무시간 외, 특히 야간 시간대에 업무 지시를 하는 경우 해당 시간이 정산기간 총 근로시간에 합산된다는 점을 관리자에게 교육해야 합니다.
4
포괄임금 약정과의 정합성 검토 -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서 기존 포괄임금 약정을 그대로 유지하면 구조적 모순이 발생합니다. 제도 도입 시 임금 체계를 함께 재설계해야 합니다.
5
정산기간별 근로시간 정산 체계 구축 - 매 정산기간 종료 시 실제 근로시간과 법정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초과분에 대한 수당을 정산하는 프로세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자에게 시간 자율성을 부여하되, 사용자에게는 더 정교한 근로시간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핵심근무시간은 그 관리의 중심축이므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법적 요건과 실무 운영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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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윤 변호사의 코멘트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중 상당수가 핵심근무시간을 선언적으로만 설정하고 실제 운영 관리를 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를 자주 접합니다. 특히 포괄임금제와 병행하는 경우 임금 산정 구조가 근본적으로 모순되므로, 제도 도입 초기에 서면 합의서와 임금 체계를 함께 정비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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