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를 위해 끝까지 전력을 다하는 변호사, 소통이 잘 되는 변호사
한 해 이혼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분들 중 가장 말하기 어려워하시는 사연이 있습니다. 배우자에게서 옮은 성병으로 산부인과 또는 비뇨기과를 찾았다가, 자신은 한 번도 외도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무너져 내리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이런 사례는 단순한 부정행위 위자료 청구를 넘어, 위자료 증액의 결정적 근거가 됩니다.
오늘은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성병 감염이 어떻게 위자료 산정에 반영되는지, 그리고 실제 법원이 어떤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지 차근히 살펴보려 합니다.
몇 해 전, 결혼 8년 차 30대 후반의 한 여성분이 상담실에 오셨습니다. 남편은 출장이 잦은 영업직이었고, 가정에는 충실해 보였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기 검진에서 클라미디아(성매개감염병의 일종) 양성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배우자분도 검사를 받으셔야 한다"고 권유했습니다.
처음에 남편은 부인했지만, 함께 받은 검사에서 같은 균이 검출되었고, 결국 1년 넘게 이어진 외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의뢰인이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은 "돈 때문이 아니라, 제가 받은 신체적·정신적 피해가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였습니다.
법원은 단순한 부정행위보다, 그로 인해 배우자의 신체에 직접적 위해가 가해진 사정을 매우 무겁게 봅니다. 위자료 액수가 평균보다 50~100% 가량 상향 인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 사유를 정하고 있고, 그중 제1호 부정한 행위에 따른 위자료의 일반적 평균은 약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선입니다. 그런데 같은 부정행위라도 피해 배우자의 신체에 회복 불가능하거나 장기 치료가 필요한 손상을 가한 경우, 법원의 판단은 달라집니다.
첫째, 신체권 침해의 문제입니다. 부정행위는 정조의무 위반이지만, 성병 감염은 거기에 더해 헌법상 보장되는 신체의 완전성을 직접 훼손한 행위입니다. 정신적 손해와 신체적 손해가 동시에 발생한 이중적 불법행위로 평가됩니다.
둘째, 고의 또는 중과실의 문제입니다. 외도 자체에 콘돔 미사용 등 안전조치 결여까지 더해진 경우, 배우자에게 감염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무방비하게 가정으로 돌아온 행위는 미필적 고의에 가깝다고 평가받습니다.
셋째, 향후 임신·출산 계획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클라미디아, 임질 등 일부 성매개감염병은 적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골반염, 난관 폐쇄로 이어져 불임 또는 자궁외임신 위험을 높입니다. 가임기 여성에게 이는 단순한 일시적 통증이 아니라 장래의 가족 형성권까지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실무에서 법원이 성병 감염 사안을 다룰 때 주목하는 요소는 비교적 일관됩니다.
고려 요소 1. 감염된 질환의 종류와 치료 가능성 (단순 치료 가능 vs 평생 보균)
고려 요소 2. 외도 기간과 횟수, 감염 경로의 명확성
고려 요소 3. 피해 배우자의 후유증, 향후 가임 능력에 미친 영향
고려 요소 4. 가해 배우자의 인지 시점 —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알고도 부부관계를 지속했는지 여부
고려 요소 5. 발각 후의 태도 — 사실 인정과 치료비 부담, 진정한 반성 여부
특히 네 번째 요소, 즉 가해 배우자가 자신의 감염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이를 숨기고 부부관계를 지속한 경우는 위자료 증액의 가장 강력한 사유로 작용합니다. 단순한 부주의를 넘어, 배우자에 대한 의도적 가해로 평가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이 인정될 경우 위자료가 5,000만 원을 넘어 인정된 사례도 실무에서는 드물지 않게 발견됩니다.
성병 감염을 위자료 증액 사유로 주장하려면, 증거의 시점과 형식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옮은 것 같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하고, 부부 양쪽의 검사 결과가 객관적으로 확보되어야 합니다.
실무 현장에서 보면, 피해 배우자분들이 충격으로 진단서 발급을 미루다가 치료 후에는 균이 사라져 입증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양성 판정을 받은 즉시 의료기관에서 진단서·검사결과지를 발급받아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능하다면 배우자도 같은 시기에 같은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여, 동일 균종 감염 사실을 객관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에 외도의 직접 증거 — 메신저 대화, 호텔 결제 내역, 통화 기록 — 가 더해지면, 감염 경로에 대한 법원의 심증은 훨씬 굳건해집니다. 다만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는 오히려 역공의 빌미가 될 수 있어, 수집 단계부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최근 가사 재판의 흐름은 단순한 외도의 정황보다, 그것이 피해 배우자의 삶에 끼친 구체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신과 진료기록, 산부인과·비뇨기과 진료기록, 향후 치료비 추정액 등이 적극적으로 위자료 산정에 반영됩니다.
성병 감염 사안은 그중에서도 신체적 피해와 정신적 충격이 가장 명확하게 결합되어 드러나는 영역입니다. 부끄럽다는 이유로 침묵하거나 협의이혼으로 서둘러 마무리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것은 본인이 마땅히 받아야 할 보상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법은 침묵하는 사람보다, 자신의 피해를 정확히 입증하는 사람의 편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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