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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앞두고 재산분할 문제를 마주하면, 부모님께 받은 돈이나 집까지 나눠야 하나 싶어 마음이 무거워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혼 전 부모님이 마련해주신 전세보증금, 신혼집 매수 자금, 혹은 결혼 후에도 도와주신 목돈까지. 분명히 내 가족의 도움으로 마련한 재산인데 절반을 내어드려야 한다는 말씀을 들으면 누구라도 억울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쟁점이 바로 이 부모 증여 특유재산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특유재산(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졌거나 혼인 중 일방이 단독으로 취득한 재산)으로 분류되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근차근 입증 자료를 준비하셔야 합니다. 오늘은 그 절차를 단계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하실 일은 부모님으로부터 언제,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받았는지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머릿속에서는 "결혼할 때 1억 받았다" 정도로 기억하셔도, 법원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날짜와 금액, 송금 경로까지 명확해야 합니다.
증여받은 시점(혼인 전/혼인 중), 금액, 사용처(전세보증금, 주택 매수, 사업자금 등)를 표로 만들어 두시면 이후 단계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특히 혼인 전 증여인지, 혼인 중 증여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인 전 증여는 특유재산으로 인정받기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혼인 중 증여는 그 자체로는 특유재산이라도 부부가 함께 관리·증식했다면 분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유재산 입증의 핵심은 객관적인 금융 자료입니다. "부모님께 받았다"는 말씀만으로는 법원이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자금의 흐름이 서류로 명확히 드러나야 합니다.
부모님 계좌에서 본인 계좌로의 이체내역, 이체 직후 해당 금액이 부동산 매매대금이나 전세보증금으로 사용된 흐름까지 연결해서 보여주셔야 합니다.
은행 거래내역은 보통 10년치까지 발급이 가능하지만, 오래된 자료일수록 발급에 시간이 걸리므로 미리 신청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 계좌 자료는 부모님께서 직접 발급받아 주셔야 하니, 미리 부탁드려 두세요.
당시 증여계약서를 따로 작성해두신 분은 많지 않으실 겁니다. 괜찮습니다. 사후적으로라도 보완할 방법이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직접 작성·서명하신 증여확인서, 당시 증여세 신고가 있었다면 증여세 신고서·납부영수증, 가족 간 주고받은 카카오톡·문자 메시지 등이 보조자료가 됩니다.
한 가지 유의하실 점은, 이혼 분쟁이 임박해서야 급하게 작성한 확인서는 증명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객관적인 송금기록과 함께 제출하시고, 확인서는 보조적 자료로 활용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부모님께 받은 돈이 현재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전세금이 매매대금으로, 매매대금이 다시 더 큰 집의 매수자금으로 옮겨가면서 형태가 바뀌게 마련이지요. 이때는 자금의 동일성을 어떻게 보여드리느냐가 관건입니다.
증여받은 1억이 전세보증금 → 매매대금 일부 → 현재 아파트로 이어진다면, 각 단계마다 계약서·등기부·송금내역을 연결해서 한 흐름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부부 공동으로 모은 돈이 일부 섞여 있다면, 그 비율만큼은 분할 대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부 특유재산"보다는 "이 부분은 특유재산, 이 부분은 공동기여"로 구분해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접근입니다.
모든 자료가 준비되면,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장이나 답변서·준비서면에 특유재산 주장을 명확히 기재합니다. 이때 단순히 "부모님께 받았다"가 아니라 증여 시점 → 자금 경로 → 현재 재산까지의 연결고리를 한눈에 보이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특유재산 목록, 자금흐름표, 증빙자료 목록을 별지로 첨부해 제출합니다. 상대방이 반박할 경우를 대비해 보충 자료도 미리 정리해두시면 좋습니다.
재산분할은 결국 서류로 말하는 절차입니다. 말로는 분명한 사실도 문서로 정리되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마음이 무거우시더라도, 한 단계씩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시면 충분히 본인의 몫을 지켜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