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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견 제조기업을 운영하시는 한 대표님이 사무실로 찾아오셨습니다.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작은 물류회사를 따로 차렸는데, 본사 물류업무를 그쪽으로 옮긴 지 2년 만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족 회사에 일을 주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는 질문이 가장 먼저였습니다.
실무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오해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계열사 간 거래는 사적 자치의 영역이라 자유롭게 가능하다는 인식이지요.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내부거래를 부당지원행위 또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 5가지를 중심으로, 어디까지가 허용되고 어디부터가 위법인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9호는 부당지원행위의 요건으로 ① 지원주체와 지원객체의 존재, ② 가지급금·대여금·인력·자산·상품·용역 등의 제공, ③ 정상가격보다 현저히 유리한 조건, ④ 부당성(공정거래저해성)을 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계열사와 거래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위법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보면 그룹 내 분업 구조가 효율적이고 시장가격 수준에서 거래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거래조건이 시장 표준에서 벗어나거나,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장기간 일감이 몰리는 경우에는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만 실무 기준으로 참고할 수 있는 지표가 있습니다. 공정위 심사지침에서는 정상가격과 7% 이상 차이가 나고, 연간 거래총액이 30억 원 이상이거나 거래상대방 매출의 12% 이상이면 '상당한 규모의 거래'로 보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특수관계인 부당이익제공 기준).
여기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정상가격 산정입니다. 동일·유사 시점에 비계열사와 거래한 가격, 동종 업계의 거래 관행, 원가에 합리적 마진을 더한 가격 등을 비교 검토하는데, 실무에서는 이 자료를 평소에 정리해 두지 않으면 사후 방어가 매우 어렵습니다.
2020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 지분율 요건을 강화했습니다.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상장·비상장 동일)인 계열사와 거래하거나, 그 계열사가 50% 초과 지분을 가진 자회사와 거래할 때 규제 대상이 됩니다.
이 경우에는 일반 부당지원행위보다 입증 부담이 낮아집니다. '정상가격과의 현저한 차이' 외에도 '사업기회 제공',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만으로도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총수일가 회사를 통한 거래는 일반 계열사 거래보다 적어도 두세 단계 더 보수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특히 형사처벌은 지원행위를 지시·관여한 임직원 개인에게도 책임이 미친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이나 내부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개별 임원의 책임이 더욱 무겁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무에서 권장드리는 점검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계열사 거래라 하더라도 동일·유사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아 비교 검토한 기록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가급적 거래 시점마다 갱신합니다.
일정 금액 이상의 내부거래는 이사회 의결, 내부거래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사내 규정을 정비합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일정 규모 이상 내부거래 시 이사회 의결과 공시가 의무입니다.
가격, 수수료, 이자율, 임대료 등 거래조건이 시장 수준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외부 자료(유사 거래 시세, 신용평가 등급 기반 금리, 부동산 감정가 등)를 매 거래마다 보관합니다.
왜 비계열사가 아닌 계열사와 거래해야 하는지, 기술적·지리적·품질적 이유를 문서로 정리합니다. 이는 부당성 판단에서 가장 강력한 방어 자료가 됩니다.
특정 계열사로의 매출 의존도가 50%를 넘는 거래상대방이 있다면, 비계열사 거래 비중을 점차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하는 것이 위험을 낮추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