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얼마 전 한 스타트업 대표님이 사무실로 찾아오셨습니다. 수년간 보유해 온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자본금 삼아 법인을 설립하고 싶다는 상담이었습니다. "현금 한 푼 안 들이고 코인만으로 회사를 세울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오시는 분들이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가상통화 현물출자는 분명 가능한 방식이지만, 일반 금전출자와 달리 검토할 항목이 훨씬 많습니다. 법인 설립 단계에서 한 가지라도 놓치면, 등기가 반려되거나 추후 세무조사에서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가상통화로 법인을 설립하시기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7가지 핵심 체크포인트를 정리해 드립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지점들을 중심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상법 제295조에 따르면 현물출자의 목적물은 대차대조표상 자산으로 계상할 수 있는 재산이어야 합니다. 가상통화는 회계기준상 무형자산 또는 재고자산으로 분류 가능하므로 현물출자 대상이 됩니다. 다만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비주류 코인, 자체발행 토큰의 경우 자산가치 입증이 어려워 거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현물출자 시 원칙적으로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의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상법 제299조). 다만 출자 재산 총액이 자본금의 1/5을 넘지 않고 5천만 원 이하인 경우, 또는 시세 있는 유가증권 등 예외 사유에 해당하면 검사인 조사가 면제됩니다. 가상통화는 시세조항 예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 등기소의 실무 태도이므로, 금액에 따라 검사인 절차를 사전에 계획해야 합니다.
검사인 조사를 갈음하기 위해서는 공인된 감정인의 감정 결과가 필요합니다. 가상통화는 변동성이 매우 크므로, 출자 기준일 시점의 거래소 시세 자료, 다수 거래소 평균가, 직전 1개월 변동 추이 등을 종합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평가 비용은 보통 200만 원에서 500만 원 선에서 형성됩니다.
실무 팁. 출자 시점과 등기 완료 시점 사이에 시세가 급락하면, 자본충실의 원칙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변동성이 심한 종목일수록 절차 진행을 최대한 짧게 압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출자 이행이 완료되려면 법인 명의의 지갑으로 가상통화가 실제 이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 거래소는 대부분 법인 계정 개설 자체가 제한되어 있어, 실무상 콜드월렛이나 해외 거래소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기 신청 전에 법인이 통제할 수 있는 지갑 주소를 확보하고, 트랜잭션 내역을 증빙으로 갖춰두어야 합니다.
2025년부터 가상자산 양도에 대한 과세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개인이 보유 코인을 법인에 현물출자하는 행위는 양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취득가액과 출자 시점 평가액의 차익에 대해 세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출자 전 세무사와 사전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합니다. 출자 시점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세액 차이가 수천만 원 단위로 벌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현물출자 사항은 정관의 변태설립사항으로서 반드시 기재되어야 합니다(상법 제290조). 출자자 성명, 출자 목적인 가상통화의 종류와 수량, 평가액, 부여 주식의 종류와 수가 누락 없이 들어가야 하며, 누락 시 출자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발기인이 여러 명이라면 지분 배분과 의결권 구조에 관한 주주간계약도 병행해 두는 것을 권장합니다.
설립되는 법인이 가상자산을 단순 보유하는 수준을 넘어 매매·중개·보관 등의 사업을 영위할 계획이라면,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ISMS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보 등 별도 요건이 추가되므로, 법인 설립 단계에서부터 사업 범위를 명확히 설계해야 합니다.
가상통화 현물출자는 단순히 자본금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향후 회계처리·세무신고·주주권 행사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출발점입니다. 출자 평가액이 자산가치로 그대로 장부에 기록되므로, 평가가 부풀려졌다면 추후 손상차손 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저평가되면 출자자가 받는 주식 수가 줄어듭니다. 어느 쪽이든 사후에 바로잡는 것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처음 설계 단계에서 위 7가지를 빠짐없이 점검하시는 것이, 결과적으로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