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로스쿨] 법의 날개로 내일의 정의를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결혼 18년 차 김모 씨(47세, 회사원)는 이혼을 결심한 뒤 가장 먼저 막막했던 것이 배우자의 재산 현황이었습니다. 생활비를 건넨 것 외에는 상대방 통장이 몇 개인지, 잔액이 얼마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분명 적금도 들었을 텐데, 어디서 어떻게 확인해야 하지?" 이런 고민을 안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실제로 재산분할 사건 상담 현장에서 보면, 배우자의 금융자산을 파악하지 못해 정당한 몫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배우자 명의 예금·적금을 추적하고 재산분할에 반영하는 구체적인 절차를 단계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법원은 혼인 기간 중 형성된 재산에 대해 부부 쌍방의 기여를 인정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부동산이나 차량은 등기·등록 기록이 남아 비교적 파악이 쉽지만, 예금·적금은 계좌 수와 잔액을 본인이 아니면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패턴은 이렇습니다. 이혼 조짐이 보이면 한쪽 배우자가 예금을 급히 인출하거나, 가족 명의로 분산 이체하는 것입니다. 이를 방치하면 재산분할 대상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금융자산을 조회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김모 씨처럼 아직 소송을 제기하기 전이라면, 다음 방법으로 기초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1) 공동 가계부·문자·이체 내역 확보
배우자와 주고받은 송금 기록, 카드 명세서, 대화 내역 등에서 금융기관명이나 계좌번호 단서를 확보해 두세요.
2) 건강보험료·국민연금 기록 확인
건강보험공단에서 피부양자 자격 변동 이력을 살펴보면, 상대방의 소득 흐름을 간접 파악할 수 있습니다.
3) 부동산등기부·차량등록원부 열람
예금 외 부동산·차량도 함께 추적해야 전체 재산 규모가 그려집니다. 인터넷등기소에서 열람료 700원~1,000원이면 확인 가능합니다.
법원에서 회신된 금융거래 내역을 확보했다면, 이제 재산분할 비율 산정 단계로 넘어갑니다.
법원은 통상 혼인 기간, 재산 형성 기여도, 가사노동 기여, 자녀 양육 부담 등을 종합하여 분할 비율을 정합니다. 맞벌이 부부는 50:50에 가까운 비율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고, 외벌이라 하더라도 전업주부의 기여도를 30~40% 수준으로 보는 것이 최근 실무 경향입니다.
구체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재산분할 청구 기한을 놓치지 마세요. 협의이혼 확정일로부터 2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이 기간이 지나면 아무리 많은 예금이 있어도 분할을 구할 수 없습니다.
가압류를 적극 활용하세요. 소송 중 상대방이 예금을 빼돌릴 우려가 있다면, 법원에 부동산·예금 가압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예금 가압류는 법원의 결정이 나면 즉시 은행 계좌가 동결되므로 재산 유출을 효과적으로 차단합니다. 가압류 신청 시 보증금(청구금액의 10~30%)이 필요하며, 법원공탁 또는 보증보험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차명계좌도 추적 대상입니다. 배우자가 부모나 형제 명의로 예금을 숨기는 경우가 있는데, 자금 이체 흐름이 확인되면 법원은 이를 실질적으로 배우자 소유 재산으로 보아 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김모 씨의 사연으로 돌아가면, 결국 소송 과정에서 배우자 명의 적금 3건(합계 약 8,700만 원)과 별도 CMA 계좌 잔액까지 확인되어, 처음 예상보다 훨씬 공정한 분할 결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핵심은 절차를 정확히 알고, 적시에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