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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업 · 투자·벤처투자·스톡옵션 2026.06.02 조회 14

투자자 이사 추천권 분쟁, 스타트업 경영권 방어 사례분석

최서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도숲 · 서울특별시 강남구

시리즈A 단계의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 조항 중 하나가 바로 이사 추천권입니다. 투자금 회수 보호와 경영 모니터링이라는 명분으로 도입되지만, 운용 방식에 따라 창업자의 경영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분쟁 시나리오 하나를 통해 쟁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사례] 헬스케어 SaaS를 운영하는 A스타트업(대표 김모씨, 38세)은 2023년 판교 소재 B벤처캐피탈로부터 45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습니다. 투자계약서에는 "투자자는 이사 1인의 선임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며, 회사 및 이해관계인은 이에 협조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었습니다.

1년 후 B사가 추천한 이사 C씨(VC 심사역, 41세)가 선임되었고, 이사회는 총 3인(대표 김씨, 공동창업자 이씨, 추천이사 C씨)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시리즈B 라운드를 앞두고 C이사가 다른 경쟁 포트폴리오사와의 합병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김 대표가 추진하던 신규 사업 투자안에 반복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하는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쟁점 1. 이사 추천권의 법적 성격과 한계

이사 추천권은 상법상 정식 제도가 아니라 계약상 권리입니다. 주식회사의 이사는 상법 제382조에 따라 주주총회 보통결의로 선임되는 것이 원칙이며, 투자자가 추천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선임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사례의 "투자자는 이사 1인의 선임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은, 정확히는 다른 주주들이 해당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지도록 하는 의결권 구속계약의 성격을 갖습니다.

판례는 의결권 구속계약의 채권적 효력은 인정하지만, 대내적·회사법적 효력까지는 일률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즉 김 대표가 C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위약금 책임은 발생할 수 있으나, 선임 결의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점이 협상 단계에서 자주 간과되는 부분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이사 추천권은 계약상 권리이며 주주총회 결의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2) 위반 시 손해배상·위약금·풋옵션(주식매수청구) 트리거가 일반적 제재입니다.

3) 따라서 투자계약서에 "위반 시 즉시 투자원금 + 이자 상환" 조항이 함께 들어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쟁점 2. 추천이사의 선관주의의무와 이익충돌

C이사처럼 투자자가 추천한 이사는 실무상 지명이사(nominee director)로 불립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회사의 이사일 뿐이며, 상법 제382조의3에 따라 회사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추천한 투자자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 자체의 이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례에서 C이사가 자신이 속한 VC의 다른 포트폴리오사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행위는 이익충돌 소지가 있습니다. 상법 제397조의2(회사기회 유용금지), 제398조(자기거래 승인) 위반 여부가 문제될 수 있고, 합병 안건 심의 시 C이사는 특별이해관계인으로서 의결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상법 제391조 제3항, 제368조 제3항 준용).

실무에서는 추천이사가 투자자에게 회사 정보를 무제한 제공하는 것 자체도 영업비밀 누설 또는 충실의무 위반 논란을 일으킵니다. 다만 투자계약서에 정보제공 조항(information rights)이 명시되어 있고, 그 범위 내라면 문제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쟁점 3. 경영권 방어를 위한 사전·사후 대응

김 대표 입장에서 검토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단계별로 나뉩니다. 사례를 일반화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투자 유치 단계(사전)

이사회 구성 비율을 창업자 우위로 설계합니다. 이사 정원을 5인(창업자측 3, 투자자측 1, 사외이사 1) 또는 7인으로 확대해 추천이사의 단독 비토를 차단합니다. 또한 이사 추천권의 존속기간(예: 보유지분 5% 이상 유지 시에만 행사 가능), 적격 후보 요건(경업금지 서약 등)을 명시합니다.

운영 단계(사중)

이사회 의결사항과 주주총회 동의사항을 구분하여, 합병·영업양도 등 중대사항은 추천이사 1인의 찬반과 무관하게 주주 특별결의에 의하도록 설계합니다. 동의권(consent right) 조항이 과도하게 광범위하면 사실상 거부권으로 작동하므로 항목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분쟁 발생 단계(사후)

추천이사가 이익충돌 행위를 했다면 이사회 의사록·이메일·회의 녹취 등 증거를 확보한 뒤, 해당 이사를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또는 주주총회 해임결의를 검토합니다. 다만 해임 시 투자계약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조항이 발동될 수 있으므로, 투자자 측과의 협상 카드와 병행해야 합니다.

마무리 — 협상 단계의 한 줄이 5년을 좌우합니다

사례의 A스타트업처럼, 시리즈A 단계에서 무심코 수용한 한 문장이 시리즈B, 엑시트 단계에서 결정적 족쇄가 되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이사 추천권 조항은 단독으로 평가할 수 없고, RCPS의 상환·전환 조건,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우선매수권(ROFR), 정보제공권 등과의 총체적 균형 속에서 검토되어야 합니다.

특히 투자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신규 투자자의 이사 추천권이 누적되면서 창업자의 이사회 통제권이 빠르게 희석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매 라운드마다 이사회 구성, 동의권 범위, 추천권 존속요건을 통합적으로 재설계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서영
최서영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도숲 · 서울특별시 강남구
실무에서 보면 창업자분들이 시리즈A 단계의 이사 추천권 조항을 단순한 모니터링 수단으로 가볍게 수용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후속 라운드와 결합되면 사실상 경영권 거부권으로 작동합니다. 투자유치 전 이사회 정원과 동의권 범위까지 함께 설계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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