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한 30대 중소기업 직원분의 사연을 접했습니다. 부서 단합을 위한 회식이 끝난 늦은 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계단에서 미끄러져 발목이 부러진 분이셨죠. 회사에서는 '퇴근길 사고는 개인 책임'이라며 산재 처리를 거부했고, 그분은 깁스를 한 채 한 달 가까이 무급으로 쉬어야 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겪으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오늘은 회식 중 또는 회식 후 귀가 사고의 산재 인정 여부에 대해 짚어드리겠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다쳤습니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들었는데, 이런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회식이 사용자의 지배·관리 하에 이루어진 공적 회식이었다면 회식 중 사고는 물론, 회식 후 귀가 도중 발생한 사고까지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회식이 그렇다는 뜻은 아닙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는 '업무수행 중의 사고'와 '출퇴근 중의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규정하고 있는데, 회식 관련 사고는 그 회식이 업무로 평가될 수 있는지가 출발점이 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쟁점은 '이 회식이 과연 업무의 연장인가'입니다.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이 보는 기준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회식을 누가 주재했는가 (대표, 임원, 부서장 등)
·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가 (법인카드, 부서 운영비)
· 참석이 사실상 강제되었는가 (불참 시 불이익 여부)
· 회식의 목적이 업무와 관련 있는가 (환영회, 송별회, 프로젝트 마무리 등)
· 회식 일시·장소를 사용자가 정했는가
이 요소들이 충족될수록 공적 회식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친한 동료끼리 사적으로 모인 자리, 부서장이 '가고 싶은 사람만'이라고 한 모임, 회비를 각자 부담한 경우라면 사적 모임으로 분류될 여지가 큽니다.
공적 회식임이 인정되면, 그 다음 쟁점은 귀가 사고까지 보호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공적 회식에서의 음주가 정상적인 거동 능력을 떨어뜨려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보고 있습니다. 즉 회식에서 음주를 했고, 그 음주로 인해 귀가 도중 넘어지거나 사고를 당했다면, 사용자의 지배·관리 영역이 귀가까지 이어진 것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2018년부터는 통상의 출퇴근 재해도 산재로 인정되고 있어, 회식 후 통상적인 경로로 귀가하다 발생한 사고라면 별도 입증 없이도 산재 신청이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회식 후 사고의 경우 공단이 '음주 상태에서 본인 부주의'를 이유로 부지급 처분을 하는 사례가 여전히 있어, 회식의 업무성을 함께 주장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모든 회식 사고가 산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는 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식 사고로 산재를 신청하시려면 회식의 공적 성격을 입증할 자료를 미리 챙기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확보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 회식 공지 메일, 사내 메신저 캡처
· 법인카드 결제 영수증 또는 부서 운영비 지출 내역
· 참석자 명단 및 좌석 배치
· 회식 사진, 동영상
· 사고 직후 119 신고 기록, 응급실 진료 기록
· 동료들의 사실확인서
사고 발생 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회사에 산재 신청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시기 바랍니다. 회사가 협조하지 않더라도 근로자 본인이 직접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