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7년간 한 중소 제조업체에서 근무한 C씨(41세)는 매달 급여명세서에 '퇴직금 분할'이라는 항목으로 20만 원 안팎의 금액을 꼬박꼬박 받아왔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퇴직금을 요청하자, 사장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미 매달 나눠서 다 줬잖아요." C씨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과연 회사 말이 맞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C씨는 퇴직금 전액을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법적 배경을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이란,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받아야 할 퇴직금을 재직 중 매월(또는 매년) 나누어 지급하기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매달 월급에 퇴직금 포함해서 줄게"라는 식이 가장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이런 약정은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장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2012년 이전에는 판례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유효하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사업주들 사이에서 "합의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굳어졌습니다.
전환점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이었습니다. 2012년 7월 26일 시행된 개정법 제8조 제2항은 퇴직금 중간정산을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유에 한해서만 허용하도록 바꿨습니다. 이 조항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해당 사업에서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한정된다.
법이 정한 중간정산 사유는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본인 또는 부양가족의 질병, 천재지변, 임금피크제 적용 등 극히 제한적입니다. "매달 나눠서 주자"는 약속은 이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2012년 7월 26일 이후 체결된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은 강행규정 위반으로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무효라는 뜻은 매달 받은 금액이 퇴직금으로서의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고, 퇴직 시점에 별도로 퇴직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지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매달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돈은 반환해야 하나요?"
대법원의 입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실무에서는 사용자가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하는 경우가 드물고, 설사 하더라도 이미 지급한 금액이 임금의 일부로 인정되면 반환 대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근로자에게 유리한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법 개정 전인 2012년 7월 26일 이전에 체결된 분할 지급 약정은 상황이 다릅니다. 구법 하에서는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동의하고, 퇴직금이 다른 임금과 명확히 구분되어 지급되었다면 유효하다고 보는 판례가 존재했습니다.
처음 소개한 C씨의 경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C씨는 2017년에 입사하여 2024년에 퇴사했으므로, 분할 지급 약정은 2012년 이후에 체결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약정은 무효이고, C씨는 7년간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 전액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매달 받은 퇴직금 분할 명목의 금액은 임금의 일부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평균임금 산정 시 이를 포함하면 퇴직금 총액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의 효력 문제는 단순해 보이면서도, 약정 시점, 근로계약 갱신 여부, 평균임금 산정 방식 등 여러 변수가 얽혀 있습니다. 매달 퇴직금을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퇴직 시 아무 권리도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