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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업 · 기업일반자문·내부규정·컴플라이언스 2026.06.22 조회 7

계약관리 체계 없는 기업, 분쟁 비용이 매출을 갉아먹는다

조혜진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 경기도 수원시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2024년 통계에 따르면, 기업 간 분쟁 중 약 62%가 계약서 누락 또는 계약 조건의 모호한 기재에서 비롯됩니다. 매출 10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이 단 한 건의 계약 분쟁에 투입하는 평균 비용은 법률 비용, 인건비, 기회비용을 합산하면 약 8,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 수준입니다. 계약관리 체계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없으면 언제든 이 비용이 터진다는 문제입니다.

계약관리 체계, 왜 지금 이슈인가

과거에는 계약서를 한 번 작성하고 서랍에 넣어두면 끝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영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공급망이 다단계화되면서 하나의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계약 당사자가 5개사를 넘기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ESG 경영과 공정거래 규제 강화로 계약 조건 하나가 과징금 수억 원의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전형적인 상황은 이렇습니다. 영업부서가 급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법무팀 검토 없이 상대방이 제시한 약관을 그대로 서명합니다. 6개월 뒤 납품 하자가 발생했을 때 계약서를 꺼내 보니, 손해배상 상한 조항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는 것을 그제서야 확인합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계약관리 체계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체계적 계약관리의 5가지 핵심 축

결론부터 말하면, 계약관리 체계는 다음 5가지 축이 갖추어져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1
표준계약서 및 조항 라이브러리 구축업종별, 거래유형별(매매, 용역, 라이선스, 합작투자 등) 표준 계약서를 마련하고, 핵심 조항(손해배상 범위, 지식재산권 귀속, 계약 해지 사유, 비밀유지 의무)을 모듈 형태로 관리합니다. 이렇게 하면 영업 현장에서 계약서를 백지에서 새로 작성하는 일이 사라지고, 법무 검토 시간이 평균 40% 이상 단축됩니다.
2
검토-승인 프로세스(워크플로우) 수립계약 금액, 계약 기간, 리스크 등급에 따라 최소 2단계 이상의 검토-승인 절차를 두어야 합니다. 예컨대 계약금액 5,000만 원 이하는 법무담당자 검토 후 부서장 승인, 5,000만 원 초과는 법무팀장 및 경영진 승인을 거치도록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3
계약 이행 모니터링체결만 관리하고 이행은 방치하는 기업이 상당히 많습니다. 납기, 대금 지급 일정, 마일스톤 달성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여 손해배상 청구 시효(민법 제766조, 불법행위 3년 또는 채무불이행 10년)를 놓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4
갱신-종료 관리자동갱신 조항이 포함된 계약이 방치되면, 불필요한 비용이 수년간 누적됩니다. 계약 만료 90일 전 알림 시스템을 구축하고, 갱신 여부를 사전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실무 현장에서 보면, 자동갱신 방치로 인한 불필요한 지출이 연간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5
중앙화된 계약 데이터베이스부서별로 계약서를 개별 관리하면 전사적 리스크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클라우드 기반 계약관리 시스템(CLM)을 도입하거나, 최소한 공유 드라이브에 계약서 원본, 수정 이력,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일원화해야 합니다.

계약관리 부재가 초래하는 법적 리스크

체계 없이 운영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하겠습니다.

리스크 1 | 입증 곤란

계약서가 부서 담당자 개인 PC에만 저장되어 있다가, 담당자 퇴사 후 계약서 원본을 찾을 수 없게 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소송에서 계약 조건을 입증하지 못하면 패소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리스크 2 | 공정거래법 위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3조는 서면 계약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서면 없이 구두 발주 후 단가를 사후 조정하는 행위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며, 2024년 기준 하도급법 위반 과징금은 건당 평균 1억 2,000만 원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리스크 3 | 지식재산권 분쟁

외주 개발 계약에서 산출물의 지식재산권 귀속을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개발 완료 후 소스코드나 디자인 소유권을 두고 분쟁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추가 라이선스 비용이 수억 원에 달할 수 있습니다.


도입 단계별 현실적 접근법

대기업처럼 수억 원 규모의 CLM 솔루션을 당장 도입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대부분입니다. 현실적으로 단계를 나눠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1단계 (1~2개월): 현재 보유 계약서를 전수 수집하여 목록화합니다. 엑셀이든 구글 시트든 상관없습니다. 계약 상대방, 계약 기간, 금액, 자동갱신 여부, 핵심 리스크 조항만 정리하면 됩니다. 이 작업만으로도 즉시 조치해야 할 계약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단계 (2~4개월): 주요 거래유형 3~5종에 대한 표준계약서를 외부 법률 자문을 받아 정비합니다. 비용은 유형당 200만~500만 원 수준이 일반적이며, 이 투자가 향후 수천만 원의 분쟁 비용을 예방합니다.

3단계 (4~6개월): 검토-승인 워크플로우와 이행 모니터링 절차를 내부 규정(사규)으로 확정합니다. 규정 없이 관행에만 의존하면 담당자 교체 시 체계가 무너지므로, 반드시 문서화해야 합니다.


전망 : 계약관리는 컴플라이언스의 기본 인프라

2025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 의무, 강화되는 개인정보보호법 규제, ESG 공시 의무화 등 최근의 규제 흐름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업의 내부 관리 체계 자체를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계약관리 체계는 이러한 컴플라이언스 체계의 가장 기초적인 인프라입니다.

계약 한 건에 담긴 리스크가 기업 전체의 신용과 재무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계약관리 체계 구축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확실한 리스크 관리 투자로 판단됩니다.

조혜진
조혜진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마당 · 경기도 수원시
제 경험상 계약 분쟁의 80% 이상은 체결 단계의 부실에서 출발합니다. 표준계약서 정비와 검토 프로세스 수립만으로도 분쟁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므로, 현재 계약관리에 공백이 있다면 가능한 빨리 법률 전문가의 점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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