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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위험성 경고문구가 없었는데, 그것 때문에 다쳤다면 제조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50대 주부 A씨는 새로 구입한 고압 세척기를 사용하다 손가락에 심한 열상을 입었습니다. 노즐 교체 중 잠금장치를 해제한 상태에서 물이 고압으로 분사된 것이 원인이었는데, 제품 본체에도 사용설명서에도 노즐 교체 시 잠금장치 해제 위험에 관한 경고문구가 전혀 없었습니다. A씨는 치료비와 일실수입을 포함해 제조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표시상의 결함이 인정된다면 제조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법적 근거와 판단 기준, 그리고 실무적 대응 방법을 정리하겠습니다.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다목에서는 제조물의 결함을 세 가지로 나누고 있습니다.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그리고 표시상의 결함입니다. 표시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이나 지시, 경고 등의 표시를 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위험인데도 이를 하지 않은 경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제품 자체에는 물리적 하자가 없더라도 사용자가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경고를 하지 않았다면 그것 자체가 결함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표시상 결함의 핵심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경고문구가 아예 없는 경우뿐 아니라 경고가 있더라도 눈에 잘 띄지 않거나 내용이 불충분한 경우에도 표시상의 결함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설명서 뒷면에 작은 글씨로만 기재하고 제품 본체에는 아무 표시가 없다면, 경고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에 따르면 피해자는 세 가지를 증명하면 됩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인과관계 입증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표시상 결함의 경우, 경고문구가 있었더라면 소비자가 해당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주장해야 합니다. A씨의 경우라면, 노즐 교체 시 잠금장치 해제의 위험성을 미리 알았다면 전원을 끄고 작업했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반대로 제조사는 면책사유를 입증하여 책임을 벗을 수 있습니다. 제조물책임법 제4조에서 정한 면책사유로는 제조물을 공급하지 않았다는 점, 공급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험성이 명백한 제품에 대한 경고문구 누락의 경우, 이러한 면책이 인정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표시상 결함으로 인한 제조물책임 청구를 준비한다면, 다음 사항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제품과 포장을 그대로 보전해야 합니다. 경고문구의 유무, 위치, 크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거입니다. 사용설명서도 함께 보관해야 합니다. 제품을 폐기하거나 반품하면 가장 중요한 증거가 사라집니다.
둘째, 사고 현장과 부상 상태를 촬영해 두어야 합니다. 사진과 동영상은 사고 경위를 재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자료가 됩니다. 병원 진단서와 치료 영수증도 빠짐없이 챙기시기 바랍니다.
셋째, 소멸시효에 유의해야 합니다. 제조물책임법 제7조에 따르면, 피해자가 손해와 결함을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제조업자가 제품을 공급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넷째, 동일 제품의 다른 사고 사례를 확인합니다.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사례, 제품안전정보센터(KATS) 리콜 정보 등을 통해 동종 제품의 유사 사고 기록이 있는지 살펴보면 주장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표시상의 결함은 제품에 물리적 하자가 없어도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하자 분쟁과는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경고문구 하나의 유무가 제조사의 법적 책임을 가르는 만큼, 사고 직후 증거 확보와 법적 검토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