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가 3개월 수습 기간이 끝난 직원을 본채용 거부하려 했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분위기에 안 맞는다", "좀 느린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습니다. 시용 근로자(수습 근로자)라 하더라도 본채용 거부, 즉 해고를 하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아래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시용 기간 해고, 왜 평가 객관성이 중요한가
시용 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부는 법적으로 해고에 해당합니다. 대법원은 시용 근로자의 해고에 대해 "일반 근로자보다 넓은 재량이 인정되지만,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시용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시용 근로자도 이 보호 대상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평가의 객관성 확보는 선택이 아닌 법적 요건입니다.
본채용 거부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8가지
1
평가 기준이 사전에 서면으로 고지되었는가
시용 기간 시작 시점에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를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합니다. 근로계약서 또는 별도의 수습 평가 안내서에 평가 항목, 기준 점수, 평가 시기가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사후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2
평가 항목이 업무 수행 능력과 직접 관련되는가
"팀 분위기에 안 맞는다", "인상이 좋지 않다"와 같은 주관적 항목은 정당한 평가 기준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업무 처리 속도, 오류율, 고객 응대 결과, 프로젝트 완수도 등 직무와 직접 연결되는 정량적 항목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3
중간 피드백과 개선 기회가 제공되었는가
시용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문제점을 알려주지 않다가 기간 종료 직전에 갑자기 부적격 통보를 하면 부당해고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소 1회 이상 중간 면담을 실시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안내해야 합니다. 면담 일자와 내용은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4
복수의 평가자가 참여했는가
직속 상사 1인의 주관적 판단만으로 본채용을 거부하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기 쉽습니다. 직속 상사, 부서장, 인사 담당자 등 최소 2인 이상이 평가에 참여하고, 각자의 평가 결과를 교차 확인하는 절차를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5
평가 결과가 문서로 작성되어 보관되고 있는가
구두로만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나중에 입증이 불가능합니다. 평가표, 업무 성과 보고서, 교육 이수 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시용 기간 중 수시로 축적해야 합니다. 분쟁이 발생하면 입증 책임은 사용자 측에 있습니다.
6
동일 직무 다른 시용 근로자와 비교해 형평성이 있는가
같은 직무, 같은 시기에 입사한 시용 근로자 중 특정인만 본채용을 거부한다면 그 차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별, 나이, 출신 학교 등 차별적 요소가 개입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비교 자료를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7
시용 기간이 합리적 범위 내인가
시용 기간은 통상 3개월에서 6개월이 일반적입니다. 1년 이상의 장기 수습은 그 자체로 부당할 수 있고, 반대로 2주 만에 업무 능력을 판단하겠다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해당 직무의 특성상 적정한 관찰 기간이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8
해고 절차(서면 통보, 해고 예고)를 준수했는가
시용 근로자라 해도 근무 기간이 3개월을 넘었다면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라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거나 30일분의 통상임금(해고 예고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또한 제27조에 의해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 서면 통지가 없으면 절차적 위법으로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시용 근로자의 대응 방법
만약 본채용이 거부되었는데 위 항목 중 다수가 충족되지 않았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근로자는 해고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28조). 구제 신청 비용은 무료이며, 평균 심리 기간은 약 60일에서 90일 정도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입니다. 근로계약서, 수습 평가 관련 통지, 업무 지시 내용, 면담 기록, 이메일이나 메신저 대화 등을 사전에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해고 통보 후에는 자료 접근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빠른 시점에 준비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시용 기간이라 하더라도 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은 엄격합니다. 사용자 측은 평가 기준의 사전 고지, 중간 피드백, 문서화된 평가 결과, 적법한 해고 절차 등을 모두 갖추어야 하고, 근로자 측은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면 구제 절차를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